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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익준 Sep 28. 2021

오프라인 음식점, 나만의 미장센을 연출하라!

식품저널, 2021년 10월호


미장센(Mise-en-Scène)은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장치, 조명 등에 대한 총체적인 계획’을 하거나, 이러한 결과물에서의 표현으로서 연출가가 무대나 프레임 위의 모든 시청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행위다. 장면화(場面化, putting into the scene)하는 것을 말한다. 미장센은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어떤 미학적 결과를 낳는가에 따라 사람들에게 평가된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들은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만 갖고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좋은 경험을 줄 수 없게 되었다. 나만이 제공할 수 있는 그런 미장센이 있어야만 한다. 이제는 오프라인 음식점도 멋진 영화 한 편을 만들 듯이 음식점을 만들어야 한다.


멋진 영화의 장면을 만들고 연결하듯 고객의 여정을 따라서 나만의 미장센을 연출하자.


영화관객들은 객석에 앉아서 영화를 본다. 카메라 렌즈와 배우들의 움직임을 따라 정교하게 계획, 촬영, 편집된 장면을 보면서 감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경험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미장센을 통해서다. 반면 음식점에서는 고객들이 움직인다. 계획된 동선(動線)을 따라 객석으로 이동하면서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조명, 색채와 질감, 디스플레이 소품, 음향과 음악 등을 통해서 음식점의 철학(비전과 미션)과 고객에 대한 약속(콘셉트)를 경험한다. 따라서 매장의 동선 계획은 영화의 장면처럼 만들어야 한다. 고객의 여정을 따라 경험을 고려하며 연결되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도착한 고객들의 여정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당연히 파사드(Facade)다. 파사드는 간판을 포함한 건물이나 상점의 외관을 말하며 고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터치포인트로 내점충동과 시도구매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접점이다. 미장센은 바로 매장의 파사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례의 음식점은 제주 흑돈 특수부위 전문점이다. 제주 흑돼지라는 향토 음식의 진정성이 파사드에서 시각적으로,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검정색 처마, 전통 현판을 재해석한 간판, 제주민가의 정랑,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황토 담장, 오죽(검정색 대나무), 수제 벽화, 아기자기한 연못, 손 글씨 로고가 새겨진 목재 문손잡이 등으로 특유의 미장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주 향토 음식의 이미지가 느껴지도록 처마, 현판식 간판, 정랑, 현무암, 황토코트, 오죽(대나무), 벽화, 작은 연못, 로고가 새겨진 문손잡이 등으로 미장센을 만들었다.


색과 질감에서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감성 이미지를 이용해 특유의 미장센을 연출하자.


영화의 색감(色感)이 영상미를 결정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음식점의 미장센도 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색은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다. 전달하고 싶은 감성이미지에 적절한 색을 조합하고 매장에 적용하면 고객들에게는 감성이미지가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 색과 함께 전달되는 미장센 연출 요소는 질감이다. 질감은 소재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독특한 느낌이다. 질감은 모든 사물에 존재한다. 질감은 물체의 형태나 색채와 함께 어울려서 시각적인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질감은 접촉보다는 시각적 경험을 통해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대리석처럼 광택이 나는 매끈해 보이는 소재의 질감과 현무암이나 황토처럼 광택이 없고 거친 질감의 소재는 전혀 다른 미장센을 연출하게 된다. 사례 음식점 인테리어에서는 황토코트, 우드타입 인테리어 필름, 바다색 인조가죽, 대리석 테이블, 테라죠 문양 PVC타일, 목재 의자 등을 사용해서 중채도 중명도의 색을 많이 사용하는 전통적 한국민가의 미장센을 완성해 나갔다.


황토코트, 우드타입 인테리어 필름, 인조가죽, 대리석문양 테이블, 테라죠 문양 PVC타일, 목재 의자 등을 사용해서  전통적 한국 민가의 미장센을 완성해 나갔다.


빛을 이용해 부드럽고 따뜻함이 감도는 미장센을 연출해 보자.


똑 같은 인테리어를 했더라도 빛의 연출이 달라지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흔히 영화를 ‘빛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영화에서는 빛을 비추는 방향과 톤, 성질에 따라서 입체감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은 빛으로 영화배우의 심리를 묘사할 수도 있으며, 서정적인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공포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 역시 빛의 예술이다. 음식점 인테리어를 할 때도 빛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야 한다. 빛을 비추는 방향과 높이, 조명의 색온도, 밝기와 같은 것을 이용하면 음식점의 미장센을 조절할 수 있다. 구이전문점은 따뜻함이 감도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사례의 음식점에서 부드럽게 확산되는 이미지는 벽면 소파 뒤의 간접조명과 벽면의 소품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로 만들어지고 있다.


빛을 비추는 방향과 높이, 조명의 색온도와 밝기와 같은 것을 이용하면 음식점의 미장센을 조절할 수 있다.


스토리가 있는 디스플레이 소품을 이용해 음식점의 미장센을 연출해 보자.


음식점 미장센 연출의 디테일을 완성시키는 것은 소품 같은 장식물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이용한 가상의 창문에 동영상 콘텐츠를 결합한 가상 윈도우도 출시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나 도시 풍경을 생생한 사운드를 곁들여 실재감 있게 경험케 하는 디지털 기술로 이런 시도가 가능해졌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사람들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하게 만들 수 있다.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맞춰 계속 변화하는 음식점의 미장센을 연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이용한 가상의 창문에 동영상 콘텐츠를 결합한 가상 윈도우도 출시되고 있다.


시각적 경험을 강화시키는 음향과 음악으로 음식점의 미장센을 만들어 보자


음식점 미장센 연출 요소의 마지막 요소는 음향과 음악이다. 배경음악(BGM),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사운드를 바꿔 주기만 해도 독특한 미장센을 연출할 수 있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즐거운 경험, 놀라운 경험, 기억나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각적인 방법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소리까지 이용해서 오프라인의 공간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이용해서 편안한 공간, 의미가 있는 공간, 즐거움과 조화가 느껴지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보자. 하루의 변화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사운드를 바꿔 주자. 계속 새롭고 변화되는 생동감 넘치는 음식점의 미장센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인포마이너 (InforMiner)


F&B 같은 상업 공간에서의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와 컨설팅을 하며 대학과 단체 등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쓰면서 공부하며 구독자들과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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