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SM 인수, 그 후는?
카카오가 웃었다. SM을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 끝에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게 됐다. 하이브가 백기를 던진 결과다. 경쟁 과정에서 SM의 주가가 15만 원까지 치솟았고, 이에 하이브가 ‘승자의 저주’ (경쟁과정에서 치른 과도한 비용 때문에 후유증을 겪는 것)에 시달릴 것이 우려되어 경영권을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가 이수만 프로듀서 없는 SM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이기도 하고, 양사 치킨 게임으로 인해 주가 버블 현상도 일어났으며, 카카오가 사우디와 싱가포르로부터 1.2조원의 투자를 받아 향후 주식상장을 목표로 SM을 사들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M 임직원의 89%도 하이브 인수를 반대했던만큼, 카카오 인수라는 결과가 모두에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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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사라질 것이다. 말 그대로 공중분해 될 위기다. 카카오가 SM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과 주식시장을 차치하고 K팝 산업에서 SM이 갖는 상징성을 본다면 ‘팬과 아티스트’, 그리고 ‘프로듀서’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이것들이 흩어질 위기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했어도 이수만은 프로듀싱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티스트들을 응집력있게 모아줄 프로듀서가 부재하게 된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하이브에 SM이 인수됐더라면 새로운 구심점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아티스트다. 에스파를 제외한 SM 아티스트 대부분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해외활동이라는 한 부분만 놓고 봐도, 카카오로 가느냐, 하이브로 가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소속 아티스트들은 ‘탈 SM’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엔터는 하이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엔터사업 운영경험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거라고 밝혔는데, 자리잡지 않은 엔터사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건 아티스트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가 주식상장을 하게 된다면 SM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인정해줄지 미지수다. 일례로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하면서 비상장사(카카오)를 상장사(다음)를 통해 인수시키는 우회상장을 하였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만에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사명을 바꿨다. 다음(Daum)의 ‘흔적지우기’를 한 셈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우회상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카카오가 1.2조원의 투자를 받은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SM이라는 상징성이 카카오에 흡수되어 사라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SM 아티스트들이 카카오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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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수만도, 기존 소속 가수들도 없어진 SM은 K팝 산업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허무하게 사라진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가 만들어갈 SM이, 카카오 말마따나 IT와 IP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무엇이 될 수는 있겠으나, 아쉬운 건 기존 SM의 상실이다. 이성수 대표가 SM 3.0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지만, 그가 얼라인파트너스와 도모하여 회사를 팔아넘긴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이수만 프로듀서를 배척하기 위해 깎아내리는 과정 또한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SM이 카카오에 인수된 상황에서 중요한 건 이번 논의에서도 아티스트와 팬은 그저 회사의 핑퐁게임을 지켜만 봐야하는 수동적인 입장이었다는 거다. 엔터업계가 아티스트와 팬의 ‘감정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향후 같은 상황이 발생됐을 때 이들의 입장 또한 소외되지 않는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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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