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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Sep 28. 2022

선이

소설 써보기 연습 중

창 밖에서는 알 수 없는 기계음들이 뒤섞여 공명한다. 우우웅 울리는 소리가 공기를 가득 메워 이 세계는 꽉 차 있다. 여린 소리로 가득 찬 공기 위에 뚜렷한 선을 긋듯, 자동차 달리는 소리, 공사장의 두드리고 부수는 소리가 쨍하게 공기를 가르고 달려온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내달리듯 날카로운 찢는 소리가 공기를 장악하는 순간, 먼지 모를 것에 뇌를 찔린 듯 감긴 눈을 번쩍 뜬다.

햇살이 한창이다. 몇 시인지 알지 못한다. 선은 시계가 필요 없는 날을 만들곤 한다. 그런 날은 원시시대처럼 본능대로 산다. 해가 기우는 각도와 대지에 드리우는 태양의 그림자를 읽어 빛의 시간을 가늠하고, 눈앞에 퍼지는 어둠의 농도로 어둠의 시간을 예측한다.

이런 날의 시작은 똑같은 꿈을 꾸곤 한다. 높고 높은 산 위에서 아래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 위에 섬처럼 우뚝 솟은 산은 바다에 직각으로 박혀있다. 굵은 원기둥이 박혀있듯 서있는 산은 가장자리가 온통 절벽이다. 90도 경사의 절벽산 위에서 선은 바다를 바라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어진 바다는 짙은 군청을 토해낸다. 까만 바다 위 까만 절벽산에서 키만큼 자란 개망초 숲에 에워싸인 채 선은 바다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바다가 선을 부르고 있는 듯하다. 텅 빈 눈에 바다가 일렁이고 눈은 바다색이 된다. 바다의 부름이 공기에 가득 차 바다와 선은 이미 연결된 듯하다. 늘 그쯤에서 잠이 깬다.

선은 눈을 뜬 채, 바다의 군청이 온몸과 침대를 감싸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누워 흰 천정을 본다. 천정은 흰 모래알이 박힌 사포처럼 보인다. 땀샘처럼 박힌 흰 무늬를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전화벨이 울린다. 적색, 녹색을 번갈아보다 모르겠다 하며 녹색으로 전화 아이콘을 민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선은 사람도 말도 좀 겁내는 경향이 있어서이다. 사람과 말에 남들보다 더 큰 에너지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 탓이 아니라 내가 던진 사소한 말에도 발생될 수 있는 화살을 겁내는 것이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자신의 모습을 느끼며 늘 그렇듯,

'재수 없는 년, 돌연변이 같은 년, 무서운 년, 정신병자 같은 년'이 뇌 한 구석에서 회오리친다.

30년이 다 된 일인데도 잊히지가 않는 것 보면, 그 시기 선이는 그런 말들이 너무 무서웠나 보다. 가운데 서있는 선이를 향해 사방에서 날카로운 화살들이 빗줄기처럼 내리 꽂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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