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의 얼굴이었던 1층의 공간배치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명품이나 화장품 매장이 차지했던 자리에는 대규모 디지털 체험존이나 온라인에서는 살 수 없는 해외패션 브랜드, 고객 휴식공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동안 주로 지하에 배치하던 유명 베이커리와 식음료 같은 먹거리, MZ세대가 선호하는 패션브랜드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1층에 식품관을 넣은 백화점까지도 있을 정도다.
“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의 매장 구성이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일까?”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빼앗긴 MZ세대 고객과 가족단위 고객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다.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가지고는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오직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상품과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음식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벗어나더라도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매출감소는 피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처럼 음식점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배달음식점, 밀키트, 편의점 같은 경쟁자들이 제공할 수 없는 오프라인에서만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개성이 넘치는, 경험할 것이 있는, 고객의 내점을 부르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어야 생존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가 주는 감동과 울림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다시 볼수록 깊이가 느껴진다. 멋진 영화에서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디테일한 미장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멋진 영화를 한 편을 만들 듯 음식점을 인테리어 해 보자.
◾음식점만의 미장센이란 무엇인가?
프랑스어 미장센(Mise-en-Scène)은 무대예술과 영화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장치, 조명 등에 대한 총체적인 계획’을 하거나, 이러한 결과물에서의 표현으로서 연출가가 무대나 프레임 위의 모든 시청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행위로 장면화(putting into the scene)하는 것을 말한다.
미장센은 화면 내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어떤 미학적 결과를 낳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음식점을 인테리어 하는 것도 한 편의 멋진 영화를 만드는 것과 별다를 것이 없다.
독특한 브랜드 콘셉트를 설정하고,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공간 안에 시청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행위를 통해 스토리텔링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음식점만의 미장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영화처럼 음식점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음식점 인테리어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는 동선이다.
영화 관객들이 좌석에 앉아서 카메라 렌즈의 움직임을 따라 촬영된 영상(촬영 코드)에 의해 연출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경험하듯이, 음식점 실내공간에서는 고객들이 동선에 따라 이동하면서 디자이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공간의 폭, 천장의 높이 변화, 공간의 구도 변화, 중첩된 파티션을 통해 경험하는 공간의 변화무쌍함으로 음식점의 미장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음식점 인테리어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는 색채이다.
영화에서 색채가 영상미를 결정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음식점 인테리어에서도 공간의 정서를 표현할 때 색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은 그 어느 요소들보다 강렬해서 공간의 형태나 구도보다도 먼저 사람들에게 인지된다. 따라서 음식점을 디자인할 때 색채가 가지고 있는 감성적 이미지를 잘 알고 활용한다면 음식점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을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빛의 속도로 전달할 수가 있다.
음식점 인테리어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세 번째 요소는 질감이다.
질감이란 공간에 표현된 소재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독특한 느낌을 말한다.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질감은 모든 물체들에 존재한다.
질감은 물체의 형태나 색채와 함께 어울려서 시각적인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질감은 꼭 만져봐야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시각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대리석처럼 광택이 나는 매끈해 보이는 소재의 질감과 현무암처럼 광택이 없고 거친 질감의 소재는 전혀 다른 미장센을 만들게 된다.
음식점 인테리어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네 번째 요소는 조명이다.
조명은 실내외 공간의 톤과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미장센 요소다. 같은 인테리어라도 비추는 빛이 다르다면 공간의 깊이가 달라지고, 심리적 감흥도 달라진다.
영화를 빛의 예술이라고 부르듯이 건축과 인테리어도 빛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빛을 비추는 방향, 광원의 성질, 조명의 톤에 따라 입체감이 달라진다. 빛으로 심리적인 묘사를 할 수도 있고 서정적이거나 공포스러운 표현이 가능하다.
음식점 인테리어에서도 빛이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면 밝음과 어두움, 빛과 그림자와 같은 톤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공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음식점 인테리어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다섯 번째 요소는 소품과 그래픽 같은 장식적 요소다.
최근에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이용한 가상의 창문에 동영상 콘텐츠를 결합해서 전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생생한 사운드를 실재감 있게 경험케 하는 기술도 인테리어에 도입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에 구독하거나 구매하는 영상뿐만 아니라,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도 연결하여 볼 수 있다. 내장된 스피커도 진동 스피커여서 영상과 결합된 자연의 사운드를 더욱 실감나게 해 준다.
이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음식점 같은 상업공간에서 도시인들이 반복되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눈과 귀와 마음의 쉼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지루하지 않고,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맞춰 계속 변화하는 미장센을 연출할 수 있다.
음식점 인테리어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여섯 번째 요소는 음향과 음악이다.
배경음악(BGM),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사운드를 바꿔 주기만 해도 음식점 고유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더욱 즐거운 경험, 놀라운 경험, 기억나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음식점 브랜딩에 시각적인 방법만 사용했다면, 이제는 소리를 이용해서 고객의 공간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편집해서 편안한 공간, 의미가 있는 공간, 즐거움과 조화가 느껴지는 브랜드 공간을 만들어보자.
‘사운드스케이프’도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맞춰 자주 바꿔줘 보자. 인테리어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항상 새롭고 변화하는 생동감 넘치는 점포의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당신의 노력과 수고가 무의식중에 전달될 것이다.
영화 관객들이 좌석에 앉아서 카메라 렌즈의 움직임을 따라 촬영된 영상(촬영 코드)에 의해 연출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경험하듯이, 음식점 실내공간에서는 고객들이 동선에 따라 이동하면서 디자이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조명은 실내외 공간의 톤과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미장센 요소다. 같은 인테리어라도 비추는 빛이 다르다면 공간의 깊이가 달라지고, 심리적 감흥도 달라진다.
음식점 인테리어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다섯 번째 요소는 소품과 그래픽 같은 장식적 요소다. 최근에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이용한 가상의 창문에 동영상 콘텐츠를 결합해서 전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생생한 사운드를 실재감 있게 경험케 하는 기술도 인테리어에 도입되고 있다.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청운대학교/세종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 작가, 공간경험디자이너
F&B 같은 상업 공간에서의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과 프로젝트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대학과 기업,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쓰면서 공부하며, 독자들과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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