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보다 브런치어게인

쓰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by 작은나무

월요일이면 밤 10시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10시 30분에 JTBC에서 하는 <싱어게인>때문이다. 노래만 알려진 가수, 노래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가수 등 '이름 없는 가수'들이 자기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경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지난주부터 10명의 가수가 몇 호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한다. 63호, 11호, 20호 등으로 호명되다가 본인 이름으로 무대에 섰을 때 프로그램의 팬으로서 너무나 감동이었다. 그간의 지나온 시간과 노력들이 이제라도 빛을 내길 바라면서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싱어게인을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문득 이달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난 이번 달에 '브런치어게인'에 도전했고 오늘은 도전 마지막 날이다. 싱어게인은 시청자로, 브런치어게인은 참가자인 점이 차이가 있다. 내가 참여한 모임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를 모토로 운영되는 아바매글 모임에서 '아바매글 브런치'반이다. 구독자수가 적고 브런치를 살리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다.


예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몇 줄 끄적이다 말거나 좀 길게 쓴다 하더라도 며칠 쓰다 말고 금방 포기하길 반복했다. 포기하게 되는 제일 큰 난관은 글감의 부재였고, 두 번째는 인내심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


ㅣ혼자 쓰지 말자

돌이켜보면 내 글쓰기가 지속되지 못하고 언제나 계획으로만 남았던 가장 큰 이유는 '혼자'했기 때문이었다. 혼자 쓰고, 혼자 퇴고하고, 누군가 봐주길 기다릴 뿐이었다. 이번 달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뭔가를 쓰거나 퇴고하거나 제목을 짓거나 등등 '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이 원동력은 함께 글 쓰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게 혼자 쓰는 것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밀어주고 끌어주는 동료가 있다면 더 나아질 수 있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달에 경험해보니 더 그렇다. 혹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해결책을 찾고 있다면 쓰기 자체를 생각하기보다는 쓰기 위한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에겐 그게 글쓰기 모임이었다.


당신의 동료는 어쩌면 당신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일지도 모른다. 혼자였다면 절대 못할 일을, 함께여서 해냈다.
_<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133p, 김선영, 유노북스


ㅣ글감이 진짜 없었을까

글감이 없는 줄 알았다. 2016년 6월에 첫째, 2018년 4월에 둘째는 낳고 자연스레 육아가 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늘 글을 쓰고 싶었지만 언제나 글감은 한계가 있었다. 아이의 성장, 엄마가 된 나,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등 온통 '엄마'로서의 글감만 떠올랐다. 다른 이야기는 떠올라도 그냥 한번 생각하고 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글쓰기 모임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 같은 '엄마' 입장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미 나보다 몇 개월을 앞서 매일 글쓰기를 하고 계신 분들이라 그간 써온 글 개수만 봐도 나보다 훨씬 많았는데 소재도 다양하고 주제도 다양했다. '엄마가 아닌' 분들의 이야기는 더 새로웠다. 그리고 그들의 글을 보며 나도 엄마가 아닌 '나'였을 때 이야기와 생각들이 떠올랐고, 몇 가지는 부족하지만 글로 쓸 수도 있었다.


ㅣ그렇다면 왜 브런치일까

브런치는 나름 오디션을 통과한 사람이 작가라는 직책을 달고 글을 쓰는 플랫폼이다. 그렇다 보니 양질의 글이 많다. 협찬을 받고 리뷰를 쓴다든지,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글이 없다. 브런치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보고 마는 사람은 없을 거다. 이런 브런치에 부족한 나도 글 올릴 수 있는 페이지가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좌절했다. 발행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졌고 정보도 없고 감동도 없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쓰는 게 민망했다.


모임을 하면서 여러 가지 글쓰기 팁도 얻고,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지나가는 일상도 쓰기에 따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글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온라인 톡방에서 응원과 격려를 양껏 받아서일까. 마지막 주차인 이번 주에 내 글이 무려 3개나 Daum 메인에 뜨는 기적이 있었다. 3개 글의 조회수를 합치면 12만이나 된다. 조용하던 브런치 알림이 이번 주엔 수시로 울렸다. 구독자도 조금이지만 늘고 글마다 라이킷도 늘었다.


'나도 메인에 떴다'는 기쁨이 있었지만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수록 '불안', '찜찜'한 마음도 생겼다. 마치 학창 시절에 수학 문제를 찍어서 우연히 맞혔는데,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 칠판에 풀이 과정을 적어보라고 할까 봐 조마조마한 기분이랄까. 운 좋게 메인에 떠서 불특정 다수가 보는 글이 되니 내 글이 왜 이렇게 형편없어 보이고 곧 무너질 것 같은 모래성 같은 건지. 내 모자란 글 실력을 12만 명에게 들킨 기분이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었다.


ㅣ단단해지기 위해 잠시 돌아갑니다

내가 참여하는 모임은 매일 글쓰기 모임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모임,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모임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있는데 브런치 글쓰기 모임으로 첫발을 담갔고, 다음 달엔 좀 더 단단한 글쓰기, 탄탄한 실력을 쌓기 위해 피드백 모임을 신청했다.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라고 보여준 게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할 만했다. 마냥 부끄러울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글쓰기 동료들의 진솔한 댓글과 메인에 올랐을 때 진심 어린 축하 등은 그동안 매번 포기했던 나를 이끌어주는 힘이 되었다. 글을 피드백받는 건 처음인데 한 달 전 글쓰기 모임에 처음 참여했을 때보다 덜 긴장되고 더 기대된다. 한동안 손 놓았던 브런치를 조금이나마 살리고, 사실은 제대로 손 잡지도 않았던 글쓰기를 한 달 동안 포기하지 않은 나를 칭찬하며 다음 달도 파이팅!



<내가 참여 중인 글쓰기 모임>

# 아바매글(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

# 아바매글 브런치 1기

# 리더 글밥님 이하 여덟 분의 동료분들 모두 즐거운 한 달이었고 감사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화내지 않고 아이를 재우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