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웅성 Sep 07. 2022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정직하게 나를 만나는 시간

 나는 많은 것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가슴 속에는 못다 펼친 말들이 쌓여 큰 산을 이루었고, 그 산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어두운 산 길에서 별빛에 의지해 더듬거리며 산길을 넘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내 생각을 얘기하다 욕을 먹기 일쑤였고, 그후에도 속시원히 내 말을 해도 된다고 용인하는 존재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무조건적 수용, good enough mother`, 심리학을 공부하다 대상관계이론에서 이 단어를 본 순간 살짝 얼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 꼭 경험해야 하는 따뜻한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내적 자아에 동공이 생기고 그 구멍은 시시 때때로 공명한다. 가슴에 빈 소리가 쩌렁 울리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 공허감이다.  


 그 공허감은 자신의 의지로 통제하고 이겨내기가 쉽지는 않다. 그 감정의 느낌이 뭔지, 색깔과 맛은 어떤지,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낱낱이 파헤쳐 정체를 파악하고 싶었다. 정체가 드러나면 햇빛 속에 사그라지는 안개처럼 사라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구멍이 깊을수록 깊게 빠진 발을 꺼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성적인 뇌가 작동하기 보다 허우적대는 몸부림에 뇌의 프로세싱이 멈춰버리고는 했다.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구멍 속에 새 집을 짓는다. 내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구멍 속의 삶을 가꾼다. 때로는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음악으로, 때로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향으로, 때로는 뇌에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주기 위해 여행이나 산책을 나서기도 하고, 몸을 움직여 내면을 향한 관점을 외면으로 향하게도 했다. 그렇게 구멍 속에 새 집들이 여러 채 마련되어 허우적거림을 멈추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여러 방법으로 새 집에서 놀고 있노라면 간혹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 하던 소리가 웅웅 울리고 있음을 느끼고는 한다. 나의 근원에서, 그 곳 어느 구멍에서 빈 공간이 공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나는 비로소 인지한다. 진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기도 하는 법. 근원을 외면하고 편안함을 느끼며 지내려 한 동안, 감정을 만나는 것, 생각을 온전히 느끼는 것과 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은 저만치 떨어져 팔을 뻗어도 닫지 않는 곳에 있고, 가까이에는 `이래보자 저래보자 이렇게 살자 저렇게 살자` 하는 열정으로 위장한 진실을 외면하는 조작들이 남아있다.

 

 바람은 끊임없이 불고, 그 바람이 동공을 지나칠리 없고, 동공에 갇힌 바람은 윙윙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한번씩 나의 정신을 깨우니, 진실에 가 닫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때마다 우왕좌왕 하는 나를 정리하기에 가정 좋은 방법은 느끼고, 느낀 것을 글로 정리하거나, 감정을 시로 정화해 보는 것이었다. 진실에 닿지 못하고 장막이 가리워진 마음이 글쓰기라는 도구를 통해 조금씩 드럴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썼던 것이다. 혼자 쓰고 혼자 읽고 노트 안에 박제되는 글들을 쓰고 있었다. 안에서만 울리고 있는 메아리를 밖으로 내보내 통로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로 승인되기 전까지는 글의 내용이 공유되지 않아 여전히 혼자 쓰고만 있었다.

이제 작가로 글을 써도 된다고 한다. 나는 계속 써나갈 것이고, 글쓰기를 통해 내 안에 진짜 나를 만나는 훈련을 이어갈 것이다. 느낌과 감정과 생각을 만나는 훈련을 통해, 영혼의 절름발이 다리를 재활해 진짜 나로 나아갈 것이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 글쓰는이유 #공허 #결핍 #자아발견 #나를만나는시간 #감정 #브런치 #성장

작가의 이전글 안개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