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계단 내려갈 때도 어지럼증이 멀쩡해져서 기분이 좋아요. 신이 나서 오전에 그려 보아요 으흠. 따라그리기 해 본 오늘의 그림은 <테이트 수채화 수업>에서 '루시아 노게이라'라는 작가의 물감 떨어뜨려 놓고 보이는 형상으로 만들어 가는 건데요.
이 책의 저자는 크게 몇 방울이 떨어지는 참고 자료를 담으셨지만 제 종이에는 작은 방울로 투두둑 떨어졌고 사람 얼굴이 보이길래 만져 보니 곱슬머리 남자가 되었어요.
영국문화원 영어회화 과정 들을 때 영국에서 온 강사 분들은 요즘 같은 날씨에 두꺼운 가죽 잠바 입고 너무 좋다며 해바라기를 하러 인도의 벤치에 앉아 있곤 했어요. 우리들은 너무 뜨겁다며 덥다며 카페로 들어가기 바빴는데 말이에요.
그게 영국에 가서야 이해가 되었죠. 음습한 겨울을 보낸 사람들이 봄이 되면 한낮의 태양을 즐기러 방 창문 앞 잔디로 다들 나오기 바빠요. 기숙사 방에서 연결해 꺼내온 커다란 그 시절의 카세트로 노래 크게 틀어 놓고 얇은 천 하나 깔고 엎드려 책을 읽어요. 그때 여기저기서 정말 많이 들리던 노래는 디나 캐롤의 'The Perfect Year'고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무지컬 베스트 앨범을 틀어놓고 그려서 그랬나 영국으로 온 마음과 정신이 또 달려갔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