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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심비' 식당, 왜 사장님 통장은 비어 있을까?

'줄 서는 맛집'의 화려함 뒤에 숨은, 숫자의 역설

by 잇쭌

주말이면 1시간씩 줄을 서야 하고, 드넓은 주차장은 이미 만차입니다. 소셜미디어 피드에는 "이 가격에 이 모든 걸?"이라는 찬사가 넘쳐흐릅니다. 외식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성공의 그림이 있을까요.


'월 매출 1억'이라는 마법 같은 숫자. 분명 그 식당은 그 숫자를 훌쩍 넘겼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 '성공한' 사장님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면 통장이 아슬아슬하고, 정작 본인은 몇 달째 제대로 된 월급 한번 가져가지 못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이 기이하고도 슬픈 역설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사장님이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그분들은 그저, '너무나도 매력적인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심비'라는 이름의, 화려하지만 무거운 시스템이 파놓은 '손익분기점(BEP)의 함정'입니다.



'가심비'라는 이름의 값비싼 약속


우리는 '가성비'의 시대를 지나 '가심비'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가성비(價性比)'가 "1만 원 내고 1만 원어치 만족"을 추구하는 합리적 계산이라면, '가심비(價心比)'는 "1만 5천 원을 냈는데 3만 원짜리 대접을 받았다"고 느끼는 '심리적 이득'입니다.


'한소반쭈꾸미' 같은 패키지형 전문점은 이 가심비를 영리하게 극대화한 모델입니다.


15,000원을 냈는데, '무료'로 고르곤졸라 피자가 나옵니다.


15,000원을 냈는데, '무료'로 시원한 묵사발과 샐러드가 나옵니다.


15,000원을 냈는데, 식사 후 '무료'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주는 별도의 멋진 카페까지 있습니다.


고객은 열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돈이 귀하게 쓰였다는 만족감, 기대 이상의 환대를 받았다는 충족감.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이 모든 '무료'와 '대접'은 공짜가 아닙니다. 그것은 모두 사장님이 지불한 '비용'입니다.


이 '3만 원짜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장님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


높은 원가율: '무료' 피자와 커피도 결국 원가입니다. 일반 식당의 원가율(35%)보다 훨씬 높은, 45%에 육박하는 변동비를 감수해야 합니다.


막대한 초기 투자: 3만 원짜리 경험을 주려면, 인테리어가 1만 원짜리처럼 보이면 안 됩니다. 넓고 쾌적한 홀, 별도의 카페 공간, 수십 대를 수용하는 거대한 주차장. 이 모든 '규모'를 갖추기 위해 최소 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가심비 레스토랑'의 본질입니다. 이는 '골목식당'이 아니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자본집약적 장치산업(裝置産業)'입니다. 시작부터가 다릅니다.



"월 8,500만 원은 벌어야 본전입니다"


자, 이제 이 5억 원짜리 '공장'을 돌리는 사장님의 한 달짜리 장부를 조심스레 들여다봅시다. (이전 분석의 80평 매장 기준)


[A] 월 고정비 (내가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


월 임차료 (주차장 포함): 1,200만 원


인건비 (홀 5, 주방 4 + @): 2,500만 원


감가상각비 (시설 투자 3.5억 / 5년): 580만 원


기타 (수도광열비, 관리비 등): 420만 원


월 고정비 합계: 약 4,700만 원


[B] 1인당 이익 (고객 1명당 남는 돈)


객단가 15,000원 기준


원가율: 45% (피자, 커피 원가 포함)


1인당 공헌이익: 15,000원 x (1 - 0.45) = 8,250원


자, 이제 한 달에 최소 몇 명의 손님을 받아야 이 4,700만 원의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을 메꿀 수 있을까요?


월 손익분기점(BEP) 고객 수: 47,000,000원 / 8,250원 = 약 5,696명


월 손익분기점(BEP) 매출: 5,696명 x 15,000원 = 약 8,545만 원


무슨 뜻입니까? 이 사장님은 한 달에 8,500만 원어치를 팔아야 '겨우 본전(이익 0원)'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던 '월 매출 1억'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초라해 보이지 않습니까? 1억 원을 팔아도, 사장님 손에 남는 영업이익은 고작 1,455만 원(1억 - 8,545만)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함정입니다. '가심비' 모델은 그 태생부터가 일반 식당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무거운 고정비'라는 족쇄를 차고 시작하는 게임입니다.



'장부상 이익'과 '통장 속 현금'이라는 잔인한 착시


"그래도 1억 팔아서 1,200만 원(영업이익률 12%) 남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계산의 편의상 1억 매출에 12% 마진, 즉 1,200만 원 이익으로 가정해 봅시다.)


맞습니다. '회계 장부' 상으로는 1,200만 원의 이익이 났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절망하는 이유는, 그 1,200만 원이 '현금'으로 통장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공장'을 짓기 위해 5억 원을 투자할 때, 우리는 보통 3억 원 정도는 대출을 받습니다.


대출금 3억 원 (5년 상환, 이자 5% 가정)


월 상환 원리금: 약 570만 원


자, 이제 사장님의 '통장'을 기준으로 돈의 흐름을 다시 봅시다.


장부상(P&L)으로 1억을 팔아 이익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회계상 이익은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 전 이익)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장부상 현금(EBITDA) 발생: 영업이익(1,200만) + 감가상각비(580만) = 약 1,780만 원


하지만 이 돈을 '먼저' 가져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1순위. 은행: 대출 원리금 상환 (-570만 원) 2순위. 국가: 부가가치세(매출의 10%... 물론 매입공제가 있지만) 및 각종 세금. (최소 -수백만 원)


1,780만 원이라는 '장부상 현금'은, 은행과 나라가 먼저 떼어 갑니다. 결국 사장님은 1억 원어치를 팔고도, 대출 원금을 갚고 세금을 내고 나면 본인 월급 하나 가져가기 빠듯한 '황금 쳇바퀴' 위에 올라탄 셈입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사장님'을 꿈꿨지, '시스템의 노예'를 꿈꾸지 않았다


이것이 '가심비' 모델의 본질입니다. 이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아니라, '하이 리스크, 하이 스케일(High-Scale)' 모델입니다.


이 시스템은 사장님에게 '1호점'의 이익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1호점에서 나오는 모든 현금은 시스템을 유지하고(고정비), 시스템을 짓는 데 쓴 빚을 갚고(대출), 시스템을 확장하는 데(2, 3호점) 재투자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모델로 성공한 분들은 '요리사'가 아니라, 10개, 20개의 '공장'을 복제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낸 '자본가'입니다.


저는 이 모델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외식업을 '산업'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외식 창업을 꿈꾸는 당신에게, 그리고 이미 그 길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장님들께 이 인간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꿈꿨던 '월 1억 사장님'의 모습은, 통장에 찍히는 1억이라는 '매출'이었습니까? 아니면 그 돈을 기반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유로운 저녁을 즐기고, 나 자신에게 떳떳한 월급을 주는 '삶'이었습니까?


'가심비'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5억 원짜리 공장을 짓기 전에, 우리는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매일 8,500만 원의 본전을 걱정하며 이 쳇바퀴를 돌릴 체력이 있는가?" "나는 1억을 벌어도 내 돈이 없는 이 '현금흐름의 역설'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매출 1억이라는 숫자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사장님을 웃게 하는 것은 '매출'이 아니라,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내 통장에 남는 '현금'입니다. 화려한 '가심비'의 이면에는, 그 모든 비용을 감당하며 시스템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부품이 되어야 하는 경영자의 눈물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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