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않은 독서의 끈

by 지니페이지

책 읽기를 좋아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중학교 때 뭘 했냐고 묻길래 돌이켜 생각해보니 공부하고 책읽은 것 밖에 기억에 나는 게 없다. 다른 친구들은 시험이 끝나고 나서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놀러 가기도 했는데, 나는 기가 쉽게 빨리는 성향이라 별로 끼고 싶지 않았다. 내 주변 친구들이랑 조금씩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학교에 있으면 비는 시간이 많았고, 공부의 양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쉬는시간이면 공책정리를 마무리하고 책을 펴 읽었고, 점심을 먹고 나면 도서부였어서 당번날이면 북트럭에 있던 책을 정리하고, 데스크를 보며 책을 빌려줬다.(코로나가 심했을 때라 책 소독이 필수였다) 당번이 아닌 날이면 도서관에 가 사서 선생님과 다른 도서부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많았고, 따듯한 사서 선생님이 지키고 계시는 그 공간이 좋았다. 중학교 졸업을 하게 되었을 때에는 사서 선생님도 같이 학교를 나오셨다. 각자의 꿈을 찾아 한걸음씩 더 큰 세상으로 내딛은 셈인데, 우리는 겨울이면 만나 인연을 유지했다. 서로에게 책 선물을 하기도 했고, 아직도 졸업한다고 도서부에게 주신 책갈피를 간직하고 있다.


행운이 담긴 인연 덕분에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연락을 했다. 힘들면 떠오르는 사람이었다. 기대고 싶은 존재이기도 했다. 언제나 나의 편일 것 같은, 나를 중학교 3년간 쭉 지켜봐오면서 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타인이었다. 연락을 하면 따듯한 메시지가 나를 반겨주었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엄청난 힘이 되었다. 특히나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중학교 때가 좋았다 싶고, 주변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괜히 주눅들고, 내가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을 때 나의 최근 소식을 들고 근황 연락을 드렸다. 마음 잡기가 힘들었을 때였는데 선생님의 온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 학교는 유독 행사가 많은 편이었다. 그런 활동들이 세특으로 직결되는 것은 맞았지만 수행평가와 모의고사, 내신만으로도 벅찬데 행사까지 많으니 상당히 바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은 나의 정신소모가 많았을 거라며 공감해주셨고,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어떻게 하면 회복되는지 알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너무 멋지다며 나를 다독여주시고 앞으로를 응원해주셨다. 멀리서도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따듯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지치는 시점마다 연락을 하게 되어 나만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아 죄송스런 마음도 있지만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하나 둘씩 가입하던 시기에 나도 가입했다. 처음에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꽃을 신문지에다 받아온 이야기, 푸른 바다 이야기 등등을 업로드했다가, 환경 도서 리뷰를 올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북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엄마가 멋져 보였는지 나도 북스타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읽고 리뷰했고, 그게 쌓이고 쌓여 점점 팔로워도 늘고 인친들도 많이 생겼다. 출판사를 팔로우하고 있다 보니 출판사에서 모집하는 서평단 활동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하나씩 서평단에도 참여하니 집에도 책이 많이 쌓였고, 중학교 3학년 말에는 거의 매일 서평을 올렸을 정도로 활동을 활발히 했다. 다른 북스타그래머들의 계정에 들어가 리뷰를 보면서 읽고 싶은 책을 저장해뒀고, 환경관련 도서도 많이 봤다. 그때는 진로를 환경관련 쪽으로 희망하고 있었고, 기후위기 시대를 생각하거나 환경보호를 떠올리면 심장이 뛰었다. 그레타 툰베리가 나의 롤모델이었다. 기후위기와 연관된 주제를 주고 영상을 찍는 대회가 있었는데, 그 대회에도 매년 꼬박꼬박 찍어 제출했다. 환경 실천을 주제로 하는 책을 출판해보고 싶기도 했다.


고등학생이 될 때 많은 북스타그래머 분들이 고등학생으로서의 삶을 응원해주셨다. 어떤 분들은 중학생 때만큼 읽기 어렵다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라고 하셨다. 고등학생 때는 잠시 책과 멀어졌다가 대학생때 마음껏 읽으셨다는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나는 과연 어떨지 궁금했고, 따로 계획을 짜지는 않았다. 상황 보고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책은 나와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해서 첫 주는 캐리어에 에세이 두 권을 챙겨 가서 나의 침대 옆 선반에 꽂아두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여전히 인스타를 들어가면 인친들의 리뷰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고, 고등학생이 되니 이런 리뷰를 여유롭게 읽을 시간이 나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를 실감했고, 당연하게도 공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래도 책은 읽고 싶어서 기숙사 쉬는시간이나 아침에 준비를 다 하고 남는 시간에 짬짬히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 현실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잠시 떠나갈 수 있었고, 도피처럼 보이는 힐링을 할 수 있었다. 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보면서 위로를 얻었다. 학기 초 체육시간에 내가 다리가 다쳤어서 그 통증으로 아파서 못 하고 우리반 친구들이 체육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그 시간이 아깝다고 뭐라도 하라며, 다음주부터는 책이라도 가져와서 보라고 해주셨다. 학기 초에는 원래 몸을 쓰면서 친해지는 법인데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쉬웠지만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좋았다. 사실 그 때는 책 읽을 시간에 공부나 더 하지, 라는 생각 때문에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강단 있게 오늘 공부는 이정도면 됐다, 하고 깔끔한 결단을 내린 후에 책을 읽을 수도 있었지만 그럴 강단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보면, 한 자라도 더 보고, 한 문제라도 더 풀면 뭔가가 달라질 것만 같았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그래도 주말이면 주중에 읽었던 책들로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친구들 중에서는 공부를 한다고 시험기간에는 잠시 인스타그램을 지우거나, 아예 비활성화로 돌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나는 그러지는 못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오래도록 알아온 사람들과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소통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영영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시험기간에는 바빠서 업로드하지 못했지만 시험기간이 아닌 날에는 조금이라도 읽으려고 했고, 돌이켜보면 그렇게 한 것이 지속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달이 바뀌면 희망도서를 신청할 수 있다. 인스타 리뷰를 보고 저장해 둔 신작들을 주로 신청했다. 찾으러 오라는 문자는 다행이도 주로 목요일에 왔는데, 희망도서를 찾을 수 있는 기간은 3일이다. 목, 금, 토. 이렇게 그 문자를 받은 주에는 토요일이면 도서관 나들이를 가서 희망도서를 찾고 다른 도서들도 빌려왔다. 그러면 그 책들을 몇 권 캐리어에 넣고 읽고 리뷰하는 행복한 순환을 반복했다.


학교에는 나 말고도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종종 책 이야기를 했고, 좋아하는 작가가 겹치는 우연도 마주했다. 서로 책을 빌려주기도 했고, 기숙사에 우리만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도 했다. 별다른 말 보다도 책 속 문구하나가 위로가 될 때도 많았기에 책은 영원한 동반자임을 실감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