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가르는 비행기

by 진이령


KakaoTalk_20210510_080741914.jpg Photo by 신수준

허공을 가르며 비행기가 날아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비행기가 남긴 자국만 도드라진다. 마치 하늘빛 캔버스를 바탕으로 거친 붓에 하얀 물감을 묻혀 덧그린 것만 같다. 하얀 기류는 어찌 보면 찢긴 하늘에 남은 상처 같기도 하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넓고 푸른 허공을 비행기가 조각낸다. 저 비행기는 하늘을 가르며 어디로 쏘아 올려진 것일까? 하늘은 무엇도 다 품어주지만 인간들은 그럴수록 개의치 않고 하늘을 헤집어 놓는다.

청량한 하늘을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기승을 부리고 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겨 하늘을 올려다볼 새조차 없었다. 그러다 이 사진을 카톡으로 받았는데, 시원함과 함께 왠지 모를 통증을 느꼈다.


잔물결 없는 바다 같은, 청명한 하늘 같은 내 마음도 여러 대의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조각낸다. 마음을 찢는 것은 그 어떤 복수보다도 잔인하고 그 어떤 통증보다도 아프다. 하늘의 공기는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흩어져 봉합되지 않는다. 공기는 피를 흘리지는 않지만, 뭉쳐지지도 않는다.


내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는 비행기는 어떤 것일까? 사람들이 툭 하고 던지는 시선, 날카로운 힐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며 도리질 치는 일일 것이다.


나를 이해해줄 이는 철새라 계절이 바뀌면 제 갈 길을 가버린다. 그 철새는 때로는 내가 쏘아 올린 비행기에 받혀 죽어버리기도 한다. 계절의 바뀜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띄운 비행기는 나의 잘못이겠지. 나는 불평할 수 없다. 새를 철새라 칭하며 죽여 버린 건 나니까.


남들이 띄운 비행기는 때론 제트기일 때도 있다. 더 빠르고 날카롭게 나의 하늘을 부서뜨린다. 하늘은 피 흘리지 않지만 대신 비를 내린다. 투명한 비는 쉴 새 없이 내려 하늘을 바다로 만들 때도 있다.


나의 하늘을 어찌해야 할까.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제주의 하늘처럼 묵묵히 모든 것을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나의 철새의 날개를 허공에 박제시켜야 하는 것일까?


하늘은 모든 것을 품어준다. 그럴수록 인간들은 개의치 않고 하늘을 조각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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