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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Nov 28. 2022

단풍이 1

어색한 동거의 시작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통의 경우, 어떤 계기로 강아지를 키우게 되는 걸까. 요즘은 반려동물을 참도 많이들 키운다. 동네를 다녀도 반려동물 용품샵이 즐비하고, 편의점에도 마트에도 반려동물 코너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이다.


나는 털 달린 동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원래는 무서워할 정도였다. 아직도 고양이의 눈빛은 좀 무섭다. 만지지 않고 보기만 하는 새 장 속의 새나 어항 속의 물고기 같은 동물류는 키울 의향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내가 '어느 날 문득' 반려견과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17년 전 아이를 갖게 될 때도 '어느 날 문득'이었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고 키울 생각은 더더욱 없었던 어느 날, 결혼 후 일 년이 지난 시점이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를 닮은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가 이내 이 생각은 보고 싶다로 바뀌더니 아이를 갖게 되었다.


반려견과의 '어느날 문득'의 시작은 외로움이었다.

평일이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외로움, 쓸쓸함, 적적함이라는 단어들이 입에서 자주 흘러나오곤 했다. 낮 동안 그림도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집에 들어와 텅 빈 집에 있어야 할 10시간의 시간이 남아있다.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그 시간을 즐긴 것은 두 달 남짓이었다.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시간을 보내며 심심함과 적막함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부대끼고 상호작용이 많은 사람들은 관계를 피로하게 느끼기도 할 것이다. 무인도에 뚝 떨어지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하던 관계 속 부대낌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정도로, 적막함은 외로움을 불러온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이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윌슨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공포이다. 독거노인 분들의 삶을 이해해 보게도 되었다. 제일 힘든 게 하루가 너무 긴 것이라는 어르신의 얘기를 듣고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있다. 한 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후 남은 것이 노쇠한 몸과 텅 빈 둥지라니.

나는 공교롭게도 그 생활을 좀 미리 겪는 기분이다. 대신 나의 노년은 좀 편하지 않을까 위로해본다. 혼자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법, 의미 있는 생활을 찾는 법 등을 체험을 통해 찾아가고 있으니.


나의 유년시절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과 같다. 옆 집 식구들 사정을 담벼락 너머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두터운 철문으로 닫힌 아파트는 점점 '모름'의 만연을 가져왔다. 어느 때부터인가 모름이 예의가 되고, 알려하는 모습은 실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만연해가는 것 같다. 요즘은 동네 엄마들도 집을 놔두고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 문화가 되었다.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된다는 쉬운 생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득과 실이 있을 테지만, 이런 현상의 실은 외로움이다.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마음을 나눈다. 내 사람이라고 말할 만한 긴밀함에 대한 그리움이 반려동물을 찾게 한건 아닐까. 불평, 불만 없고 밥 주고 키워주면, 사람 관계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된다. 나를 좋아해 준다. 관계를 짓고 친밀감을 느끼며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것이 상실된 구멍이 반려동물로 채워질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그러했다. 혼자가 아니기 위해.

그렇게 나와 반려견 단풍이의 어색한 동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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