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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진주 Dec 28. 2020

넷플릭스 추천 [겨우, 서른]

코로나로 인해 집콕만 하는 요즘, 넷플릭스를 끼고 산다. 평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자주 챙겨보는 나로서는 신작이 나오면 프리뷰를 통해 나 나름대로 재미있겠다 없겠다를 감별한다. 그러던 중 겨우, 서른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고 무려 43화나 되는 대장정에 나섰다.  


한 회차당 45분 정도 진행돼서 텀이 그리 길지 않아 집중해서 볼 수 있다. 거기에 중국어를 예전에 공부했던 나로서는 이참에 중국어도 듣고 좋지 뭐~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결국은 자막만 열심히 보고 중국어는 1도 늘지를 않았음)


겨우, 서른이라는 드라마는 30살을 맞은 3명의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각자의 서른을 기점으로 변화와 그 변화를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셋은 친구로 서로 힘든 일이나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격려와 응원을 해주며 똘똘 뭉친 3인방이다. 내용으로 보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외모는 현실감각이 1도 없다. (다들 예쁘고 귀엽고 다함)


2030 여성이라면 겨우, 서른이라는 중드를 추천한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거니와 사회초년생에서 사회에 정착해가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변화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는지 제삼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서울에서의 사회생활, 가정생활 등을 비추어 비슷한 부분도 많고, 중국과의 문화 차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의 퇴근 후 소중한 시간 중 총 1,935분을 투자한 겨우, 서른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인물 소개
출처 : 넷플릭스

왼쪽 : 중샤오친(30)

세상의 걱정거리도 없고 줏대도 없다. 순간순간 내키는 대로 하고 살고 문제가 안 풀리면 남편이나 부모님에게 기대는 성격이다. 한 건물의 관리업체에 재직 중이며 수금, 마케팅, 온갖 잡일까지 동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하고 러블리한 인물이다.


가운데 : 구자(30)

해결 못하는 문제는 없다. 가정, 일, 자아실현 모든 것을 놓치지 않는 FM 같은 성격을 지녔다. 남편의 회사 일부터 아들의 학업문제, 혼자 계신 아버지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커리어우먼의 표본이다. 가족과 자신이 더욱 풍요롭게 지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똑 부러지고 야망 있는 인물이다.


오른쪽 : 왕만니(30)

이 세상 똑순이는 나다. 명품을 판매하는 '미실'이란 곳에서 판매왕이다. 슈퍼바이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년 전 상하이에 올라왔고 지방에 있는 부모님에게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 셋 중 유일하게 솔로다. 경험을 토대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야무지고 현실적인 인물이다.


줄거리(스포 주의)
출처 : 넷플릭스


중샤오친

방송국 편집기자로 있는 남편이 일하고 물고기 기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가정에 소홀하다고 느낀다. 결정적으로는 중샤오친이 임신을 했는데 남편이 기뻐하지 않고 유산을 하게 되었을 때도 슬퍼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유산 후에도 자신에게 소홀한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그 와중에 같이 회사를 다니는 5살 연하남에게 대시를 받게 되고 마음을 연다. 처음엔 즐거웠지만 전 남편이 잘해주던 것이 그리워지는 시점에 전 남편도 중샤오친의 빈자리를 느끼며 다시 잘해주며 결구 다시 합치게 된다.


에피소드 - 43화 중샤오친의 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회자) 전남편과 다시 합치는 결말이 났던데. 많은 동화속 이야기처럼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고 그 후에 이야기는 없는데 행복한 나날이 계속될 거라 생각하시나요? (중샤오친) 지금까지 전 결혼생활이란 서로 완전히 다른 물고기 두 마리를 억지로 한 어항에 넣어 기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30살이 되고 나서야 좋은 배우자와 포근한 가정이 멀리 떠날 수 있는 충분한 용기와 힘을 준다는 걸 깨달았죠. 진심으로 대해야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은 모든 독자 여러분도 행복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시길 바랄게요.  


결혼생활에 큰 위기를 겪으며 중샤오친이 하는 생각, 중샤오친의 남편 천위가 하는 생각과 그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했던 말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깨달음이 많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드라마, 영화, 소설을 보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며 마무리되는 것들이 많은데 실제로 현실은 이렇게 시련의 연속이다라는 것을 보여준 현실부부였다. 이 부분은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가정을 이루지 않았더라도 서로를 신뢰해주는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있다면 공감 가는 대목일 듯싶다.


출처 : 넷플릭스


구자

아이를 사립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고 최상위층의 여성갑부들만 모이는 자리에 우연찮게 합류하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본모습을 잃어가는 것을 느끼고 모임을 나오게 된다. 그 과정 중에 남편이 외도를 하게 되고 아버지는 요양원에 가게 된다. 차 공장을 인수하여 운영하는 중에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고 이혼을 요구할 때 남편의 회사에서 직원이 죽게 되어 남편이 감옥에 가게 된다. 차 공장이 어려웠지만 참신한 마케팅 방법으로 구사일생하게 됐고 남편과는 이혼을 하게 된다.


