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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Sep 09. 2022

대안학교에 다닙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구나

 3년 전 봄이 생각난다. 첫째 아이가 내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그동안 몇 년간 동네에 있던 중학교에 대한 소문을 줄기차게 들어온 터라, 어느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소지로 배정받을 집 근처 중학교는 혁신 중학교인데, 혁신적 교육을 하겠다는 명목 하에 시행된 실험적인 교육방식이 철저히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조금 거리가 있어도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학교로 입학을 시키고자 이사까지 감행해야겠다고 부부는 결정했다. 부동산을 통해 이사 갈 집 몇 군데를 둘러보고 한 집이 마음에 들어 마음을 굳힌 그때,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학교를 꼭 집 근처에서만 다녀야 하나.
세상은 넓은데
왜 동네에서만 찾으려 하지?


 그 순간 갑자기 시야가 넓어짐을 느꼈다. 발끝만 쳐다보며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드는 순간,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던 것을 발견한 것처럼 갑자기 눈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교육관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행복한 삶. 모든 부모의 바람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성적도 사회적 지위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행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공교육 현실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보였다. 이런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행복의 순기능을 배워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어찌 보면 초등학교 이후로는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기가 중학교 시절일 텐데 이 시기를 소중하게 보내게 하고 싶다.

둘째, 도시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어려서부터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자연을 접하게 해 준 기회들은 많았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 아이들이 자연이 주는 힘을 깊이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릴 적 나는 방학 때만 되면 시골 외가댁에 내려가 방학을 보내다 오곤 했다.  아침이면 할머니께서 소여물 지으시던 냄새, 논으로 밭으로 놀러 다니며 시골친구들과 놀던 기억, 하루 온종일 강에서 멱감으며 보았던 산과 강의 모습, 해저 물 즈음 시골 향기.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두고두고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시골의 삶이 주는 편안함에 대한(물론 중년인 내가 귀농을 하게 된다면 완전 다른 그림이 나올지도 모른다. 농사짓는 분들의 삶은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향수가 있다.

셋째, 아이가 만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른의 이미지를 거리감으로 전해주셨다. 아이가 마음이 커지고, 좀 자라난 의식으로 세상을 처음 접하는 중학생 시절에 `참 좋은 어른`의 모습을 만나게 해주고 싶기도 했다. 아이가 자라나고 활동반경이 넓어지게 되면, 부모가 전해주는 것이 아닌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사회상이 형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전국을 검색범위 안에 두고 성공적인 대안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알아본 바 대안학교는 크게 둘로 나뉜다. 교육부에서 인가한 학교와 비인가된 학교. 그 기준은 교육부에서 정한 교과 과정을 따르고 있는가 자체적인 교육방식을 고수하는가 이다. 공교육의 방식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는 않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편중된 교육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 인문학 독서에 집중하는 학교, 자연을 배움의 터전으로 삼는 자연주의 학교, 선교사 양성을 위한 영어 중점식 크리스천 학교,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가도록 돕는 취지의 학교 등 다양한 대안학교들이 보였다. 모두 각 좋은 취지를 갖고 있지만, 일반 학교와 다 개성적인 교육에 익숙해지게 되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입학해 보편적인 방식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


 그래서 결정한 곳은 교육부에서 인가받아 정규 교과과정을 준수하여 다양한 교과목을 공교육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하되, 좀 더 창의적으로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는 학교이다. 과학, 예술, 자연교육의 일환으로 다양한 교육을 하기도 한다. 노작활동(아이들이 사과, 자두밭농사를 경험할 수 있다)과 비즈쿨(아이들이 채취한 약초로 효소와 차를 직접 만들어 사업화해서 얻은 수익으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취지의 `일 년에 한 번 몽골에 나무 심기`를 한다. 몽골에 직접 가서 아이들과 교사진이 직접 나무를 심는다. 이런 활동으로 중소기업청에서 비즈쿨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고 유네스코 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청소년 성장 프로그램, 스포츠 수업,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는 다양한 체험활동 을 골고루 경험할 수 있는 학교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반년 정도 깊이 고민을 하였다. 우리 부부는 가보지 않은 길은 알 수 없고, 밖에 알려진 모습이 다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 직접 경험해보자 했다. 손해 볼 일도 없으니(교육부인가가 난 학교라 언제든 전학이 가능했다.) 일단 가보고 아이에게 맞지 않는 것 같으면 일반 학교를 알아보기로 생각을 정리했다. 6학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1박 2일 간 학교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이의 의향을 듣고 입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학기 다녀보자고  한 학교생활은 어느덧 3년이 흘렀고, 아이는 이 학교를 다니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행복하다고 회상한다. 학생에게 진심이며,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몸으로 생활로 아이에게 전해주신 선생님들, 자연이 주는 힘을 체화한 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갈 줄 알게 된 아이, 무엇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이. 모험으로 시작한 도전이 두 마리의 토끼를, 아니 세네 마리의  토끼를 안겨주는 결과를 얻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온 마을과 부모의 사랑으로 아이는 잘 자라나, 상급학교인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자신이 가야 할 바와 해야 할 바를 스스로 찾고 노력해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3년 전 대안교육을 선택하는 모험을 선택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이는 해 질 녘 노을 진 하늘을 보며 얘기한다.

엄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냄새는
이 시간의 냄새야.
저녁을 먹고 노을을 보며 축구하고 있노라면
저녁 짓는 시골 냄새에 뛰놀던 땀냄새가 섞이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그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그렇게나 편안해

아이의 행복한 미소에 나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육아 #교육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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