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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령 Jan 03. 2022

2화. 채상희

word by sangssang_21_

“상희야, 도와줘.”


그는 오른손에 든 삽을 나에게 가볍게 던졌다.

나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그가 던진 삽을 받아냈다.


“오~ 좀 한다?”

그는 아이처럼 웃었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영원히 그 해사한 미소를 보고 싶단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는 내 곁으로 와 볼에 짧은 뽀뽀를 했다.


채상희, 므흣한 상상 그만하고 같이 눈 치우자.”

“넌 좀 냉철할 때가 있어.”

내 생각이 들킨 것 같아 볼이 빨개졌다.


“상희, 너 볼 빨개졌어.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한 거야?”

그는 짓궂게 나를 놀렸다.


“추워서.”

나는 아닌 척 툴툴거리면서도 삽을 들었다. 

그리곤 눈을 퍼 길을 내기 시작했다.


현관에서 마당에 주차된 자동차까지 가는 길을 내는데도 30분이나 걸렸다.  

허벅지까지 두텁게 쌓인 눈은 단단하게 얼어서 삽으로 퍼낸다기보다는 깨부수는 것에 가까웠다. 

자동차 주변까지 가서야 우리는 한숨 돌리기로 했다.


그는 핫초코를 만들어왔다. 

그가 만든 핫초코는 늘 맛이었다. 

시판되는 코코아 분말에 밀크폼과 시나몬을 곁들인 핫초코는 그 어느 카페에서 만든 핫초코보다 맛있었다.

나는 팬트리를 뒤져 마시멜로를 꺼내 그가 만든 핫초코 위에 얹었다.


“맛있다.”

빨개진 볼과 손을 핫초코로 녹이니 노곤해졌다.  


(3화에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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