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by haegeon_kim
홍시빛 하늘에 묵직한 흰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너와 손을 잡고 삼양해변을 거닐었었지.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모래사장을 걷는데, 발걸음마다 검은 모래가 파도 대신 우리 발을 적셨었다.
우리는 웃으며 발에 묻은 모래를 털었다.
검은 모래사장은 반짝거렸다.
밤하늘이 해변에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반짝이는 저거, 사금일까? 모아서 금괴 만들까?”
우리는 실없는 소리를 내뱉곤 다시 한번 웃었었다.
해는 금방 졌다.
해가 저물자 은은한 어둠이 내렸다.
묵직한 흰구름이 하나 둘 무리를 지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찬 바람이 구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먹빛 하늘은 펑펑 내리는 눈으로 하얗게 변했다.
아름답고도 하얀 밤이었다.
“저기 북유럽엔 백야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잖아.”
“그치, 해가 지지 않는 하얀 밤.”
“해가 지고 달이 떴지만 눈이 폭닥하게 내리는 이 밤도 백야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밤인데도 정말 신기할 만큼 하얀 하늘이야.”
그는 그렇게 대답하며 맞잡은 손을 살짝 흔들어 쌓인 눈을 덜어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허벅지까지 눈이 쌓였다.
급하게 튼 아침 뉴스에선 기습적인 폭설이라며 속보가 흘러나왔다.
“중산간은 어쩔 수 없다니까.”
그는 툴툴거리며 삽을 가지고 나왔다.
(2화에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1화 폭설을 필두로 총 12화의 연작 소설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