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대의 오프라인 생존전략
01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과당 경쟁으로 인해 수익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덮치니 대다수 음식점들은 벼랑 끝까지 내몰린 형국이다.
그렇다고 망연자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달 앱 몇 곳에 등록하고 배달 판매에 뛰어들었지만, 이것저것 제하고 나니 손에 쥐는 것은 별로 없다. 일명 깃발도 꽂아 본다. 그러나 광고비를 쓰면 쓸수록 원가만 오르니 진퇴양난이다.
“업종전환을 하면 좀 나아질까? 인테리어를 바꾸면 좀 나아질까?”생각해 보지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요즘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돈도 못 버는 데, 확신도 없으니 함부로 업종전환이나 시설개선에 나설 수도 없다. 맞다. 졸속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음식점을 둘러싼 경영환경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은 디지털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간단한 검색과 클릭만으로도 공산품을 물론 음식과 신선식품까지 배달받는 세상이다. 빠르고 편리하며 값도 싼 온라인 플랫폼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음식점만의 남다른 무엇이 필요하다. 이제 음식점이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은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고객경험이다.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음식점은 돈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해야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방법이 있기나 할까? 있다! 당신의 관심과 열정, 공부하며 실천할 의지와 목표만 있다면, 신기하게도 그 방법은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만 잘 써도 카멜레온 같은 음식점이 될 수 있다.
02
화석 같은 음식점 인테리어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주변환경에 맞춰 자신의 몸 색깔을 바꾸는 인테리어의 시대다. 첨단 기술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음식점은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창의력과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일 뿐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I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서 영상이나 문자, 사운드와 같은 다양한 정보를 디스플레이에 표시하고, 네트워크로 원격 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광고, 안내판을 말한다.
공공장소나 상업공간의 광고/안내판 같은 옥외 광고용으로 쓰이던 사이니지의 용도가 최근에는 카페나 음식점의 무인안내기 같은 메뉴판이나 전시를 위한 매체로 확대되고 있다. 비대면 주문과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개발된 가상의 창문 ‘앳모프 윈도우(Atmoph Windows 2’)는 창문 형태의 틀에 대형 디스플레이와 동영상 콘텐츠를 결합해서 디지털 사이니지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가상의 창문을 통해서 1,000개가 넘는 전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멋진 도시의 거리 풍경과 생생한 사운드를 실재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 프레임에 소형 카메라까지 부착하면 카메라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서 보는 각도를 바꾸면 풍경도 따라서 변화기 때문에 현실이라 착각하게 만든다.
물론 구독하거나 구매하는 영상뿐만 아니라,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도 연결하여 볼 수 있다. 내장된 스피커도 진동 스피커여서 영상과 결합된 자연의 사운드를 더욱 실감나게 해 준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음식점 같은 상업공간에서 도시인들이 반복되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눈과 귀와 마음의 쉼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지루하지 않고,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매장의 서비스스케이프(service scape)를 연출할 수 있다.
음식점은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창의력과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일 뿐이다.
사운드만 잘 이용해도 카멜레온 같은 음식점이 될 수 있다.
03
인간은 소리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다. 소리는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고, 인지과정을 거쳐 사람들은 심리적인 감흥을 경험하게 된다. 청각은 시각보다 더 빠르게 인지되며, 중요하고 원초적인 감각이다.
주변의 다양한 소리가 섞여 마음속에 하나의 풍경을 만드는 현상을 ‘사운드스케이프‘라고 부른다. ’사운드스케이프‘는 1969년 캐나다 작곡가 레이먼드 머레이 쉐이퍼(Raymond Murray Shafer)에 의해 주창된 개념으로 그는 시각을 통해 장소가 인지되는 것(landscape)처럼 청각을 통해서도 장소를 인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음식점 같은 상업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대부분 시각적 요소(로고, 심벌, 형태, 색상)들이었다. 그러나 체험 마케팅의 창시자 번 슈미트(Bernd H. Schmitt)교수는 브랜드 경험이 생성되는 데는 5가지 경험적 모듈이 관여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경험적 모둘 중에서도 ‘감각적 경험 모듈’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만드는 경험을 말한다. 그 중 청각적 요소는 다른 감각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는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같은 동영상도 사운드가 달라지면 전혀 다르게 경험되는 것이 그 이유다.
