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 싶은 날들의 연속

by 지니페이지

“집 가고 싶다”

내가 3월 첫 주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일지도 모른다. 기숙사생이면서 나와 같은 반인 G와는 붙어있는 시간이 많았다.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고, 아침에 급하게 샤워하느라 머리를 말리지 못한 G를 기다렸다가 아침을 먹으러 갔다. 양치도 같이하러 가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다. G는 적응을 굉장히 잘해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기숙사 라이프를 즐기는 중이었다. 나도 기숙사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집이 더 좋았을 뿐이다. ‘집에 가면 달라질 게 있을까?’ 하지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원칙적으로는 토요일 아침에 나가 일요일 저녁에 들어와야 하지만, 금요일 학교 일과를 마치면 집에 갈 수 있는 정기외박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기 외박증과 더불어 학원 수강증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나는 수학 과외를 다니고 있었기에 고민할 것도 없이 금요일에 나갔고, 주중에도 금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토요일에 나가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토요일에 나가면 하루 조금 더 있다가 들어오는 셈인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정기 외박증을 안 쓰는 친구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기외박을 쓰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것은 완벽한 팩트다. 중학교 때도 이렇게 금요일을 기다린 적이 없는데, 고등학교 오고 내가 이런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화요일쯤 되었을까,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더 급식을 먹어야 집에 갈 수 있을까? 금요일 저녁을 먹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에 14번 급식소를 왔다 갔다 하면 집에 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솔직히 정말 끔찍했다. 입맛도 없을 때라 급식이 맛있다고 했는데, 맛있는 지도 잘 모르겠었고, 거의 다 남겼다. 그리고 아침 먹고 오전수업 듣고 점심 먹고 오후수업 듣고 저녁 먹고 야자 하는 패턴이 약간 사육당한다는 기분이 들었고, 이런 하루의 반복이 지루해졌다. 그만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금요일이 되면 나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내려갔다. 5시 20분에 종이 치는데, 5시 21분에 나는 교실에 있었던 적이 없다. 학교 탈출이랄까.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기도 전에 학교를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그 기분을 누리지 않고 빨리 차에 탔던 것 같다. 바로 학원에 갈 때도 있었고, 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갈 때도 있었는데, 학원에 가서 공부하더라도 학교를 떠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해졌다.


나만큼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 사람이 있을까, 했다. 1학년 때는 그런 말을 우리 반 기숙사생들이 잘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학년이 되자 이 말에 공감해 주는 친구가 나타났다. 너무나 기뻤고, 우리 둘은 매일 그 말을 하다가 목요일이 되면 그 빈도가 높아졌다. 목표가 더욱 하루 앞으로 다가와서 그럴까. 공감이 주는 힘이 있었다. 누군가는 어차피 달라지지 않는 현실인데 그렇게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대화하는 것만으로 힘이 될 때가 있었다.


3학년이 되자 나보다 집이 더 간절해 보이는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함께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주로 그것이었다. 그는 점심을 먹고 오면 집 가고 싶다고 말하며 털썩 자리에 앉았다.


“집 갈 때까지 몇 시간 남았지?”

“음…. 100시간 넘게…?”


월요일부터 집에 가고 싶은 주가 있었다. 그 주 주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유독 피곤한 주가 있고, 왠지 모르게 생생한 주가 있었다. 피곤의 정도는 매주 달라졌다. 집에 갈 때까지 남은 시간이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줄어드는 날이 있다.


“48시간 남았다.”


그도 당연히 정기외박을 썼고, 48시간이 남음에 감사해했다.

드디어 금요일이다.


“오늘 집 간다.”


아침 자습을 마치고 반으로 올라가던 길에 눈을 마주쳤고, 우리의 아침 인사였다. 금요일이면 나의 얼굴이 밝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쟤 오늘 집 가는 날이라서 그래.”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 말했고, 정말 그랬다. 금요일이면 행복했고, 기분이 좋았고, 3학년 2학기 때는 금요일 1교시부터 체육이라 소풍 가는 느낌이었다. 그날 전체적인 시간표가 좋기도 했다.


단순히 집에 가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그 말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된 것 같았다. 도피 아닌 회피 아닌 뭐랄까, 단순히 이 지긋지긋한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집에 가도 이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고,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긴장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혹시 회사에서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지 않은가? 같은 맥락인데, 기숙사생들은 더 심했다. 5일 동안 집에 갈 수가 없다. 다섯 밤을 기숙사에서 꼬박 자야만 집에서 이틀 잘 수 있는 날이 주어졌다. 통학하는 애들이 종종 놀리는 말이 있었다.


“저기가 너희 집이잖아. 집까지 1분만 하면 가잖아. 좋겠다.”


내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 창문으로 보이는 기숙사 건물을 가리키면서(여자 기숙사는 학교 건물과 이어져 있었다) 말하곤 했다. 웃고 넘길 수 있었지만 계속 반복되니 살짝 싫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격하게 통학하고 싶었지만, 매일 학교를 오가는 것도 힘들 것 같아 그냥 기숙사 생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고속도로 길이 싫었다. 차에 타고 그 길을 가면 점점 숨이 막혔고, 호흡이 잘되지 않았다. 그게 정말 스트레스였다. 일요일의 기숙사는 공부를 좀 하다가 애들과 얘기하고 다시 공부하다가 잠에 드는 루틴이었기에 그렇게 스트레스 요인이 있지는 않았는데, 나의 몸이 그렇게 반응했다. 그런 상황에서 통학하면 매일 호흡이 가빠지는 느낌을 느껴야 될 것만 같아서 통학이 꺼려졌던 것이다. 특히 겨울이 되면 집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어진다. 어두컴컴한 아침에 눈을 뜨고 샤워를 하고 준비를 해서 나가는 것이 힘들어 그냥 기숙사에서 깨워주는 대로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내려가서 공부를 하는 삶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지금은 느리게 가는 것 같아도 눈 깜빡하면 목요일이고, 눈 깜빡하면 집에 갈걸?”


나의 6인실 룸메가 말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말을 실감하던 건 시험기간이었다. 시험기간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시험기간에는 특히나 1분 1초가 중요했기에 통학하는 시간에 기숙사에서 공부를 좀 더하고, 아침에도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기숙사를 택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덜했다. 워낙 할 일이 많으니. 그렇다면 어쩌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급박한 시험이 없을 때이고, 비교적 여유롭다고 할 수 있는 때가 아닐까.


“집 2번만 더 가면 시험이다”


시험 기간에는 집에 가고 싶다는 말보다 이 말을 더 많이 했다. 기숙사에 있으면 하루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계산하고 생각하는 습관이 생기는 것 같은데, 학원도 주말에만 다니니까 학원을 두 번만 더 가고 시험을 친다는 사실에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학원에서 일주일 동안 풀 문제를 받아오고는 페이지나 문제 수를 5일로 나눠서 매일 할당량을 쉬는 시간 식사시간 가리지 않고 자투리시간마다 풀었었다. 그걸 다 풀면 집에 가는 날이 다가오곤 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