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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령 Dec 30. 2021

12/30_겨울

word by seohie

눈이 푹푹 나리는 계절이 왔다.

겨울은 내가 태어난 계절이자 독특한 향을 품은 계절이다.

사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재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가을이지만, 향을 기준으로 좋아하는 계절을 고르자면 제일 강렬한 향을 가진 겨울이 좋다.


겨울의 향은 뭔가 다르다. 겨울 향을 담은 제품이 있다면 매일매일 쓰고 싶을 정도로 나는 겨울의 향을 좋아한다.


겨울의 향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코 끝이 시큰해지는 향.

차가운 바람에 담겨있는 서늘한 향.

가을에 진 낙엽이 스러져가는 향.

포근한 솜이불의 푹푹한 향.

아침 안개의 물기가 촉촉이 젖어있는 향.

새벽 공기가 차갑게 피어오르면서 따뜻한 집안 공기와 만났을 때 흩어지는 향. 


아, 나의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담기 힘든 오묘한 향이다.

아무튼, 겨울의 향은 강렬하다. 

그리고 눈이 내리면 차갑고도 따뜻한 향이 난다.


눈에서 향이 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눈에선 향이 난다. 

짙은 겨울의 향이. 


그 향을 맡으며 눈싸움을 하면 그것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눈오리를 만들고 눈사람도 만든다.

혼자 뽀득뽀득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디뎌보며 발자국을 남겨보기도 한다.

그러다 뒤 돌아보면 흰 평원에 자국 난 내 발 모양이 보인다.  


때론 또박또박, 때론 미끄러져서 휘청, 때론 갈 지자로 우왕좌왕한 발자국 길이 나있다. 

그 위로 내가 살아온 길이 겹쳐 보인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반문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럼 겨울의 향이 깊게 느껴지며 폐부까지 새롭고 차가운 겨울이 나를 일깨운다.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12월 프리뷰 2화를 시작으로하여 

1월에 <단어 줍는 진이령>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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