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울과 공황에 대처하는 방법.
사실 대단한 건 없다.
차 우리기
명상하기
요리하기
글쓰기
울기
자기
먹기
말하기
하고 싶은 것 하기
이것저것 배우기 (커피, 미싱, 연기, 제과제빵, 악기 등)
문화예술 즐기기 (특히 연극, 전시회)
경제적이건 정서적이건 안정된 상태로 만들려고 노력하기
적어놓고 보니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고 애쓴 것 같다. 그중 좋은 습관이 바로 차우리고 명상하는 것이다.
명상은 아직 몇 번 해보지 않았고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챙기고 가라앉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그 친구들은 차(TEA)를 업으로 삼는 분들이다. 덕분에 질 좋은 차를 많이 마시게 되었고 장비병이 있는 나는 다구를 사고 직접 차도 주문해서 매일매일 차를 마신다.
티백이나 가향 홍차를 즐기다 본격적으로 차의 세계에 들어오니 너무 행복하다. 차를 우리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그러면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나누는 그 시간이 값지다.
포트의 물이 끓을 때까지, 찻물이 우러나는데까지의 기다림이 설레고 잡생각을 없애준다.
맛있는 차와 좋은 사람들, 때론 혼자 차 우리며 명상하는 시간을 통해 나를 회복시킨다.
롤러코스터를 좋아한다. 인생이 롤러코스터를 타서 그런가 병세가 롤러코스터 탄 듯해서 그런가…….
조증일 때 나는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 한다. 별로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벼랑 끝으로 나를 몰아세웠을 때 오는 성취감이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벼랑 끝에서의 성취감 때문은 아닐까 싶다.
해가 지고 나서야 태양의 밝음을 깨닫듯 조울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도있다.
발병 전까지 나는 나의 결핍을 외부를 통해 채우려고 했다. 나 자신을 돌보고 돌아보는 것 대신 사람들을 만나고 외부의 어떤 것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것으로 그치곤 했었다.
발병 후엔 나 자신을 돌보고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무슨 이유로 결핍을 느끼고 왜 채우려고 드는지에 대한 고찰. 우울하고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땐 한 걸음 더 들어가 왜인지 묻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늘 남 탓을 했던 것 같다. 특히 발병하고 나서는 더더욱. 그러나 이젠 나의 탓을 ‘올바르게’하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남이 나를 아프게 하고 망가뜨렸던 적도 있지만, 나 자신이 나를 고통에 빠지게 한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남이 나를 상처 줄지라도 내가 단단하게 맞선다면, 나는 상처에 오랫동안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남을 상처 주고 괴롭히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또한 내가 나를 용서하지 않고서 남을 용서할 수 없단 걸 깨달았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타인을 알아가고 배워가고 용서하게 된다. 글로 인물을 재구성하고 탐구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책임감이 강하다. 그래서 발병하고 일을 못 나가게 되거나 했을 때 자괴감이 심했다.
직원으로서, 가장으로서, 딸로서, 언니로서, 누군가의 친구로서, 그리고 나로서 내가 맡은 역할과 위치가 있는데 내 병은 그런 것을 봐주지 않았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병을 앓고 난 후 너무 과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살진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이젠 강한 책임감을 내 목숨을 쥐는 데 사용하고 있다. 내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끊어내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내 목숨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묻는다.
나는 남한테 잘 기대지 않는 성격이다. 징징거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여러 번 하진 않는다. 듣는 사람도 힘들고 징징대는 나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때는 내 손을 잡아달라고 먼저 손 내미는 연습을 하고 있다. 혼자서 끙끙 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괜찮다. 내 곁엔 나를 잡아줄 소중한 사람들이 기꺼이 내 손을 잡아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