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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령 Jan 04. 2022

3화. 겨울, 눈꽃

word by y.am_ma

눈의 꽃 들을래?”

그가 제안했다.


“좋지. 박효신 버전으로 들을래.”

우린 박효신의 허스키하면서도 절절한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를 음미했다.


“그러고 보니 올 겨울의 첫눈이었네.”

내가 말했다.


“너와 함께 첫눈꽃을 바라보고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해.”

그는 내 입술에 입맞췄다. 

달콤한 핫초코의 맛 끝엔 시나몬의 향이 가득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맛을 곱씹었다. 

달고 달고 또 단맛.


“이런 게 사랑일까?”

“이런 게 사랑 아니면 무엇일까?”

우린 돌림노래 같은 의문을 던지며 따뜻한 거실 소파에 포개져있었다.


“가사 참 좋아.”

“그러게.”

우리는 한동안 침묵했다. 

무겁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침묵을. 

우리 둘 사이를 흐르는 공기는 따스했고 편안했다. 

침묵은 때론 동의를 뜻하기도 했고 때론 휴식을 뜻하기도 했다. 


“이제 자동차 앞에 눈 치우고 도로까지 나갈 수 있게 해야 해. 일어나, 상희.”


‘늘어지기 딱 좋았는데.’ 

나는 또 툴툴거리며 소파에 눌어붙은 몸을 떼내는 그의 손길에 내 몸을 맡겼다. 

힘을 최대한 쭉 빼고 소파와 이별하지 않으려 중력에 최대한 협조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야, 채상희. 일어나라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중력을 거스르기는 힘들지, 암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4화에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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