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by y.am_ma
“눈의 꽃 들을래?”
그가 제안했다.
“좋지. 박효신 버전으로 들을래.”
우린 박효신의 허스키하면서도 절절한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를 음미했다.
“그러고 보니 올 겨울의 첫눈이었네.”
내가 말했다.
“너와 함께 첫눈꽃을 바라보고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해.”
그는 내 입술에 입맞췄다.
달콤한 핫초코의 맛 끝엔 시나몬의 향이 가득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맛을 곱씹었다.
달고 달고 또 단맛.
“이런 게 사랑일까?”
“이런 게 사랑 아니면 무엇일까?”
우린 돌림노래 같은 의문을 던지며 따뜻한 거실 소파에 포개져있었다.
“가사 참 좋아.”
“그러게.”
우리는 한동안 침묵했다.
무겁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침묵을.
우리 둘 사이를 흐르는 공기는 따스했고 편안했다.
침묵은 때론 동의를 뜻하기도 했고 때론 휴식을 뜻하기도 했다.
“이제 자동차 앞에 눈 치우고 도로까지 나갈 수 있게 해야 해. 일어나, 상희.”
‘늘어지기 딱 좋았는데.’
나는 또 툴툴거리며 소파에 눌어붙은 몸을 떼내는 그의 손길에 내 몸을 맡겼다.
힘을 최대한 쭉 빼고 소파와 이별하지 않으려 중력에 최대한 협조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야, 채상희. 일어나라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중력을 거스르기는 힘들지, 암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4화에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