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들과 섞여 식사를 하는 것에 불안한 사람들, 어떻게 해야 가게를 다시 찾게 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지금까지 대면(contect) 중심의 영업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했던 쇼핑, 관광, 음식, 숙박과 같은 업종들은 크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결과 위생에 대한 소비자인식도 강화될 것이며 비접촉 결제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이브스루나 픽업 매장을 흔히 볼 수 있게되며 전자상거래 이용자도 세대를 넘어서 증가할 것이다. 로봇직원 같은 언택트 서비스가 일상화되며 가상현실, 증강현실이 뒷받침된 홈쇼핑 같은 것들이 대면영업위주의 사업들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점들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코로나 이후 낯선 이들과 섞여 식사를 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게 된 소비자들이 어떻게 해야 내 가게를 찾도록 만들 수 있을까?”
내 가게를 찾아올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롭고 강력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른 가게와 차별화되는 가치나 비용의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소비행위를 할 때 추구하는 가치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기능적 가치다. 음식의 가격이나 시설의 상태, 직원들의 서비스 등에서 느끼는 가치이다. 기능적 가치는 이성적 소비자들을 가게로 찾아오게 만드는 데 영향력을 발휘한다. 두 번째는 상징적 가치다. 상징적 가치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거나 과시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가계를 찾게 만드는데 유용하다. 세 번째는 경험적 가치다. 소비자들에게 평소 다른 가게나 온라인, 비대면 소비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멋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이타적 가치이다. 사회적 가치라고도 하는데 소비자들이 내 가게에서 소비함으로써 자신들이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네 가지 소비 가치를 더욱 강화하거나 섞거나 제거해 줌으로써 음식점들은 소비자들이 가게를 찾아올 지금까지와 다른 새롭고 강력한 이유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경쟁자들과도 차별화를 할 수가 있다.
소비 가치 중심의 차별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과 동일한 유형의 가치를 더하는 방법이다. 기능적 가치에 기능적 가치를 더하는 전략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음식점의 대부분(86%)은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제공하던 가치가 가격과 같은 기능적 가치에 치우쳐 있을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게들이 자신의 기능적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경쟁자보다 더 빨리 소비자들이 느끼는 기능적 문제를 찾아내어 해결해 주는데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음식점을 이용할 때 걱정하는 것은 위생문제이다. 발 빠른 음식점들은 전기 살균 손 소독기나 홀 세면대를 설치하고 좌석 간에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해 음식점의 기능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 키오스크나 사이렌 오더 같은 전용앱을 이용해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기능적 가치에 기능적 가치를 더하는 차별화 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을 쪼개어 기능을 특화시키는 것도 기능적 가치를 더하는 전략 중 하나다. 얼마 전 스타벅스는 미국의 주요 대도시에서 영업 중인 매장 400여개를 18개월 안에 폐쇄하고 그 자리에 픽업(pick-up) 전용 매장을 만들기로 했다. 아울러 그 밖의 스타벅스 매장들도 모바일 주문을 통한 픽업 전용 코너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픽업고객은 스마트 폰에서 앱으로 주문과 결제를 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는 방식인 ‘사이렌 오더’가 활성화되면서 매년 증가해 왔는데 2019년에는 오피스 상권 고객의 32%가 사이렌 오더로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픽업고객이 늘면서 스타벅스는 시장을 쪼개어 기능을 특화시키고 기능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함으로써 기존 매장에 픽업 고객이 줄을 서는 병목현상도 줄이고 고객의 경험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고객은 대형 매장으로, 테이크 아웃을 원하는 고객은 픽업매장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속성의 추가가 아닌 기존 속성을 제거하는 것도 기능적 가치를 강화하는 방법이 된다. 기능적 가치를 강화하는 방법이 기능적 가치를 추가하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음식점의 기존 속성(가치)을 제거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때가 있다. 작은 음식점들은 전략적 마인드의 부재 속에 무의미한 가치, 부정적 가치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식 메뉴, 제공했지만 오히려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역 품질 서비스들이 그것이다. 이런 속성을 제거하고 기능적 가치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강조하는 것도 음식점이 기능적 가치를 더해 차별화를 강화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상징적 가치에 상징적 가치를 더하는 것도 같은 유형의 가치를 강화시키는 전략이 된다. 점심시간에만 가성비가 좋은 갈비탕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여 제공한다거나, 자주 찾는 단골손님들에게만 제공하여 줄을 세우는 전략이 그것이다. 상징적 가치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가계로 찾게 만드는데 유용하다. 음식점 메뉴의 스타일링에 신경을 쓰는 것도 상징적 가치를 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찍을 거리, 자랑 할 거리를 만들어 고객들이 SNS로 뽐낼 수 있게 만드는데도 이제는 신경 써야한다.
경험적 가치에 경험적 가치를 더하는 것도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경제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경험과 체험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맥시칸 패스트푸드 전문점 타코벨은 매년 새로운 메뉴 300~500개를 개발하고 그 중에서 20~30개를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내 놓으므로 고객들이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드라이브 스루 매출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밀레니얼세대의 욕구에 맞춰서 새로운 브랜드(칸티나)를 론칭했다. 인테리어나 간단한 주류판매와 같은 브랜드의 스타일 변경을 통해 타코벨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슈퍼마켓 알버트 하인(Albeert Heijin)은 자신들이 신선한 상품을 팔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이 매장에서 경험을 통해 알리고 있다. 알버트 하인은 매장의 한쪽에 ‘허브가든’이라는 수직 농장을 만들었다. 고객들은 매장에서 직접 채소를 캐고 바로 옆 싱크대에서 흙을 씻어 내고 무게를 달아 계산한다. 허브가든을 통해 집 앞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싱싱한 채소를 직접 수확하는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진익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