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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Aug 26. 2023

어머니의 목도마


흰 꽃이 흩날리던 날

어머니는 목도마를 안고

우리 집에 왔다고 합니다

  

목숨줄이라고 꼭 끌어안은 목도마가

햇빛에 널린 날이

왜 그리도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식구가 하나 둘 늘매

마를 날 없이 물기 머금어 무거워진 목도마를

어머니는 더욱 꼭 끌어안았습니다

     

두부 전, 두부 국

두부 한 모로 일곱 식구 먹이던 날

목도마도 희고 어머니도 희고

     

깊이 파인 칼자국에

어머니의 주름에

검버섯 피어올라

양지바른 곳에

도마를 널고 어머니를 널고

     

칼자국 선명하고

벌건 김칫물 자국 위로

하얀 물 떨구던 날

산딸나무 흰 꽃이 피었습니다

     

흰 꽃 나리는 길을

한 소녀가 홀로 가고 있었습니다

홀로 가던 흰 소녀가

흰 날개짓으로 훨훨 날아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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