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by jjung_in_jeju
나는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다.
온 집안을 조명과 오너먼트로 장식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작은 파티를 연다.
크리스마스 전용 식기에 음식을 담아 대접하고 선물을 나누고 행복한 연휴를 보낸다.
이어서 송년회까지 벅적지근하게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된다.
연말이 되면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볼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의 경험으론 지난했던 한 해가 마음에 들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만족스럽고 충만한 한 해를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양질의 교육을 받았고, 내 업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는 점이 내가 한 해를 만족스럽게 보냈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나는 항상 한 해를 정리할 때마다 불만족스러워했던 것 같다.
이건 이래서 별로였고, 저건 저래서 별로였고 하면서 말이다.
생각해보면 좋은 날이 많았을 텐데 그런 날은 평범하고 당연한 날로 치부하면서 불만만 쏟아낸 건 아니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삼십 년을 살면서 드디어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환상적이고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내게 되어 기쁘다.
내년도 좋은 경험과 기억으로 가득 찬 새로운, 나만의, 나를 위한 2022년으로 만들어야겠다.
안 좋았던 기억은 모두 삭제하고 새롭게 새해를 맞이해야지.
모두들 해피 뉴 이어!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12월 프리뷰 2화를 시작으로 하여
1월에 <단어 줍는 진이령>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