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

by 진지민

나는 평소 달리면서 지니뮤직 인기차트나 팟캐스트, 케이던스에 맞춘 플레이리스트를 즐겨 듣는다. 그런데 오늘은 이어폰을 챙겨 나갔지만, 어쩌다 보니 아무것도 듣지 않고 그냥 달렸다.


이어폰 없이 뛰니 내 호흡 소리도 또렷이 들리고, 달리는 리듬도 더 잘 느껴졌다. 무엇보다 코스 주변 풀숲에서 들려오는 벌레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귓가를 때렸는데, 그 선명한 소리에 가을의 운치가 물씬 느껴졌다. 날씨도 선선해 뛰고 나서도 땀으로 찝찝하기보다는 산뜻한 느낌이 남았다. 이래서 다들 가을 러닝이 좋다고 하는구나 싶었다.


오늘은 괜히 남편에게 뿔이 났다. 주변의 도움 하나 없이 함께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워오면서, 남편이 나를 위해 얼마나 배려하고 잘해주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내 몸이 피곤하니 고마움보다 ‘당연함’이 커지고, 사소한 일에 괜히 심통이 나고 짜증을 냈다. 오늘도 별것 아닌 일에 입이 나와 있었다. 이 감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아 뛰러 나갔다.


달리면서 내 행동이 떠올라 반성도 되고, 미안한 마음이 스쳤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현관 입구에서 남편과 아들이 깔깔 웃으며 놀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후다닥 씻고 나와 둘의 놀이에 슬며시 끼어본다.


남들 눈치 보며 잘 보이려 애쓰면서, 정작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는 툴툴거리고 소홀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정말로 소중한 걸 잊지 말자, 놓치지 말자.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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