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공사] 계획#1-현장조사

by 박멀미


▶️모든 인테리어의 첫 단추, 현장조사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 책방 인테리어의 시작은 '현장조사'였습니다. 나의 공간을 파악하는 일은 공간의 운영자가 직접 해야 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업자에게 온전히 일을 맡기더라도 공간에 대한 정보는 집기를 들일 때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내내 필요한 자산이 됩니다.


특히 저처럼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했다면, 공간의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파악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공정 순서가 꼬이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앞선 작업을 망치는 일이 있습니다. 생각을 치밀하게 할수록 몸이 편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모든 계획의 기초가 되는 전기, 수도, 배수 시설을 중심으로 한 현장조사 방법에 대한 기록입니다.



▶️1단계 : 공간 실측과 기록 - 인테리어의 기초


도면 작업은 셀프 인테리어의 필수 과정입니다. 저는 장소에 대한 어느 정도 결심이 선 후에 도면을 그려볼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책장과 커피 머신까지 넣어야 했기에 1cm의 오차도 중요했습니다. 저처럼 공간이 좁아서 집기류 등을 타이트하게 구성을 할 경우에는 도면 작업이 필수입니다.


준비물: 줄자, 레이저 측정기, 종이, 연필, 스마트폰 카메라

레이저 측정기는 전체 공간의 가로, 세로, 높이처럼 넓은 면적을 빠르고 정확하게 잴 때 유용합니다. 비싸지 않으니 하나쯤 장만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줄자는 기둥의 두께나 문턱 높이 등 세밀한 부분을 측정할 때 간편하게 사용가능합니다.


실측을 할 때는 숫자만 적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스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전기, 수도, 배수 시설의 위치는 주변 구조물과 함께 상세히 그려두어야 이후 공정에서 실수가 줄어듭니다.


✓ 실측 Tip : 현장 방문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상권이 형성된 기존 상가일 경우 가게가 영업 중이거나, 신축 상가의 잔금일 전에는 현장을 자유롭게 드나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좋은 방법은 방문 전, 밖에서 찍은 사진으로 미리 '치수 없는 도면'을 그려두는 것입니다. 내부 구조를 대략 스케치해 둔 상태에서 현장을 방문해 치수만 빠르게 기입하면,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인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불편함 없이 효율적으로 실측을 마칠 수 있습니다.



▶️2단계 : 전기 시설 점검 - 안전의 시작


전기는 안전과 직결되고, 한번 시공하면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꼼꼼히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자신이 없다면 절대 무리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중소기업에서 잡일을 여러차례 수행하며 공장의 분전함을 열어본 적이 있어서 그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1. 분전함 찾고 전력 현황 파악하기


가장 먼저 분전함(두꺼비집)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분전함을 열면 각 회로의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가장 위쪽에 있는 것이 메인 차단기(보통 50A)이며, 그 아래로 전등, 전열(콘센트), 실내기(에어컨), 전열교환기(공조기), 스페어(미결선 슬롯) 등으로 회로가 나뉩니다.


각 스위치를 끄고 켜보면서 이름표대로 작동하는지, 문제는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상가나 공장은 3상 4선식(큰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기 방식)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차단기를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220V용(전선 2가닥)과 380V용(전선 4가닥)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인하면서 스위치를 아래 세 가지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A. 바로 용도를 알 수 있는 스위치 (콘센트, 에어컨 등)

B. 아직 몰라서 추정이 필요한 스위치 (전등, 간판 등)

C. 비어있는 스위치 (스페어)


KakaoTalk_20230827_194829036.jpg 신축 상가의 분전함 모습


2. 스위치,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구분하기


(1) 아는 스위치부터 확인하기


공사 장비를 쓰려면 전기가 필요하니, 콘센트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아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분전함에서 '전열' 스위치를 올리니 그제야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현장에 있는 콘센트가 정상 작동하는지 모두 확인하고 스케치 도면에 위치를 표시해 둡니다. '실내기(에어컨)', '전열교환기(창문을 열지 않고 내부 공기를 환기시키는 장치)' 등은 이미 연결이 되어 있어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온 상가는 신축이었고, 내부에 콘센트 마감까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 공간을 있는 그대로 사용했지만, 만약에 가벽을 세워서 인테리어를 할 예정이라면 콘센트의 위치를 필히 확인해 도면에 표시해 두어야 합니다.


KakaoTalk_20230710_221915804_09.jpg 천장에서 조명선이 내여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모르는 스위치는 추적하기


즉시 확인할 수 없는 스위치는 추정을 해봅니다. '전등' 스위치는 올렸지만 천장에는 연결된 조명이 없어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천장을 유심히 살펴보니 천장에서 내려온 전선 가닥이 보였습니다. "바로 저게 전등선일거야" 하고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임시 작업등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켜보니 불이 잘 들어왔습니다. 'sign등'으로 표시된 스위치 역시, 천장 어딘가에서 간판으로 연결되는 선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 임시 조명 확보는 최우선!

