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의 조건 (1) 화사, 한로로, 알파 드라이브 원

왜 우리는 ‘야이야이야’를 따라 부르게 될까

by 이예진

히트곡의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귀에 꽂히는 음악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클래식 작곡 전공자의 시선으로 대중음악의 ‘킥 포인트’를 파헤쳐 드립니다.


화사. (c) Mnet

2026년 1월 셋째 주, 멜론 차트 1위는 화사의 ‘Good Goodbye’다. 작년 10월 15일 발매된 곡으로 벌써 3개월째 장기 집권 중이다. 발매 직후에는 완만한 상승세에 그쳤으나, 11월 19일에 개최된 청룡 영화제의 박정민 컬래버 무대가 계기가 되어 11월 12일 멜론 TOP100 등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처음 달성했다. 김신영 DJ는 이 곡을 듣자마자 차트 1위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브레이브 걸스 ‘Rollin’’ 등 역주행 곡들을 맞춰온 이 DJ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이 곡에 분명 ‘한국인이 좋아하는 사운드 요소’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박정민 배우 앞에서 손을 휘젓는 몸짓의 춤과 함께 ‘야이야이야’ 하는 부분은 수많은 쇼츠로 패러디되며 히트곡의 조건, 즉 ‘무의식적으로 따라 부르기’를 충족한다. 이윽고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 거야’라는 가사는, 한 해를 떠나보내고 또 맞이하는 연말 연초의 정서를 정확하게 저격하는 가사가 되었다. 이 두 부분이 이 곡의 킥 포인트다.

청룡영화제 박정민 X 화사 무대. (쇼츠 확산 포인트) (c) kbs

‘야이야이야’라는 멜로디를 들여다보면 E Major에서 ‘솔#-시-솔#-시-솔#’하며 3도 간격으로 움직인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C Major로 변환하여 이해해 보면 ‘미솔미솔미레도미솔미솔미 –미솔미솔라솔미레도’다. 이 부드럽게 요동치는 멜로디는 3도 진행의 미학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초인종 벨 소리로 알고 있는 ‘뻐꾸기 왈츠’(에마누엘 요나손 作)도 3도로 이루어져 있다. 2도 간격이 트릴 특유의 긴장감을 만든다면, 3도 진행은 ‘도-미-솔’ 코드 톤을 벗어나지 않는다. 즉, 청자에게 즉각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대중음악에는 2019년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확보했던 포스트 말론의 ‘Déjà vu’ 후렴이 이에 해당한다. ‘~데자뷔’ 부분은 ‘야이야이야’와 리듬은 달라도 음정 면에서 동일하다.

한로로 라이브 컷 (3도 멜로디와 전달력) (c) Mnet

화사에 이어, 차트 2위도 여성 솔로 아티스트, 바로 한로로다. 작년 한 해 소설과 앨범 분야에서 인기를 끌며 2023년에 발매된 이 곡마저 역주행시켰다. 이 곡의 킥은 하나의 포인트가 아니라, 멜로디·가사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우선 ‘아아아’파트 역시 ‘솔#시파#~’ 하며 3도로 운을 떼는데,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가사도 가사이지만, 싱어송라이터답게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이는 자연스러운 탑라인으로 마치 ‘말을 건네주는 듯하다’라는 인상을 정확히 전달한다. 베이스라인만 봐도 ‘솔-파#-미-레-도-레-솔’ 순차 하행 진행에 ‘I-V/vi-vi-I-IV-V-I’으로 구성된 대중음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진행이다. 이 곡의 킥은 ‘전달력’에 있다. 그 전달력은 가사와 멜로디가 말하듯 이어지는 방식에서 나온다. 한로로는 다른 곡 ‘0+0’에서 ‘난 널 버리지 않아 / 너도 같은 생각이지’와 같은 가사 작법을 보이는데, Z세대의 보편적인 관계 감정을 건드리는 가사다. 세대와 공명하는 감성, 그리고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전달력(구태여 고음을 내지르거나 억지 멜로디를 쓰지 않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말하기와 같은 작법은 십수 년 전 ‘장범준’을 떠올리게 한다. 대중은 결국 쉽고 편안한 구조에 반응한다.

알파 드라이브 원 ‘Freak Alarm' 무대. (타격감/스탭의 시각적 표현) (c) 뉴스핌

마지막으로 보이 그룹 알파 드라이브 원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2025년 Mnet ‘보이즈2플래닛’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8인조 보이그룹인데, 데뷔 전 SNS 팔로워 100만 돌파, 조회수 5천만 뷰를 기록하며 초대형 신인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과 별개로 2026년 1월 12일 데뷔 9일 만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곡, 타이틀곡 ‘Freak Alarm’을 들여다보니 K팝 친화적인 편곡을 담당한 Underscore를 비롯해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과 같은 비트 일부와 NCT 유닛 트랙 참여 경력의 힙합/트랩 비트 전문 작곡가 deeno,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SAAY의 멜로디, 포스트 말론/위켄드 등과 작업한 K팝 크로스오버 전문 Tony Ferrari의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 있다. (질주(NCT127), Talk Saxy(RIIZE) 등 작업.) 이 곡을 들으며 좋다고 느끼는 부분은 바로 후렴이 터지는 부분의 ‘쾌’에 있다. 인트로부터 올드스쿨 힙합, 펑크-힙합 계열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 최근에는 조이 밸런스 & 브래 (Joey Valence & Brae)의 <Punk Tactics>의 타격감을 떠올리게 하는 ‘Stab(스탭)’이 사용됐다. 여러 신스가 중첩된 두터운 소리에, 춤출 때 몸을 ‘툭’치게 만드는 타이밍 신호와 같은 소리다. 짧게 찍히는 음가 있는 사운드를 정박과 약박에 스치며 리듬을 만들어내고, 후렴구에서 연쇄 사용하여 비트를 각인한다. 베이스 운용은 저음역대의 공간감을 만들어내고, NCT부터 RIIZE로 이어지는 보이그룹 특유의 ‘말하는 듯한 후렴’ 으로 K팝의 색을 이어간다. 이와 유사한 형식의 보이그룹 트랙은 많지만, 기타의 리듬감, 타격감, 무난한 멜로디, 이런 것들이 오랜만에 ‘잘 끓여진 K팝’을 듣는 인상을 준다. 곡은 발매 2주 차, 차트 100위권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정리하면, 1월 셋째 주, 여성 아티스트가 주는 위안의 정서와 전달력, 3도 멜로디가 소구력 있고, 걸 그룹에 비해 뚜렷한 흐름을 아직 만들지 못한 보이그룹은 지극히 K팝스러운 사운드 질감(stab)으로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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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projectjin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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