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줄 서는 식당'은 왜 손해 보는 장사를 할까?

'공짜 커피'의 역설

by 잇쭌

공간이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설계하고, 사장의 매출을 만드는가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큰맘 먹고 찾아간 SNS 속 '그 맛집'. 하지만 도착과 동시에 마주하는 건, 문밖으로 길게 늘어선 대기 줄입니다. 번호표를 받아 들고는 내적 갈등이 시작되죠. '이걸 기다려, 말아?' 30분을 서서 기다리다 보면, 설렘은 어느새 지루함과 피로로 변해버립니다.


그런데 어떤 식당은 이 경험이 사뭇 다릅니다. '한소반쭈꾸미' 같은 곳들이죠. "대기 30분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직원이 가리키는 곳은, 뜻밖에도 식당 옆에 떡하니 자리 잡은 별도의 '카페'입니다. "저기서 무료 커피나 아이스크림 드시면서 기다리시면, 카톡으로 알림 드릴게요."


'공짜 커피'라니. 15,000원짜리 밥을 먹으러 왔는데, 밥 먹기도 전에 5,000원짜리 커피를 대접받는 기분입니다. 30분의 '고통'은 30분의 '여유로운 휴식'이 됩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커피까지 공짜로 주다니, 정말 남는 게 있을까?" 고객은 15,000원을 내고 3만 원짜리 환대를 받았다고 느끼며, 이 '혜자로운 경험'에 감동해 기꺼이 '단골'이 됩니다.


하지만 레스토랑 경영과 공간을 컨설팅하는 제 눈에는, 이 '무료 카페'가 단순한 '서비스'로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사장님이 그저 '퍼주기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다면, 그분은 아마추어일 겁니다. 5억 원을 투자한 경영자가, 그 비싼 땅에 돈 한 푼 안 되는 '공짜 커피' 공간을 만들 리가 없으니까요.


이 '무료 카페'는 서비스의 탈을 쓴, 무섭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전략적 공간'입니다.



'줄 서는 식당' 사장님의 두 가지 악몽


먼저, 성공한 식당 사장님들이 매일 밤 겪는 두 가지 '악몽'을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 악몽: '기다리다 지쳐 떠나는 손님' 30분을 기다리던 손님이 "대체 언제 들어가?"라며 포기하고 떠나는 순간, 그건 눈앞에서 놓쳐버린 '매출'입니다.


두 번째 악몽: '식사를 마치고 떠나지 않는 손님' 밖에는 손님이 줄을 섰는데, 이미 식사를 마친 테이블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1시간째 요지부동입니다. 사장님은 속이 타들어가지만, "나가달라"고 말하는 순간, 15,000원의 매출을 올리고 '평생 단골'을 잃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딜레마는 '더 맛있는 음식'이나 '더 친절한 응대' 같은 '요리사'의 영역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시스템'과 '설계'의 영역, 즉 '경영자'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무료 카페'는, 이 두 가지 악몽을 너무나도 우아하고 영리하게 해결하는 '마스터키'입니다.



공항 관제탑처럼 공간을 설계하다


이 80평짜리 레스토랑을 하나의 '공항'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식사 공간(홀)'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Runway)'입니다.


'고객(손님)'은 '비행기'입니다.


'매출'은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린 횟수(테이블 회전율)에 비례합니다.


공항의 생명은 '활주로'가 단 1분도 비어있거나 막혀있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레스토랑의 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활주로(식사 테이블)'가 멈추는 순간, 매출도 멈춥니다.


이때, '무료 카페'는 이 공항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VIP 라운지'이자 '계류장(Apron)' 역할을 합니다.



1. '기다림의 고통'을 '환대의 경험'으로 바꾸는 마법


첫 번째 악몽, '기다리다 지쳐 떠나는 손님'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Before]: 손님이 식당 입구에서 30분을 서서 기다립니다. 팔짱을 끼고, 시계를 봅니다. '지루함', '피로', '불만'이 쌓입니다.


