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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아한 호객(呼客)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고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빛의 대화법'에 대하여

by 잇쭌

우리는 흔히 '호객 행위'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관광지 식당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팔을 붙잡거나, 부담스러운 전단지를 코앞에 들이미는 장면들 말이죠.


하지만 상업의 본질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본다면, 호객은 문자 그대로 '고객을 부르는(呼) 행위'이자, 나의 공간이 여기에 있음을 세상에 알리는 생존의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방식입니다. 현대의 소비자는 똑똑하고 예민합니다. 누군가 억지로 끌어당기면 반작용으로 더 멀리 달아납니다. 그렇다면 가장 우아하고, 거부감 없으며, 심지어 가장 효율적인 '부름'의 기술은 무엇일까요?


저는 공간 전략가로서 단언컨대 그것은 직원의 목소리나 전단지가 아니라,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24시간 쉬지 않고, 불평 한 마디 없이 행인의 발길을 매장 안으로 돌려세우는 '침묵의 영업사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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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가격을 따지지만, 본능은 '온기'를 찾는다


시계를 돌려 오늘 아침, 영하로 떨어진 출근길로 가봅시다. 칼바람이 부는 정류장에서 내려 사무실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어 있습니다.


이때 그들의 뇌를 지배하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본능입니다. "춥다. 따뜻한 곳이 필요하다. 위로받고 싶다."


이 시간, 거리의 카페들은 두 가지 표정을 짓습니다. 하나는 창백한 형광등 불빛(6000K)이 대낮처럼 쏟아지는 곳입니다. 마치 "어서 와서 카페인을 섭취하고 일하러 가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하나는 짙은 호박색(2700K) 불빛이 창문 밖으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곳입니다. 밖은 회색빛 겨울인데, 그곳만은 어린 시절 동화 속 오두막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추위와 어둠 속에서 '불빛'을 발견했을 때 안도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저 집 커피가 500원 더 비싼데"라고 계산할지 몰라도, 얼어붙은 몸은 이미 호박색 불빛이 있는 문을 밀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빛이 건네는 호객 행위입니다. 직원이 밖으로 나와 "들어오세요"라고 외칠 필요가 없습니다. 빛의 온도 그 자체가 "여기는 따뜻합니다"라고 말하는 가장 강력한 설득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 그리고 런던의 펍(Pub)


이러한 빛의 유혹을 예술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의 사람들(Nighthawks)>입니다. 어둡고 쓸쓸한 도시의 거리, 그 한가운데 통유리로 된 식당이 있습니다. 그 안은 환한 빛으로 가득 차 있죠. 우리는 그 그림을 보며 저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낍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둠과 빛의 '대비(Contrast)' 때문입니다.


주변이 어두울수록, 밖이 추울수록, 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더 극적으로 보입니다. 비가 잦고 겨울이 우울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펍(Pub)들을 보세요. 그들은 입구와 창가에 집착합니다.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창을 내고, 그 안에 황동색 기구와 붉은색 조명을 배치해 실내를 마치 '타오르는 난로'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것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와 같습니다. "이 비바람 치는 거리에서 당신을 구해줄 유일한 피난처가 여기 있다"는 메시지죠. 만약 그 펍들이 창문을 가리거나 입구를 어둡게 했다면, 런던의 그 수많은 퇴근길 직장인들이 홀린 듯 맥주잔을 기울이러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포장마차의 백열전구가 주는 위로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포장마차를 떠올려 볼까요? 인테리어라고는 비닐 천막이 전부인 그곳이 왜 그렇게 아늑하게 느껴질까요? 비밀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 위에 매달린 '백열전구' 하나에 있습니다.


그 노란 불빛이 천막 안을 가득 채우고 밖으로 새어 나올 때, 퇴근길 소시민들은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듭니다. 만약 포장마차 사장님이 효율을 따져 하얀 LED 형광등을 달아놨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그 맛이 나지 않았을 겁니다.


붉은 등(燈)이 흔들리는 이자카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간판에 '술 팝니다'라고 적는 것보다, 흔들리는 붉은 등 하나가 행인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뇌과학적으로 시각 정보는 문자 정보보다 6만 배나 빠르게 처리되니까요.



최저임금 없는 영업사원을 고용하세요


자영업 사장님들은 늘 인건비 걱정이 많습니다. 사람을 한 명 더 쓰면 그만큼 매출이 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죠. 그런데 왜 가장 싸고, 말 잘 듣고, 24시간 일하는 직원은 방치해 두시나요? 바로 '창가(Window)의 빛'이라는 직원 말입니다.


많은 매장이 해가 지면 간판 불은 켜지만, 정작 중요한 쇼윈도 조명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매장 안쪽 천장에 달린 조명으로 창가까지 대충 밝히려 하죠. 그러면 밖에서 볼 때 매장은 평면적이고 지루해 보입니다.


호객을 잘하는 가게는 창가에 무대 조명을 설치합니다. 창가 테이블 위에 예쁜 스탠드를 두거나, 창가 라인을 따라 따뜻한 펜던트 조명을 눈높이까지 내립니다. 이렇게 하면 밖에서 볼 때 그 조명들이 마치 '등대'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조명 아래 앉아 있는 손님은 그 자체로 행복해 보이는 '모델'이 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저 사람, 되게 분위기 있는 곳에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네. 나도 저기 앉고 싶다." 이것이 바로 빛이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이자, 고도의 호객 행위입니다.



마무리를 하며 : 스위치를 켜는 것은 마음을 켜는 것


장사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논리적인 설득보다는 찰나의 감각에 의해 열립니다.


"우리 가게 음식이 맛있어요", "가성비가 좋아요"라고 외치는 전단지는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버려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추운 밤, 거리를 따뜻하게 데우며 새어 나오는 호박색 불빛은 행인의 마음에 꽂힙니다.


당신의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고 있나요? 혹시 무표정한 얼굴로(어두운 조명), 혹은 너무 날 선 목소리로(차가운 형광등) "살 테면 사고 말 테면 마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진 않은가요?


오늘 밤, 잠시 가게 밖으로 나가 당신의 매장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질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의 빛은 지나가는 이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전구의 색을 바꾸고 조명의 위치를 창가로 옮기세요. 그것은 단순한 인테리어 공사가 아닙니다. 당신의 가게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일할, 그리고 영원히 불평하지 않을 최고의 영업사원을 채용하는 일입니다.


빛은 곧 언어입니다. 따뜻하게 말 거는 법을 잊지 마세요.




에디터의 한마디 고객을 부르는 가장 큰 목소리는 '빛'에서 나옵니다. 당신의 공간은 지금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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