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이 흩날리던 날
어머니는 목도마를 안고
우리 집에 왔다고 합니다
목숨줄이라고 꼭 끌어안은 목도마가
햇빛에 널린 날이
왜 그리도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식구가 하나 둘 늘매
마를 날 없이 물기 머금어 무거워진 목도마를
어머니는 더욱 꼭 끌어안았습니다
두부 전, 두부 국
두부 한 모로 일곱 식구 먹이던 날
목도마도 희고 어머니도 희고
깊이 파인 칼자국에
어머니의 주름에
검버섯 피어올라
양지바른 곳에
도마를 널고 어머니를 널고
칼자국 선명하고
벌건 김칫물 자국 위로
하얀 물 떨구던 날
산딸나무 흰 꽃이 피었습니다
흰 꽃 나리는 길을
한 소녀가 홀로 가고 있었습니다
홀로 가던 흰 소녀가
흰 날개짓으로 훨훨 날아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