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세수를 하고 어젯밤 준비해놓은 황태해장국에 씻어놓은 콩나물을 넣어 끓인다.
4시 1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오늘은 아이들이 몽골을 가는 날이다. 아이들은 일주일 간 몽골에 다녀올 예정이다. 5시까지 인천공항에서 집결해야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유네스코와 제휴된 학교인데, 지구 사막화 방지를 위해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몽골 초원에 나무를 심으러 가는 것이다. 작은 손으로 땅을 70cm 깊이로 파고 묘목을 심어야 한다. 작은 손들을 몇 번이고 쓰다듬고 얼굴을 파묻었다. 예쁜 손이 상할까 염려가 되면서도, 너희들 손이 참 귀하다고 손을 매만졌다. 구덩이를 파고 작은 아기나무를 심는 마음에 세계와 연결된 큰 마음의 싹이 트길 바란다.
먼 길 떠나는 아이들을 위해 뜨끈한 밥 한 그릇 먹여 보내고 싶은 맘이 간절해, 새벽부터 밥을 준비한다. 밥을 먹이고 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다. 절대 혼자 다니지 말 것,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생길 땐 무조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 것,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땐 참지 말고 도움을 청할 것, 짝꿍이 된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 쟤는 그렇구나'하고 넘겨 자신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지킬 것, 입맛에 안 맞아도 꼭 밥을 많이 먹을 것,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말고 도움을 청할 것.
얘기를 늘여놓다 보니 몽땅 다 노파심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아이는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 사실이 애처로우면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아이들이 단단하게 자라나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는 그저 조용한 기도를 올린다.
'가는 걸음걸음을 지켜주시고, 성령의 보호막으로 아이를 안아 보호해 주시기를, 아이가 보고 행하는 모든 것에 지혜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시기를...'
공항 출국장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돌아서 인사를 전한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놀던 딸아이가 손인사를 한다. '엄마 갈게. 조심히 잘 다녀오자'하고 인사를 건네자,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던 아들이 일어나 엄마를 꼭 껴안는다. 그 품에 기도와 사랑과 응원을 실어 보내며 공항을 나섰다.
아이를 떠나보낼 때는 마음 한켠이 비워지고 기도로 채워진다.
집에 와 부족한 잠을 청해 잠이 들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침대 밑에 아들이 서서 '엄마 팔베개할래'라고 말하며 침대 위로 오른다. 팔을 벌려 아이를 눕히고 시계를 보니 8시 반이다. 아이가 누웠던 무게를 팔에 소롯이 느끼며 눈을 뜬다. 시계를 보니 신기하게도 8시 25분이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작은 염려가 일다가,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하는 꿈이었기에 걱정은 내려놓기로 한다.
12시 반쯤 선생님께서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주셨다.
단체사진을 확대해 흐리게나마 아이들의 표정을 읽는다. 마스크에 가려진 아이들의 눈이 웃고 있고, 딸이 v를 하고 있다. 그거면 됐다. 그것으로 아이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무탈히 건강히 의미 있는 시간 잘 보내다 오기를...
아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은 늘 애틋한가 보다.
오늘도 이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