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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Sep 06. 2022

안개꽃

발목만큼 자란 풀들이

흙을 가린 땅 위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떼었다


풀잎에 맺힌 이슬에

곱던 신 젖어들어

한 켠에 살포시 벗어놓고 돌아서는 길

자꾸만 뒤돌아 볼 때 반짝 하던 하얀 빛은

안개꽃이었어라


돌아갈 수 없어

다시 걷던 그 걸음 밑으로 허연 굳은 살 배겨날 때

볼 위를 흐르던 반짝하던 그 빛은

안개꽃이었어라


먼 길 돌아 돌고 돌아 가는 길에

반짝 하던 숨은 빛은

눈이 뜨이고 정신 번케 하는

허연 안개꽃이었어라


가고파 가는 걸음

마지 못 하여 가는 걸음

걸음걸음 마다 반짝하다 숨어버린 안개꽃은

다 어디로 갔나


아쉬워할 새 없이 찾을 새도 없이

내달리던 속도가 이끈 거기

좁고 넓은, 끝이고 시작인

그 방을 에워싸고

허연 안개꽃들 게 다 모였더라


그 제가 되면

허연 미소짓는 내가

안개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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