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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우리 Jun 07. 2022

캄보디아

부제:심장수술 후 비행기 탑승이 가능할까?

늘 고민과 걱정 앞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나에게 심장 수술은 그저 나의 일부분이고 특별할 것이 없는데도 난 늘 고민만 하다가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용기가 없었던 걸까?

용기를 내어 태어나 처음으로 해외여행과 마주하게 되었다. 첫 해외여행 그곳은 바로 캄보디아.

내가 28살이 되던 해이며 아주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새벽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막힌 타이밍일까?

잠들기 직전 진동소리에 화들짝 잠이 깼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친구의 목소리는 격양되고 흥분된 목소리였다.

"야, 다음 달에 캄보디아 갈 거야? 티켓팅을 해놨으니깐 가자"

'응??? 뭐라고 캄보~~ 뭐라고'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내 청력이 의심될 정도로 잘 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한번 친구에게 물었다.

"뭐라고?? 뭐라고 한 거야?"

그리고 다시 격양된 목소리로 친구가 말을 했다.

"있잖아, 나 너무 잠이 안 와서 홈쇼핑 보고 있었는데 캄보디아 패키지여행 상품을 팔고 있는 게 아니겠니?

나, 너무 가고 싶다. 친구야 야야야야 흑흑흑. 가자아 아아, 제발 가자아 아아"

뜬금없이 새벽에 전화해서 캄보디아를 너무 가고 싶다는 친구가 어이가 없다가 둘 다 빵 터져서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연신 웃다가 잠이 확 달아났고 난 긴긴밤을 캄보디아 검색을 하며 밤을 지새웠다.


'캄보디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그곳이 너무 궁금했다.

순간 친구 말이 어이없음으로 들렸다가 하루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캄보디아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무렵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나의 심장을 관리해주시는 담당 의사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는 것.'

의사 선생님은 허락을 해주실까 노심초사하면서 다행히 캄보디아를 떠나기 전 진료가 잡혀 있어서

병원으로 향했다. 이것 또한 기막힌 타이밍일까?


늘 그래 왔다. 비행기를 타거나, 친구들과 놀이동산을 가려고 할 때 난 미리부터 의사 선생님과 상담이 필요했고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한 통과의례였다.


"교수님, 저 캄보디아로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가도 될까요?"

외래가 다 끝나고 나면 교수님이 짧지만 질의응답 시간을 주시는데 난 그때 궁금했던 이야기를 적금 깨듯이

하나부터 열까지 여쭤본다. 모든 게 다 지극히 평범한 질문이지만 교수님은 성심성의껏 나의 질문에

바로바로 응답을 해주신다.

이번엔 다른 질문은 다 재껴두고 캄보디아 여행과 관련한 이야기를 여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음....... 가능은 하지. 캄보디아라고?"

"네."

교수님은 다양한 사례를 얘기해주시면서 꼭 지켜야 할 몇 가지를 설명해주셨다.

일반 사람들도 예방을 하고 가면 더 좋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만일에 대비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기에

교수님은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럼 가기 전에 '말라리아 약'을 먹고, '파상풍 주사'를 맞고 가자. ^^"

"네 ^^;;"

군말 없이 대답을 하고 교수님과의 합의가 성사되었다.

뭐 약이나 주사쯤이야 나에겐 일상이 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되어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나와 함께 동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는 '말라리아 약'을 먹고 '파상풍 주사'를 맞아야 했다.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어쩌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 친구에게 말하는 순간순간이 너무 미안했고 부탁을 거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나의 뜻을 전달했다. 고맙게도 친구는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우리는 짐을 싸고 캄보디아로 출발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치 어릴 적 소풍 가는 것처럼 설레어 잠 한 숨 못 자고 졸린 눈 비벼가며 하루하루 기다린

'나의 첫 해외여행'



우리는 캄보디아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받고 드디어 공항을 빠져나왔다.

