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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기꺼이 '그 계단'을 오르게 만드는 법

1층의 비싼 월세 대신, '경험'을 설계하는 5가지 방법

by 잇쭌


1층의 살인적인 임대료. 수많은 사장님들이 이 현실적인 벽 앞에서 2층, 3층, 혹은 지하를 선택합니다. 저 역시 그 용기 있는 선택에 늘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가게 문을 열고 나면, 우리는 매일같이 또 다른 '벽'을 마주합니다. 바로 고객의 눈앞에 놓인 '계단'입니다.


고작 열댓 개에 불과한 그 계단이, 고객에게는 마치 에베레스트산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1층 가게는 '쓱' 들어가면 그만이지만, 2층 가게는 고객에게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2층 가게는 이 불안한 고객의 마음을 방치합니다. 어둡고 삭막한 계단, 정체불명의 전단지가 붙은 벽, 낡은 메뉴판... 이것은 '초대장'이 아니라 "굳이 올라오지 마세요"라는 경고처럼 보일 뿐이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계단은 '핸디캡'이 아니라 1층 가게는 절대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고객이 '기꺼이' 그 계단을 오르게 만드는, '올라오는 수고'를 '설레는 경험'으로 바꾸는 5가지 공간 연출법을 소개합니다.



1. 1층에서 시작되는 '설렘'


2층 가게의 첫 번째 비극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는 것'입니다. 고객은 2층 간판을 보려고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1층 보도블록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는 그 '1층'에서 고객의 발목을 잡아야 합니다.


바람에 날아갈 듯한 X배너나 정보만 가득한 메뉴판 말고요. 고객의 마음에 '말을 거는' 감성적인 신호가 필요합니다.


일본 교토의 골목길 식당들을 떠올려보세요. 그들은 작지만 정갈하게 디자인된 'A형 입간판(A-frame sign)' 하나로 가게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손글씨, 오늘의 특별 메뉴, 혹은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같은 따뜻한 문구 하나가 고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파스타 12,000원"이 아니라, "오늘 셰프가 직접 공수한 통영 굴로 만든 어란 파스타, 2층에서 기다릴게요."라는 메시지가 고객의 마음에 '궁금증'이라는 작은 불씨를 지핍니다.



2. '지루한 통로'를 '기대감'으로 채우는 법


자, 고객이 1층의 '초대장'을 보고 계단 앞에 섰습니다. 바로 이 순간부터 고객의 '경험'은 시작된 것입니다. 이 소중한 '첫인상'을 어둡고 지루하게 방치하시겠습니까?


계단은 더 이상 건물주의 영역이 아닙니다. 사장님의 '가게'입니다.


빛으로 길을 밝혀주세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밝은 곳을 향합니다. 어두운 계단은 불안하지만, 따뜻한 색(Warm White)의 간접 조명으로 밝혀진 계단은 '특별한 공간'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집니다.


소리와 향기로 환영해주세요: 왜 1층에서부터 잔잔한 음악 소리가 들리게 하지 않나요? 왜 입구에서부터 은은한 커피 향이나 기분 좋은 아로마 향이 나게 하지 않나요? 청각과 후각은 시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고객의 '기대감'을 자극합니다.


계단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우리 가게라는 '본편'을 만나기 전 '설렘 가득한 예고편'이 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3. 문을 여는 순간, "아, 올라오길 잘했다!"


고객이 마침내 2층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아, 올라오길 잘했다!"라는 감탄사가 나와야 합니다. 그 '수고'에 대한 '보상'이 즉각적으로 주어져야 하죠.


만약 2층의 공간이 1층과 별다를 바 없다면, 고객은 "다음엔 그냥 1층 가지"라고 생각할 겁니다.

2층은 1층이 절대 가질 수 없는 명확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밖'을 선물하세요: 1층은 행인의 시선과 소음에 노출되지만, 2층부터는 '뷰(View)'가 생깁니다. 꼭 바다나 강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서울숲의 푸른 나무, 강남대로의 야경, 혹은 그저 평범한 골목길의 정겨운 풍경이라도 '통창'을 통해 바라보면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여유'를 선물하세요: 1층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히 대화하고 싶은 고객층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1층보다 넓은 면적을 활용해 테이블 간격을 넓히고, 안락한 소파를 배치하세요. "우리는 1층의 혼잡함 대신, 2층의 여유로움을 팝니다."



4. '찾기 힘든' 가게가 '나만 아는' 가게가 될 때


"찾기 힘들다"는 약점을 "찾아내는 즐거움"으로 뒤집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장소', '나만의 아지트'를 소유하고 과시하고 싶어 합니다. 2층은 이 '아지트 심리'를 자극하기에 완벽한 조건입니다.


"이렇게 찾기 힘든 곳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이 감탄사만큼 강력한 바이럴 마케팅은 없습니다. 찾기 어렵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아무나 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가게의 '물'을 관리하는 강력한 필터가 되어줍니다.


SNS 마케팅을 할 때도 "아는 사람만 아는", "나만 알고 싶은", "어른들의 숨겨진 아지트" 같은 키워드를 활용해 보세요. 이는 고객에게 '인사이더(Insider)'가 되었다는 특별한 소속감을 줍니다.



5. 계단 앞에서 망설이는 고객의 등을 밀어주는 '한마디'


자, 앞의 4가지가 완벽해도 고객은 계단 앞에서 마지막으로 '망설'입니다.


"괜히 올라갔다가 별로면 어떡하지?"


이 순간, 고객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가게 이름을 검색합니다. 바로 이 순간이 승부처입니다.


'보상'을 미리 보여주세요: 고객이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될 사진은, 우리가 '보상'으로 준비해 둔 그것이어야 합니다. 압도적인 뷰, 감각적인 인테리어, 먹음직스러운 시그니처 메뉴 사진이 고객의 마지막 망설임을 제거합니다.


'리뷰'가 등을 밀어줍니다: "올라올 만한 가치가 있어요", "뷰가 정말 좋아요", "계단이 힘들었지만 보상받는 기분" 같은 먼저 경험한 고객들의 '진짜 후기'야말로, 아직 올라오지 않은 고객의 등을 밀어주는 가장 강력한 '보증수표'입니다.




2층 가게 사장님 여러분.


고객이 계단을 오르지 않는 것을 '입지 탓'으로만 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1층에서 고객을 유혹하지 못하고,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 아무런 즐거움도 설계하지 않았으며, 막상 올라왔을 때 1층과 다를 바 없는 '보상'을 제공한 우리의 '전략 부재' 탓일 수 있습니다.


1층 가게가 '편의성'을 판다면, 2층 가게는 '경험'을 팔아야 합니다.


1층 가게가 '우연한 방문'에 기댄다면, 2층 가게는 '의도된 여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 계단은 장애물이 아닙니다.


당신의 레스토랑이라는 멋진 공연의 '서막'을 알리는 첫 번째 무대입니다. 그 무대를 예술로 만들어보세요. 고객은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그 계단을 오를 것입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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