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의 시작은 다이어트 식단이었다.
운동은 귀찮은데 식이 조절은 해야겠고, 손이 큰 나는 닭찌찌살 큐브에 꽂혀 1kg을 샀다.
무릇 다이어터에게 닭찌찌살이란 단백질 손실을 막는 귀중한 아이템이자 언제든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고기 아니겠는가?
게다가 냉동 큐브라니! 조리하기도 먹기도 편리하잖아! 이건 사야 해! 이런 논리였다.
오, 그러나 퍽퍽한 닭찌찌 1kg은 1인 가구에겐 과분했다.
그리고 나는 식이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냉동실 처박템이 된 닭찌찌에게 광명이 찾아왔나니…….
*
어느 날이었다. 친구 집에 놀러 가기 전 우리 집 냉장고의 식재료를 털어가는 중이었다.
양주 보관 창고로 전락한 냉동실을 의무적으로 열었다가 닭찌찌 큐브가 짜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닭찌는 나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친구 Y는 닭찌를 누가 먹냐며 거절했다.
나는 닭찌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내고 친구 집으로 왔다.
친구 집에 모여있던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 닭찌 이야기가 나왔고 데리야끼 닭꼬치 이야기가 나왔다.
“어? 우리 집에 닭찌 큐브 있는데. 그걸로 만들면 될 텐데.”
내가 외치자
“그거 들고 오지! 집에 대파 있고 꼬지도 있는데!”
한 친구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아니 Y가 닭찌 안 먹는대서…….”
나는 애꿎은 Y탓을 했더니 성토대회가 열려버렸다.
“좋아! 우리 다음 모임은 데리야끼 닭꼬치다!”
*
그래서 해보는 데리야끼 대파 닭꼬치!
※난 요리를 잘해서 계량을 하지 않고 대충 감으로 넣는다. 훗!
1. 한랭 지역에서 온 냉동 닭찌가 바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수영장 물을 만들어준다.
물, 간장, 설탕, 올리고당, 양파, 대파, 마늘, 전분을 넣고 끓여준 수제 데리야끼 수영장 물이다.
2. 냉동 닭찌를 수영장 물에 담근다. 닭찌가 얼은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찜질방 분위기를 내주면 더 좋기에 감*란을 내 입에 넣어준다. (아아 오얏꼬…)
3. 적당히 냉동닭찌가 해동닭찌가 되면 꼬지에 닭찌-대파-닭찌-대파-닭찌 순으로 꽂아준다.
4. 하이라이터 9로 해놓고 프라이팬을 달군 다음에 꼬지를 가지런히 놓는다.
소스 때문에 탈 수 있으니 하이라이터를 5로 낮춰 꼬지를 잘근잘근 씹지 말고 구워준다.
소스를 자작하게 부어 끓이듯 굽는다.
5. 완성!
하루정도 데리야끼 소스에 재워놨더니 퍽퍽한 닭찌가 아니라 부드럽고 연했다. 대파와의 궁합도 정말 좋았고 한입 베어물 때 스며나오는 데리야끼 즙이 일품인 요리였다.
아직 끝이 아니다.... 한끼에 먹은 4가지 요리 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