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Short Art Is Long

by 진이령

발병하기 직전, 더 이상 견딜 힘이 없었다.

나의 20대는 알코올과 예술과 짙은 우울, 공황 발작, 간헐적 조증으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무언가 의지하고 해소해야 했는데 예술, 특히 연극이 그 창구가 되어주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예술을 좋아했다. 청소년기를 지방에서 보냈는데, 서울에 올라갈 때는 꼭 전시회를 가고 공연을 보는 게 루틴이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서울에 자리를 잡으며 나의 예술에 대한 갈증은 폭발했다. 주말은 꼭 비워 공연을 봤다. 한 달에 연극만 10편도 넘게 보기도 했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추가로 하면 비싼 뮤지컬도 볼 수 있었다. 행복했다.


예술이 나에겐 힘이 되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울었고 웃었고 감탄했었다.


Life is Short, Art is Long


삶은 유한하지만 예술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한 생애를 예술적으로 불태우고 간 이의 자취는 영원히 남아 계속해서 타인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것들이 피어나는데 거름이 된다. 나 역시도 그렇게 되고 싶어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서태지의 마니아이다. 중학생 시절부터 덕질을 했으니 이제 드디어 ‘신생팬’ 꼬리표를 땐 16년 차 팬이다. 서태지의 노래 중 <ㄱ나니>에 이런 가사가 있다.


넌 내 고통을 엿보고 난 또 감추려 애썼어
꿰뚫린 난 저항할 순 없었지
알았어 신이란 내 곁에 없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리고 다양한 해석이 있으나) 나는 이 노래를 듣고 어쩌면 신과 나의 관계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날 좀 가만히 놔둬줘
널 배신 못할 나여도
가혹하게 찢긴 상처를 핥았지
가만히 난 착하게 두 눈을 깔고

난 죽고 싶었건만 가끔 내겐 그나마 문득 따듯한 감언 결국 또 니 속에
날 긋고 싶었건만 감히 네겐 나 차마 문득 난 죄책감만 결국 또 니 속에

넌 내 고통을 엿보고
난 또 감추려 애썼어
꽤 뚫린 난 저항할 순 없었지
알았어 신이란 내 곁에 없어

난 죽고 싶었건만 가끔 내겐 그나마 문득 따듯한 감언 결국 또 니 속에
날 긋고 싶었건만 감히 네겐 나 차마 문득 난 죄책감만 결국 또 네게

웃네 만족한 듯 무척 즐겁게 넌
웃네 섬찟한..

가끔 때때로 날 묶고 절대복종을 다 토해 낼 듯한
내 두뇌를 넘어선 두려움이 내 피로 고통을 뿜어 올렸어

난 죽고 싶었건만 가끔 내겐 넌 그나마 문득 따듯한 감언 결국 또 니 속에
날 긋고 싶었건만 감히 네겐 나 차마 문득 난 죄책감만 결국 또 네게

웃네 만족한 듯 무척 즐겁게 넌
웃네 섬찟한 미소를 띠고 넌
웃네 만족한 듯
웃네 섬찟한..


신을 배신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죽고 싶었지만 신의 은총 덕에 연명했다. 신은 나에게 죄책감이 들게 했다. 그러나 정말 신이 내 곁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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