[After]: 직원이 정중하게 말합니다. "고객님, 저쪽 전용 카페에서 무료 커피 드시면서 편하게 기다리시면, 카톡으로 알림 드리겠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고객은 '줄'을 서는 대신 '카페'에 앉습니다. '지불(식사)'하기도 전에 '보상(무료 커피)'을 먼저 받습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지각된 대기 시간(Perceived Wait Time)'을 0에 가깝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30분의 '고통스러운 시간'은 30분의 '대접받는 시간'으로 치환됩니다. 고객은 기꺼이 기다리고, 대기 이탈률은 획기적으로 떨어집니다.



2. '우아하게 내보내는' 환대의 기술


두 번째 악몽, '식사 후 떠나지 않는 손님'은 어떻게 해결할까요?


[Before]: 식사를 마친 손님이 1시간째 대화를 나눕니다. 사장님은 초조하게 그 테이블을 쳐다봅니다. 손님은 그 '눈총'을 느끼고 불쾌해집니다. "다시는 여기 안 와."


[After]: 직원이 정중하게 말합니다.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혹시 대화 더 나누실 거면, 저희 옆에 훨씬 더 편안한 카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무료 커피 드시면서 천천히 즐기다 가십시오."


이것은 "나가달라(Kick Out)"는 무례한 압박이 아닙니다. "더 좋은 곳으로 모시겠다(Upgrade)"는 '환대(Hospitality)'입니다.


고객은 기분 좋게 '활주로(식사 테이블)'를 비워주고 'VIP 라운지(카페)'로 이동합니다. 사장님은 '활주로'를 즉시 확보해 다음 '비행기(고객)'를 받습니다.


고객은 '대접'받았다고 느끼고, 사장님은 '회전율'을 얻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공간 마케팅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Win-Win'입니다.



3. '비용'인가, '투자'인가 : 숫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래도 30평짜리 카페 공간의 월세와 커피 원가는 어떻게 감당하죠? 그건 명백한 '손해' 아닌가요?"


'요리사'의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눈에는 다르게 보입니다. 경영자에게 그 '월세'는 비용(Cost)이 아니라, 매출을 견인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Investment)'입니다.


조금만 숫자를 들여다볼까요?


'무료 카페'(30평) 운영에 드는 월 고정비 (월세, 원두 값, 관리비 등): 월 500만 원


이 카페가 창출하는 '직접 매출': 0원


장부상으로는 매달 500만 원의 적자가 찍힙니다. 하지만 '경영자'는 다른 장부를 봅니다.


'식사 공간'(50평, 60석)이 이 '카페(버퍼 존)' 덕분에 하루 테이블 회전율이 0.5회(저녁 장사)만 더 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추가 발생 매출: 60석 x 15,000원(객단가) x 0.5회전 = 450,000원 (일)


월 추가 매출: 450,000원 x 30일 = 월 1,350만 원


결과가 어떻습니까? 월 500만 원의 '투자'가 월 1,350만 원의 '추가 매출'을 창출했습니다. (물론 여기엔 변동비가 빠져있지만, 고정비를 상쇄하고도 남는 엄청난 이익입니다.)


이것이 '공간이 곧 전략'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무료 카페'는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니라, 돈을 벌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글을 마치며: 당신의 공간은 '일'을 하고 있습니까?


이 '패키지형 전문점'의 전략은 비단 외식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의 일과 삶, 그리고 우리가 머무는 모든 공간에 대한 질문입니다.


당신이 만약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면, 고객이 기다리는 공간은 어떤가요? 그저 차가운 복도에 플라스틱 의자만 놓여있진 않습니까? 식사를 마친 손님에게 "나가달라"는 눈치를 주는 대신, 그들이 기분 좋게 자리를 옮길 만한 '작은 장치'라도 마련해 두었습니까?


'무료 카페'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장님의 철학이 담긴 '시스템'이며, 고객의 동선과 심리를 설계하는 '전략'입니다. 그것은 사장님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기다림'과 '느린 회전율'을 해결하기 위해, 공간 그 자체가 스스로 '일'을 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공간을 둘러보십시오. 당신의 공간은 그저 비싼 월세만 축내는 '짐'입니까? 아니면, 고객을 감동시키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0.1평까지도 치열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까?


공간은 그저 '배경'이 아닙니다. 공간은 '전략'이고, '메시지'이며, 때로는 당신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가장 똑똑한 직원'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심비' 식당, 왜 사장님 통장은 비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