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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진주 Aug 29. 2020

이직일기 2편

면접, 그 상세한 이야기

이직일기 1편에 이어 2편을 작성해 본다.


면접에서 나눴던 상세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룰것 같다. 약 10여 곳을 봤는데 모든 곳을 나열하는 것보단 인상적이었던 면접들 3가지 정도만 이야기 나눠보려 한다.


첫 번째, 빠르게 피드백이 온 곳 중에 하나다. 줌을 통해 내가 발송한 포트폴리오에 대해 한 장 한장에 대해 어떻게 일을 진행했고 가장 중요시하게 여긴 가치, 우선순위, 프로세스를 상세히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개발자 한 명과 이사진 한 명이 들어와 면접을 봤고 꼭 희망하던 회사가 아니어서 그랬던지, 아니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있어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지 아무튼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다. (근데 이 회사를 들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


줌 면접을 들어가기 전에 회사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느라고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는데 너무 오래된 형식의 홈페이지였다. 다소 오픈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면접을 본 곳이 수직적이고 보수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줌 면접을 하면서 그런 생각은 좀 줄어들었다. 물론 2명만 보고 결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내가 함께하게 될 팀원들이라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놓였달까, 그래서 홈페이지를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두 번째, 스타트업치곤 규모가 꽤나 큰 곳이었다. 150여 명 정도하는 곳이었는데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의 자격요건이 해당 업무에 있어 5년 이상 경험해본 경력자를 원했는데 덜컥 붙어버려서 속으로는 응? 뭐지? 잘 못 뽑은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서울에 올라간 김에 다 만나보고 오자 라는 생각이 들어 면접에 응했다. 


회의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면접관은 COO였다. 지금까지는 실무자 면접을 본 뒤 C레벨이 경영자분들과 이야기 나눴던 일련의 프로세스를 무시하는 자리여서 약간의 의아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서울에서의 면접일정 중에서 이야기를 나눈 면접관중에서 가장 이야기가 잘 통하고 심지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게 될 직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하고 이 업무를 잘 하기 위한 방법, 현재 회사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신사업 등등 이야기를 나누는데 재치있는 분은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기반으로 자율적이기도 하면서 일에 미쳐있는 듯 싶은 사람이었다.


근데 에너지라는 것이 한 사람만 받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쌍방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이야기가 즐겁다고, 그 자리가 괜찮았다고 느낀 것은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그 회사를 고사하긴 했지만, 인사팀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 COO님과 면접을 나눴는데 다시 연락을 드려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인사팀 팀장 누구누구이며 제안을 거절한 이유와 함께 다시 한 번 만나길 청했다.


내가 그 회사를 거절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COO님과 이야기 나눈 것이 좋긴 했지만 COO님과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과 일을 더 할텐데 실무자들도 만나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약간의 도박처럼 느껴졌고 내가 직접 일할 곳이 아닌 공유오피스에서 면접을 봐서 회사의 분위기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다시 한 번 만나봐야겠다 생각했고 대신 실무자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과 내가 일하게 될 사무공간에 대한 투어를 요청했다.


두 번째 만남에서 COO님은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함께 일하게 될 실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내로라 하는, 네임밸류가 있는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아왔고 각 팀의 지휘를 맡게되었고 어제부터 출근했다고 했다. 그 곳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사무실 투어도 친절하게 해주셨다. 


결과적으로는 거절을 다시 했다. 이유는 사무실 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원한 자리가 팀장급 자리였기 때문이다. 팀을 내가 과연 잘 리드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고 두려웠고 아직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보다 일을 더 배워보고자 하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이다.


세 번째, 조직문화팀이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하는 곳이었다.(조직문화팀에 지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스타트업들은 노션을 통해 채용을 많이 하는 추세다. 내가 이제껏 봤던 채용 페이지 중에 가장 매력적이었고 정보가 많이 드러나 있으며 팀원들의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나타내 신뢰가 갔다.


거의 막바지 즈음으로 이 곳은 면접을 봤는데 약간의 걱정이 앞섰다. 내가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조직문화팀이 3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최근에 선발한 팀원이며 나머지 두 명이 기반을 잡았는데 그 두명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흔들리는 회사의 사정때문인지도 걱정되면서 회사의 기반이 흔들리다 보니 가장 고객과의 최전선에 있는 팀이 아닌 팀원들이 먼저 퇴사를 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이 회사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업종이기도 해서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 최근 코로나로 인한 회사의 분위기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고 조직문화는 여전히 굳건할 것이라는 답변도 받았다. (면접자 앞에서 회사가 흔들리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으니 이 부분은 자체적으로 감안해서 들었다)


더 많은 에피소드들도 많았으나 별도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시면 답변을 달아드리도록 하겠다.


10여 곳이 되는 회사들의 정보, 하루에 3탕씩 면접을 보고 다니며, 실무자나 C레벨의 팀원들과 인터뷰하며 느꼈던 생각은 후회없이 다 돌아보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서 퇴로는 없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한 한 가지의 길을 선택하자! 였다.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오히려 나도 생각을 더 넓힐 수 있었고 각 회사의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곳에서 인터뷰를 나눴고 이미 출근하기로 한 상황에서도 내가 뿌려놨던 서류의 씨앗들로 인해 오퍼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젠 서울에 집도 구한 상황이고 새로운 환경속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데, 힘 닿는 곳까지 열심히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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