에피소드 - 41화 남편의 외도녀와 이야기하는 구자

처음 쉬환산(남편)을 만났을 때 네게 반창고를 붙여줬지? 그래서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을 거야. 그이가 왜 반창고를 갖고 다니는지 아니? 쯔옌(아이)이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잘 다쳐서 내가 반복해서 말해 줬거든 파란색 불꽃이 눈부시고 아주 로맨틱한 것 같지? 그건 우리가 10년 전에 함께 찾은 인생의 방향이야. 네가 사랑에 빠진 건 그 남자일까? 아니면 그 남자 몸에 남은 다른 여자의 흔적일까?


일하면서도,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시련이 닥쳐와도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똑 부러지게 하고 오목조목 잘 따지는지 참 부러운 부분이다. 그 여자 얼굴만 보고 있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 같은데 암튼 대단한 여자다. 


출처 : 넷플릭스


왕만니

고급 명품샵에서 승진하게 된 왕만니는 회사에서 보내주는 크루즈 여행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갑부와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동거녀가 있었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더욱 일에 집중하려는데 악재가 겹쳐 결국 상하이 생활을 접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이사를 한다. 하지만 상하이의 생활에 익숙해진 왕만니는 다시 상하이로 올라오게 되고 전 남자 친구의 인연으로 알게 된 사장님을 찾아가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느끼고 유학길에 오른다.


에피소드 - 10화 중 이삿짐센터 아저씨가 상하이를 떠나는 왕만니에게

매일 운전하고 다니면서 내가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딱 지금 아가씨 표정 같아요. 왜 그런 줄 알아요? 이 도시가 원래 그렇거든요. 나가기는 쉬어도 돌아오기는 어렵죠. 내가 이사를 도와줬던 외지인들은 결국에는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 버리더라고요. 내비게이션을 봐요. 이 길이 우리가 가고 있는 꽉 막힌 도로예요. 온통 붉은색뿐이죠? 이게 무슨 뜻인 줄 알아요? 이 도로로 들어서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남들보다 힘들고 늦어진다는 뜻이에요. 


이 대화에서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서울에서 살아보고 일도 해봐야 한다며 생각해 서울로 이직을 하고 겨우 전셋집을 얻으며 '2년마다 이런 이사를 다녀야 하는구나'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청년층이 서울로만 취직을 해 지역에는 일자리도 없고 인프라가 잘 안 갖춰져 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상하이가 우리에겐 서울 같은 존재로 오히려 더 치열할 수 있다. 인구수 No.1을 자랑하는 중국이기에.


중국문화
출처 : 넷플릭스


남자들이 주방에 - 요즘은 한국에서도 남녀의 집안일 분배는 잘 이뤄지는 편이지만 중국에서는 여성이 당연시하게 음식을 만들고 집안을 가꾸고 이런 것들이 덜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QR코드를 통한 결제 - 요즘 카카오페이, 네이버 페이 등등 바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들이 많지만 남녀노소가 모두 사용하는 결제수단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위조화폐가 많아 현금을 잘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자신의 통장을 기반으로 한 QR코드 송금, 결제가 굉장히 보편화되어 있다.


특별한 30살 - 중국의 나이 개념은 미국과 같이 생일이 지나야 한 살을 먹는 제도인데, 유난히 30살이 되는 날엔 장대한 생일파티와 함께 굉장히 중요한 날인 듯 여겨지고 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점이 가장 뒤숭숭하고 나이가 크게 다가오는 경계선이라곤 들었지만 중국에서는 30살을 좀 더 어른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문처럼 여기는 듯싶다.


필수적인 결혼 - 지금은 자식을 2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지만 예전에는 결혼하고 나면 1명까지 밖에 자식을 낳지 못했던 중국의 특성상 자녀를 굉장히 애지중지 하고 자식농사를 잘 지어 노후를 잘 보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나라보다는 좀 더 강한 듯싶다. 한 집안간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끼리 결혼을 시켜야 하니 정말 중대한 대소사일 수밖에 없을 듯싶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물건을 내놓듯, 중개상이나 부모들이 나와 아이의 스펙, 자산규모를 부동산처럼 내붙여 홍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마무리
출처 : 넷플릭스


대사 중

난 혼자 하는 시작이 새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햇살과 아름다움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결국 마음속에 남은 건 과거의 소소한 일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지나간 호수처럼 뭐든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게 바로 삶일 것이다. 맞다. 이게 바로 삶이다. 


30살 허둥지둥하며 한 해를 겨우 보냈어요.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앞날을 바라보면 어느 해나 그렇게 보낼 테죠. 갈피를 못 잡는 나날들이 우리는 눈부시게 성장시키죠. 30살은 시간이 우리의 청춘을 조금 앗아간 나이일 뿐이에요. 하지만 우리에게 바꿀 수 없는 경험을 주죠. 사랑을 경험하게 해 주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동력을 줘요. 인생은 아마 편도여행일 거예요. 특정한 숫자가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갈 속도와 멈출 순간을 결정할 수 없어요. 이건 우리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다음을 기대해 주세요. 우리 모두가 '다만'이라는 용기를 갖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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