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두려워했던 것은, 그리고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적 죽음’이다.
사회에 다시는 복귀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아주 두렵다. 자유를 빼앗기거나 병동에 입원하게 될까 봐 불안하다. 그래서 나의 병세에 집착하며 나 자신을 관찰하고 조절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놀라울 만큼 좋아져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힘에 부친다. 고고하게 호수의 물살을 가르는 백조는 물아래에선 끊임없이 부산하게 발을 놀린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죽음을 언도받지 않으려고 부단히 숨기고 감추고 애를 쓴다.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랄까? 병에 지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나를 밀어붙인다.
농담 삼아 지인들에겐 ‘나 약쟁이야. 약으로 돌려. 약 없음 아무것도 못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이다. 약 없으면 난 당장 뛰어내릴지도 모른다. 약으로 나를 땅에 잡아두고 있으니 옥상으로 올라가지 않게 노력하는 건 나의 정신력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병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람이 좋다. 함께 있음 즐겁고. 성격강점 검사를 했을 때 인류애가 최고치를 찍는 사람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두 명 이상 모이면 정치질을 한다고 하지. 나 역시 사회적 동물로,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살고 싶다. 근데 사람이 너무 힘들다. 피곤하고.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정보가 버겁고 그들의 감정에 쉽게 전염되어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내가 그나마 건강한 상태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영향력을 주려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한다. 그러나 내 컨디션이 바닥을 기며 절전모드가 켜지면 모든 것들이 다 나를 부수러 오는 것 같다.
오늘도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한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몸이 허락하는 한, 그렇지 않으면 정신력으로라도 버틴다. 이쯤 되면 병과 타인과 내가 삼자대면하여 겨루는 것 같다. 힘겹다.
그럼에도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