어두운 환경에서는 정밀한 측정이나 안전한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정식 조명은 다른 공사 중 페인트가 튀거나 망가질 수 있으니, 가장 먼저 임시 작업등부터 설치하세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작업 효율과 안전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3. 미래를 위한 확장 공간, 스페어(Spare) 회로 활용법


분전함의 '스페어'는 아직 아무 전선도 연결되지 않은 빈자리입니다. 커피 머신처럼 전력 소모가 큰 기기는 과부하를 막기 위해 반드시 스페어 회로 하나를 새로 연결해서 단독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기존 콘센트 수가 부족할 때도 스페어를 활용해 증설할 수 있습니다. 콘센트의 경우에도 한쪽에 몰려있으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스페어에 어떻게 연결을 할까요? 분전함은 안전때문에 이중으로 되어 있는데요. 안쪽 덮개를 열면 전선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덮개를 열어서 함부로 만지지 않고 조심해야 합니다. 조명, 전등, 전열, 에어컨 등 각 전기 라인마다 누전차단기가 달려 있습니다. 상가나 공장은 3상 4선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단기를 살펴보면 전선이 2개 연결되도록 구성한 것이 있고, 전선 4개가 연결되도록 구성한 것이 있습니다. 이중 전선 2개가 연결된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220볼트 용이고, 4개 연결된 차단기가 380볼트용입니다.


저는 스페어 두 개를 사용해 커피 머신 전용(30A 차단기로 교체)과 일반 콘센트용으로 나누어 직접 결선했습니다. 커피머신용은 30A 이상의 차단기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우리 책방이 위치한 곳은 신축 상가였지만, 30A 스위치가 달려있지 않았고, 모두20A였습니다. 그래서 30A 스위치를 별도로 구매해서 교체했습니다.


KakaoTalk_20230710_221915804_12.jpg 분전함을 열어서 220V 380V 확인하기



✓ 전기작업 안전수칙

분전함 내부 덮개를 열면 반드시 메일 스위치를 내려 모든 전기를 차단후 작업합니다. 절연 장갑 착용은 필수입니다. 이 두 가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를 부르세요. 비용보다 안전이 훨씬 중요합니다.

참고로 외부에 전기공사를 의뢰하면 상황에 따라 하루에 다 끝내는 것이 아니라 두 번에 걸쳐서 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처음에는 공사를 할 수 있도록 기초만 잡아주고, 나중에 내부 인테리어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전기팀이 다시 와서 조명, 콘센트 및 각종 전기 설비의 마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현장마다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3단계 : 급배수 시설 파악 - 책방 카페의 핵심


독립 서점에서 에스프레소머신을 들여올 예정이라면 급수 및 배수 시설 확인은 필수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싱크대 위치에 따라 전체 공간 레이아웃이 결정되고, 배관 공사 여부에 따라 인테리어 예산과 기간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급수관(찬물) 찾기


급수 밸브 찾기

기존 상가의 경우에는 급배수 시설이 완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책방의 경우에는 기존 시설을 변경하지 않아는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인테리어 여건 때문에 이를 변경하고 싶은 경우, 예를들어 조리 시설을 들인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배수관 위치를 변경하는 경우 바닥을 뜯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신축 상가의 경우, 급수관은 보통 천장에 있습니다. 천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밸브가 달린 배관을 찾을 수 있는데, 이곳에서 수도 라인을 연결하면 됩니다. 나중에 필요한 부속을 바로 살 수 있도록 밸브의 구경(크기)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배수관 찾기


배수관 찾기

배수관은 바닥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싱크대와 같은 수도 시설은 배수관 가까이 위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배수관과 먼 곳에 싱크대를 설치해야 한다면, 바닥을 따라 관을 노출시키거나 바닥 전체를 뜯어내는 큰 공사를 해야 합니다. 노출 배관은 미관을 해치고 공간 활용에 불리합니다. 그래서 보통 바닥공사를 하게되는데, 바닥 공사는 비용과 소음이 만만치 않은 대공사입니다. 배수관 위치가 여러분의 주방 레이아웃을 결정하는 셈입니다.







▶️다음 스텝은?


셀프 인테리어의 성공을 위해 꼼꼼한 현장조사는 필수이지만, 막막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지요. 이 또한 공간과 친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한결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손에 쥔 실측 데이터와 시설 정보를 가지고, 머릿속에만 있던 공간을 종이 위로 옮겨볼 차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나만의 책방 도면을 그리고, 셀프 시공과 전문가 의뢰 영역을 나누는 '업무범위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 셀프인테리어 계획

1. 현장조사 : 전기와 수도, 배수관의 위치를 중심으로
2. 도면작성와 업무범위 설정 : 도면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업과 외부에 의뢰 작업을 구분하기
3. 작업 공정과 순서 정하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책방공사] 신축상가, 그 꿈과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