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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Nov 21. 2022

브런치가 좋은 이유

브런치 작가님 중 참 좋아하던 @B밀 작가님이 평소와 다른 풍의 그림을 올리시며 마지막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셨다. 글을 읽다 보니, 육아휴직을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하시면서 1일 1 글이 어렵지만, 가끔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일기처럼 브런치를 쓰려고 하신다는 내용이었다.


내용과 상황을 떠나, 그 글을 읽으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위트 있는 시선으로 일상을 보여주시던 작가님은 그렇게 진실한 마음을 담아 독자들에게 현상황을 알려주신다. 그냥 안 쓰실 수도 있고 그냥 뜸해지실 수도 있지만, 작가님은 독자들에게 충실하시다. 마치 전화통화로 '나 당분간 연락을 못 할 것 같아.' 하듯 글 속에서 작가님의 마음이 전해졌다.

그리고 뒤이어 @달리아 작가님, @페이지유 작가님, @고수리 작가님, @지구사는까만별 작가님, @ANNALEE작가님 그리고 라라크루 작가님들이 떠올랐다.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를 미세하게 전율케 했던 것은 진실한 목소리였다.


우리는 어쩌면 실제와 글을 다르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는 조금 더 팍팍하고 견뎌야 하고 부딪쳐야 하고 자질구레하고 성가신 웨딩드레스 속 코르셋이 주는 불편함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이면에는 다른 것이 있다. 웨딩드레스도 아닌 코르셋도 아닌 그 어떤 장신구도 아닌 별빛을 노래하는 마음이 들어있는 것 같다. 나의 소중한 작가님들은 그 별의 노래를 찾고, 별의 노래를 부르고, 별이 되려 하시는 진실한 마음을 전해주셨다. 그 마음이 참 좋다.


진실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데, 글에서는 그것이 가능했다. 글로 만난다는 것은 마음과 마음이, 진심과 진심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 변호사는 노크를 할 때, 똑똑똑 두드리고 3초를 센 후 들어간다. 그 3초 동안 방 안에 있는 사람은 방문객을 만날 준비를 할 수 있다.

글 친구를 만나는 일은 이 노크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자신의 속도로 글을 쓰고, 독자는 자신의 속도로 글을 느껴간다. 자신의 속도로 세상을 만나는 일이 가능한 것이 쓰고 읽는 일인 것 같다.

대상을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눌 때는 깊은 진심의 영역에서 이야기를 끌어올리기에 넉넉한 시간 여유가 없을 수 있다. 질문에 얼른 대답하고 침묵이 불편해 아무 말이나 끌어내다 보면, 진심의 영역에서 표면의 영역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기 십상이다.

작가 자신의 시간, 독자 자신의 시간이 충분히 자유롭게 존중되는 글의 세계는 참 편안하다.


브런치는 블로그나 인스타 등 여타 SNS와는 좀 다른 면이 있다.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 청정지대이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나 쟁취, 평가나 인정에서 좀 더 자유로운 것 같다. 정보공유나 시선끌기도 큰 의미가 없다. 많은 분들이 조회수가 높은 인기 작가가 되려는 것보다 의미 있는 글쓰기를 하고 계신 것 같다.

자신의 내면을 만나기 위해, 마음을 밖으로 끌어내 보기 위해, 자신의 기억 기록을 위해, 일상을 살다 진심의 영역으로 내려와 그곳의 마음을 만나기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찾는 일환으로.

지금까지 만난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을 보며 느낀 바다. 돈이 연결되지 않아 가능한 것 같기도 해서, 짠돌이라고 생각한 다음카카오의 선택이 맞았다고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브런치에는 욕설, 비방, 비난, 평가의 댓글을 좀처럼 보지 못한다. 사실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독일의 아우토반은 속도제한 없이도 사고가 잘 나지 않는 고속도로라고 한다. 브런치는 아우토반 같다. 강한 규율이나 제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체적으로 청정지역을 유지한다. 진심을 담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선한 마음과 연결되어 있어 그렇지 않은가 싶다.


내가 만난 브런치 작가님들, 브런치라는 공간은 이렇듯 편안하고 순수한 마음을 만날 수 있고 따뜻하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가 참 좋다.

나는 비가 오는 날, 차 창 밖으로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비가 오면,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형상들이 흐릿하게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분명하고 똘망똘망하고 뚜렷한 현실이라는 세계에서 해방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고, 자연이 힐링을 선사하는 산과 바다를 찾고, 퇴근길 귀에 꽂은 이어폰 속 음악으로 하루를 청소하듯 우리에게는 야무지고 똑 부러지지 만은 않은 다른 세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브런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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