하늘도 기뻤던 건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며 내 옷깃을 캄보디아 비로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더운 여름 날씨라 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서 편한 옷을 많이 챙겼고 약도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해서

케리어에는 옷과 약 보따리로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컵라면 김치 좀 챙겨가고 그랬을 텐데 우리는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빈손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호텔에 들어와 출출한 배를 움켜잡고 물로 배를 채우며 허기를 달랬고

그나마 나을 줄 알았던 호텔 조식은 향신료로 내 코를 찌르고 강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첫째 날 배고픔에 자는 둥 마는 둥 한 피곤함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둘째 날 우리는 앙코르 와트를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가이드님은 비가 와도 앙코르 와트 일정은 진행된다고 하니 우비를 입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호텔 창문으로 날씨를 확인하니 '할렐루야~~'라고 외쳤다.

비가 내렸나 싶을 정도로 하늘이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순조롭게 앙코르 와트를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뚝뚝이' 아저씨들

앙코르 와트를 이동 수단은 '뚝뚝이'였다.

'뚝뚝이'를 타고 이동하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캄보디아 먼지를 다 마시고 가고 싶다면 괜찮지만

내 몸은 소중하다, 생각하면 선글라스, 마스크나 입과 코를 최대한 가릴 수 있는 보호장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 몸속으로 먼지가 들어가는 걸 최대한 막을 수 있다.

뚝뚝이 기사님들이 쌩쌩 달리면 먼지를 덮어쓰는 건 고스란히 우리 몫이기에 꼭, 장착을 하고 가야 된다.

지금 캄보디아 뚝뚝이 기사님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위해 어떠한 보호장구 없이

신나게 달려주신 기사님들, 생각나고 감사하다.


뚝뚝이를 타고 앙코르 와트에 도착 한 우리는 '우와~~' '와~~~' '대박~~' 아는 감탄사를 모조리 꺼내어

읊어대기 시작했다. 웅장함을 넘어서 신비로웠다.

도착한 우리는 최대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가이드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귀 울렸다.

캄보디아 역사 그리고 앙코르 와트 이야기까지 역사 이야기는 좋은 게 없는 거 같다.

세계 어디 나라도 하나쯤은 가슴 아픈 시린 역사가 있듯이 캄보디아 역시 가슴 아픔을 간직한 채 그 역사를 꿋꿋이 지키고 살고 있구나 생각에 잠긴 시간였다.


앙코르 와트 그곳엔 내가 서 있었다.


앙코르 와트에 도착하여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계단을 밟고 올라가서 전망을 보는 그런 곳이었다. 평지에선 바람이 뜨거웠는데 높은 곳 조금 올라왔다고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쓰담 쓰담해 주며 '시원하지?'라고 말해주는 거 같았다. 바람, 공기, 모든 것이 좋았던 전망대.

어제 내린 비 걱정에 잠 뒤척을 하며 지새운 보람이라도 있듯이 하늘은 예뻤다.

밥로스 아저씨가 캔버스화에 하늘 그리고 하늘 위에 구름을 덧칠하며 '어때요? 참 쉽죠?'라고 말해주는 거처럼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하늘, 구름 그리고 울창한 숲들이 내 심장을 힐링해주었다. 오래도록 기억날 만큼


'앙코르 와트'와 마주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우리는 앙코르 와트를 갓난아이를 보듯이 신기해하고 가슴 떨리게 바라보며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연 앞에서 우리는 그저 초라할 뿐이다.

그곳에는 '내가 바로 앙코르 와트다.'라고 외치는 듯한 거대한 풍경이 존재했다.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우리는 '와~' 밖에 할 수 없었고 색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앙코르 와트와 마주하고 싶었다.

가이드님의 친절한 설명과 이곳저곳 영화 촬영한 곳이라며 알려주며 자연과 건축물을 마주하는 지금 이 순간 바로 내가 서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심장수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 안의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나도 남들처럼 할 수 있었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란 커다란 벽 뒤에서 지금껏 숨어 살고 있진 않았는지 앙코르 와트를

돌아보며 느끼고 배우고 나를 찾아가는 시간였다.

캄보디아 여행 선택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나에게 큰 용기를 준 곳이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며 춤을 춘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며 춤을 추고 있다. 타국에서 태극기를 볼 수 있다는 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애국심이 불타오르는 순간,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렀다.


친구야, 고마워.

* 말라리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6590&cid=51007&categoryId=51007


*파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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