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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Sep 06. 2022

뜨거운 감자 '고백'

내가 글을 쓰는 이유

http://youtu.be/F5d0i82GBUs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노래가사와 닮아 있다.



달이 차고
내 마음도 차고
이대로 담아두기엔 너무 안타까워

 1987년 5월 초등학교 3학년 소녀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있다. 흙냄새가 풀냄새에 섞인다. 새소리가 물소리에 섞여 햇살 가득한 오솔길이 싱그럽다. 길가에 핀 풀숲을 따라 걸으며 소녀는 노래를 떠올린다.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

새파란 하~늘가 흰구름 보며

가슴이 저~절 로 부~풀어 올라~~~"

학교에서 노래를 배우며 소녀는 가사의 정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중학생이 된 소녀는 학원이 끝나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김이 서린 겨울 창 밖을 바라보다 그만 눈물이 핑 돈다. 하얗게 내린 순백이 참 고마웠는데, 땅바닥 사람들의 발치에서 검댕이 되어버린 모습에 가슴이 울었다. 소녀는 시를 쓴다. 세상에 내려와 검게 변해버 순수의 아픔에 대해서.


 고등학생이 된 소녀는 참사람에 대해 고민한다. 또래친구들이 서태지에 열광할 때, 소녀는 양희은과 김민기의 노래가사에서 답을 찾고자 심취한다.


 대학생이 된 소녀는 삶의 이유에 대해 고민한다. 관찰과 장고 끝에 인간의 궁극적 추구는 행복을 찾으려는 것이구나 하며 유레카를 외친다. 누군가는 당연한거 아니야 하겠지만, 그당시 소녀에게는 진짜 반가운 유레카였다.


 어느새 엄마가 된 소녀는 계속해서 꿈을 꾸고 싶어 시를 쓴다.

엄마의 꿈


                            닫혀있는 문

                            열쇠 없는 꿈

                            가슴 쥐어 뜯으며

                            술을 든다


                            해가 뜨면 밤이 되고

                            별이 뜨면 낮이 되어

                            어둠 밝히술잔에

                            꿈을 그린다


                            나도 이름이 있어요

                            아무도 모르겠지만

                            들꽃같은 나의 꿈


                            별을 끌어다 술잔 기울이니

                            별이 목에 걸려 찢기는듯 하다


 당시 연년생같은 남매를 독박육아하며 고단하고 고독했던 엄마는 이렇게 마음을 풀어낸다. 아이들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을 주지만, 순간순간 밀려오 사라진 자신의 삶에 대한 상실감, 인간적인 고독, 신체적인 힘겨움을 이렇게 글로 정화시킬 수 있었다. 글을 쓰며 감정의 바다에서 한차례 유영하고 우뚝 서면 또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소녀는 이러했다. 감성이 풍부하여 마음 속 차오르는 것들을 그대로 담아둘 수 없어 글을 썼다.



구름 위를 걷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널 알게 된 후부터
나의 모든건 달라졌어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사랑해

 글을 쓸 때 위로받았다. 서툴고 여물지 않고 혼자의 감성과 감정, 고민, 고독을 위한 글이었더라도 글은 언제나 마음을 만나주고, 때로는 슬픔을 매만져주고, 때로는 정리되지 않은 머릿 속에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글을 쓰며 황홀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살아갈 힘을 내기도 했다.

글을 쓸 때는 은은한 커피향이 나는 듯 했다.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 보단 더욱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야

 어느 때 부터인가 글을 잘 쓰고 싶어졌다. 혼자만의 끄적거림이 아닌 글을 쓰고 싶어졌다. 혼자 쓰고 노트 속에서 잠들지않고 세상 누군가에게 다가가 함께 느끼고 함께 나누고 싶었다. 더이상 혼자이기는 외롭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가슴 속에는 오백 가지 말이 있는데, 로맨틱하고 달콤하지 만은 않아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세상 밖에 내놓자니 글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작은 문예협회를 통해 시로 등단하는 기회를 갖기는 했으나, 가만 보면  비루하기 그지 없어보였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눈에 보이는대로 그려지지 않아 답답해지고 손재주를 원망하게 되기다. 글쓰기도 그랬다.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다보면 '어,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흘러가나. 쉽지 않구나'하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다. 황홀경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감정의 정화를 수없이 경험하며 글쓰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절친이 되었지만, 그 절친을 이제 좀 성장시키고 외롭지 않게 하고 싶어졌다. 더 많이 읽어야 할 것이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에세이로 풀어 낸 글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은유나 상징을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짜지 않고 일상적인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써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썼다. '어어어 이게 아닌데~~'  역시나 보이는대로 그리는 것도, 생각하는대로 종이 위에 묘사서술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였다. 그리고 나의 글은 너무나도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졌다. 나를 닮아있었던 것이다.  나의 분신이기에.

 계속해서 연습할 것이다. 그리하여 내 글을 자유케 하고, 산뜻한 글을 쓰며 산뜻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는 과거의 학문이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역사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를 과거로부터 해방하는데 있다고 한다.

  삶의 많은 순간 글쓰기함께 했고, 글쓰는 시간이 행복했다. 비루하고 부족한 글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써나갈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준 소중한 글쓰기, 나의 절친에게 언젠가는 결실을 안겨주고도 싶다. 이렇게 나는 나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에게 글쓰기는 커피향이다
매혹적이고 정신을 깨워주며
갈증이 날 때는 시원함으로
추위 속에 몸을 녹여주는 것으로
 때로 쓰린 마음 한 켠을 건드리고
때로 부드럽게 나를 감싸준다
나는 오늘도
커피 한 모금을 넘기며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간다




#뜨거운감자 #고백 #글을쓰는이유 #라라크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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