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도 아니고. 뽕과 뉴진스는 '이 사람'을 통해 설명된다.
달과 6펜스도 아니고. 뽕과 뉴진스는 하나의 맥락으로 묶인다. 프로듀서 250 (본명 이호형)에 의해서다. 훗날 2023년의 대한민국 음악을 논할 때 무조건 언급될 인물이다. 뉴진스를 성공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앨범 <뽕>으로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나 평론적으로나 모두 인정받은 그의 작품세계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의 음악은 ‘뽕’에 근원한다. 뽕은 노스텔지어다. 어릴 적 고속도로 휴게소나 고속버스에서 들었던 음악들이다.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리어카 음악이기도 하다. 뿅뿅거리는 사운드와 강렬한 비트가 특징이다. 250은 ‘뽕을 찾아서’라는 유튜브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해수욕장의 EDM 페스티벌부터 이박사, 성인콜라텍, 그리고 영등포 춤 연수원까지. ‘두서없음’과 ‘숨어있음’이 뽕 그 자체였다. 실제로 이 다큐를 보면서 내 안에 숨쉬고 있을 뽕에 대해 생각했다. 스피커 소리가 너무 커서 끄고 싶었던 휴게소에서의 기억과, 그 리어카 위에 판매되고 있었던 테이프들이 떠올랐다. 250은 가장 한국스러우면서도 정제되지 않았으며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뽕이라는 아이템을 영민하게 골랐다.
뽕과 디토(Ditto)는 닮았다. 시작과 동시에 슬픔을 자극한다. 250은 좋은 댄스 음악에 대해 ‘슬픔을 자극하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정서를 건드려 춤을 추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한 밝음보다 ‘슬픔을 느껴서’ 추는 춤은 다를 수밖에 없다. 유튜브에 게시되어있는 DJ 소울스케이프와 250의 대화에서 그 둘은 ‘볼티모어 댄스 음악’에 대해 말한다. 이 장르의 대표격인 ‘Dance My Pain Away’ (2006, Rod Lee)를 좋아하는 음악으로 꼽으며, 슬플 때 추는 춤에 관한 장르적 이야기를 한다. 디토(Ditto)의 안무는 볼티모어 댄스에서 기인했다. ‘특유의 발 빠름’이 특징이다. 발로 밟아야 하는 스텝이 빨라서 생각보다 어려운 춤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BPM은 빠르다. 선율은 슬프다. 그야말로 뽕이라고 할 수 있다.
250이 리믹스한 ‘Hurt’ (2022, 뉴진스)를 들어보면 뽕은 점차 부각된다. 실제로 250은 <뽕>이라는 1집 앨범을 내기 위해 2년 간 뽕 음악을 제외하고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뽕은 체화되었고, 뽕을 중심으로 다른 장르를 시도했을 때 색다른 것들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그 시작이 뉴진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옛스러운 것(뽕)과 가장 힙한 것(뉴진스)가 250을 통해 어우러져 나왔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대단했다. 적어도 우리나라 시장에는 제대로 먹혔다. 그리고 세계가 한국 음악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고무적인 상황이다.
뽕은 매운 맛이라고 250은 말한다. 이전에는 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좋아해주기 시작하는 단계같다고. 실제로 250의 <뽕> 앨범은 일본의 오랜 역사를 지닌 음반샵에서 연간 베스트 2위를 차지했고, 타이틀곡인 ‘뱅버스’의 뮤직비디오는 세계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양자경이 오스카를 수상하는 시대에, 하나 둘씩 편견은 깨어지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 와중에 ‘뽕’을 주제로 이제 막 재미있는 것들을 해보려는 프로듀서가 우리나라에 있음에 국뽕이 차오른다. <뽕> 앨범의 1번 트랙부터 끝 트랙까지, <NewJeans> 앨범의 1번 트랙부터 끝 트랙까지 듣고 있노라면 귀가 즐거운 요즘이다.
그의 ‘뽕’ 한 우물을 응원한다.
음악평론가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