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미술관 가다

사랑의 기억

by 진전노트


엄마와 미술관 가다


어머니는 검소하신 분이다.
젊은 시절엔 만두가 드시고 싶어도,

몇 번이나 만두집 앞을 꾹 참고 지나가셨다고 한다.

지금도 매달 정해진 금액으로 생활하시며,
말일이 되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이제 더 쓰면 안된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그런 어머니와는 종종 궁궐이나 꽃구경 같은 무료 행사에 함께 가곤 했다.

매번 다녀오신 후에는
"볼 게 뭐 있냐? 너는 볼 게 있었냐?" 하시면서도

친구들, 친척들과 한 시간 넘게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신다.

이번에는 이전과 조금 다른 제안을 드려보았다.
서양 인상주의 미술 전시회를 함께 가자고.
비용을 물어보시고, 위치를 확인하시며
"안 가!"를 연신 외치시던 어머니를
"언제 또 가보시겠냐"는 말로 겨우 설득했다.

사실 나도 전시회를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다.
올해 들어 처음 미술관을 다녀오며
'이렇게 좋구나!'를 비로소 느껴봤을 뿐이다.

전시장은 가까운 곳이 아니었다.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했고,
78세이신 어머니가 힘드실까 걱정되어
계단이 없고 걷는 거리가 짧은 경로를 검색해서 찾아갔다.

미술관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나보다 앞장서시더니
"나는 여기 다 봤으니, 저기 가서 볼 거다." 하시며

옆쪽 그림을 보러 가셨다.
조금 신이 나신 듯했다.

전시를 다 보신 뒤엔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다."고 하셔서
함께 가봤다.

그리고 그 그림의 엽서를 하나 골라드리니
"왜 사냐?"고 한 말씀 하시면서도 말리진 않으셨다.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니가 문득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나를 위해 계단 없고, 최대한 짧은 길도 찾아봐줘서...
나는 사랑받는 느낌이다."

나는 단지 '계단 없음' 표시가 있는 길을 선택했을 뿐인데,
어머니가 '사랑받는 느낌'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태어나 처음 듣는 그 말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음에도 가실래요?"
"이번엔 그림이 53점이었지만,
다른 전시는 140점 정도래요." 하고 여쭈니
"그림 보다가 쉴 수 있게 의자도 가운데 있더라." 하신다.

78년 인생 처음으로 미술관을 다녀오신 어머니.
와보고 어떠셨는지 여쭈었더니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는 사람도 있구나." 하시며 놀라워하셨다.

예술 잘 모르는 딸을 두신 덕에
이제서야 첫 미술관 나들이를 하신 어머니.
앞으로도 좋은 전시를 함께 많이 보러 다니고 싶다.
그리고 어머니가 조금 더 편하게 걸으실 수 있도록

더 마음을 쓰는 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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