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기 시작하자 1개월 사이에 6kg이 쪘다.
7년 동안 20kg이 찌고 빠지고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2021년 현재, 내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아, 이건 아닌데.’ 싶긴 하지만 다행인 건 이제 내 자신감이나 자존감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대학시절 외모에 강박이 있었다.
나는 몸이 잘 붓는다. 특히 아침에 얼굴이 잘 붓는 체질인데, 눈이 부어 쌍꺼풀이 없어지면 집 밖을 못 나갔었다. 화장 안 하고 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가끔 스타일이 풀어지면 모두 나를 쳐다보며 품평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부끄러워했다.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기에 나는 내 강박이 그냥 일반적인 한국 사람의 표준 정도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통통했었어서 대학생 때 극적으로 살이 빠진 다음에는 더 외모와 몸에 집착하게 되었었다.
정신병이 도진 후엔 먹토(먹고 토하기)를 했다. 살이 찐 나 자신이 너무나 볼품없게 느껴져서였다. 연기학원을 다닐 땐 주변에 다들 날씬하고 예쁘고 어린 친구들이었다. 나는 마르지 않았기에 부끄러웠다. 미적 기준에 미달하는 규격에 벗어난 사람이라고 나를 압박하고 자학했다.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니 그때부턴 폭식을 했다. 살은 계속 찌고 몸이 부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포기했다.
약 복용과는 별개로 살이 쭉쭉 빠졌다가 다시 이유 없이 푹푹 쪘다. 정신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신체도 같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건 체력의 변동이 아닌 체형의 변동이었다.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운동과 식이를 하며 66 사이즈 까진 내려갔었는데, 컨디션의 난조와 스트레스, 환경의 변화로 또 살이 찌고 이젠 플러스 사이즈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엔 조금만 살이 쪄도 수치심을 느끼고 자존감을 깎아 먹었다면 이젠 그런 부분에 한해 정신을 놓은(?) 것이다.
이것도 나인걸.
그렇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포기와 내려놓음을 병행했다. 예쁘고 날씬했던 시절이 그립기는 하다. 빛나는 청춘의 시절이었기에. 지금도 완벽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진 못하지만 그래도 나를 학대하는 것은 멈췄다. 건강이 좋지 않으니 살을 빼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만 매번 한다. 이젠 진짜 운동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