배경음악(BGM),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사운드를 바꿔 주기만 해도 그 장소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더욱 즐거운 경험, 놀라운 경험, 기억나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음식점 브랜딩에 시각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면, 이제는 소리를 이용해서 고객의 공간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편집해서 편안한 공간, 의미가 있는 공간, 즐거움과 조화가 느껴지는 브랜드 공간을 만들어보자.
‘사운드스케이프’도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맞춰 자주 바꿔줘 보자. 인테리어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항상 새롭고 변화하는 생동감 넘치는 점포의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당신의 노력과 수고가 무의식중에 전달될 것이다.
브랜드 컬러만 잘 이용해도 카멜레온 같은 음식점이 될 수 있다.
04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매장을 변화시키려면 브랜드 컬러를 만들고, 잘 이용해야 한다.
작은 음식점일수록 독특한 브랜드 컬러를 갖추고, 영리하게 활용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고객들에게 관심을 끌고 어필할 수 있다. 쉽고 빠르게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음식점이 될 수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새로 오픈한 음식점에 고객이 시도구매를 위해 방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11번은 눈에 띄어야 한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경쟁에서 유리한 이유는 거리에서 또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가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컬러는 사람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인식시키고 경쟁자들로부터 당신을 구별시키는 역할을 한다. 브랜드 컬러는 당신의 음식점이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특별한 제안이나 약속(concept)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자기만의 고유한 브랜드 컬러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자부심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이유다.
작더라도 당신의 음식점이 강렬한 브랜드 컬러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빛의 속도로 전달되어 소비자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쉽게 당신의 브랜드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음식점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회상(回想, recall)되고, 재인(再認, recognition)되어야 한다. 주의 깊게 선택한 브랜드 컬러는 그것을 도와줄 것이다.
멋지고 세련되어 보이는 브랜드 컬러를 소유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요즘 브랜드 컬러를 잘 변주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새로움을 경험하게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는 얼마 전 매장을 보라색으로 잠시 변주했다.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모든 상품을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활용해서 전 세계 매장의 파사드와 인테리어, 상품과 포장지, 직원 유니폼까지 보라색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앤 코(Tiffany & Co.)를 떠올리게 만드는 브랜드 컬러는 선명한 민트색이다. 그런 티파니가 민트색 대신 노란색이 가득한 팝업 스토어를 베버리 힐즈에 열었다. 입구부터 내부까지 노란색이 칠해진 것은 물론, 상품과 쇼핑백까지 잠시 노란색으로 바꾼 것은 브랜드에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젊은 고객들의 관심을 끈 티파니는 전 세계에 노란색 팝업 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당신에게 브랜드 컬러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만들어라. 브랜드 컬러가 있어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면 서둘러서 바꿔라. 브랜드 컬러를 간판과 파사드, 인테리어, 상품과 포장지, 직원 유니폼에 적용하자.
그리고 가끔씩 컬러를 바꿔서 재미있고 위트 넘치는 변주를 시도해보라. 인테리어를 뜯어 고치지 않더라도 고객들은 당신의 브랜드를 계속해서 신선하며 매력적인 브랜드로 생각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고객의 삶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간단한 검색과 클릭만으로도 음식까지 소비할 수 있는 세상이다. 온라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는 충족될 수 없는 것, 차별화된 포인트를 구현해야 한다. 지루하지 않도록 변주해야 한다. 브랜드의 콘셉트( 신념, 가치관, 약속)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공간에 담아서 전달해야 한다.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청운대학교/세종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 작가, 공간경험디자이너
F&B 같은 상업 공간에서의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과 프로젝트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대학과 기업,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쓰면서 공부하며, 독자들과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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