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카톡 친구가 불어난지도, 조용하던 카톡이 쉴 새 없이 울리게 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나에겐 74명의 동기가 생겼다. 군대 동기도, 대학 동기도 아닌 바로 제주더큰내일센터의 탐나는 인재 4기들이다. 물론 아직 4기 전체를 다 알지도, 전부와 친한 것도 아니지만 오고 가며 마주하는 얼굴들을 익히며 홀로 내적 친밀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대학시절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란 말을 극혐 하던 아웃사이더인 내가 소속감에 만족하다니. 그건 4기로 만나게 된 인재님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다. (립서비스가 아니다. 믿어달라.)
제주더큰내일센터의 업은 '청년의 가능성을 제주의 내일로'라는 슬로건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더큰내일센터는 도내외 청년을 제주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길러나가는데 앞장선 기관이다. 그리고 나는 센터의 주요 프로그램인 '탐나는 인재'의 4기가 되었다.
사정이 있어서 센터를 하루 빠지게 되었다.
내가 없으니 허전하다고 말해주는 E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다 E, 그리고 그룹원들과 만난 첫날 포스트잇 붙이기를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룹을 배정받은 첫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인재들은 3개의 그룹, 그리고 그룹 내에서도 4~5인의 조로 구성되는데 그 날은 처음 그룹원들과 마주하는 날이었다. OT 때 같은 조여서 아는 사람도 있고 눈에 익은 얼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잘 모르는 낯선 이들이었다. 담당 매니저님이 오시기 전까지 배정된 자리에서 조원들과 통성명을 하며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니저님이 오셨고 아이스브레이킹으로 포스트잇 붙이기를 하게 되었다. 그룹원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서로 통성명을 하고 느낀 첫인상을 곧바로 포스트잇에 써 서로의 등에 붙여주는 방식이었다. 나는 거의 모든 그룹원들에게 포스트잇을 붙여준 듯했다.
아이스브레이킹이 끝난 후 자신에 등에 붙은 포스트잇을 정리하고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감사하게도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이 남겨져 있었다. '밝아 보인다'란 말이 가장 많았었는데 사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밝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 인재님들이 그걸 알아봐 주신 듯해서 너무 기뻤었다. 밝음. 내가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가지고 싶은 것이다. 나의 깊은 동굴을 밝혀줄 빛. 내가 가지지 못한 것. 어떻게든 나를 밝히고자 애를 쓰고 있는데 그걸 알아봐 주는 이들이 생겨 힘이 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다 스쳐 지나간, 끊어진, 끊어낸 수많은 인연들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예전에는 이런 생각이 들 때면 후회와 걱정이 되어 서둘러 생각을 지워내기에 바빴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요즘 드는 생각이다. 물론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지.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인연이 있는 것이고 그 인연마다 그래야 했던 (내가 다 알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려니 하고 자책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중이다.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하지만 좋은 사람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이젠 좋은 사람을 많이 기억하고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탐나는 인재 4기와 센터분들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