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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규 Feb 10. 2019

내가 타 본 국산차 소감

심심해서 쓰는 내가 타본 국산차 소감.

1. 저는 차알못입니다.
2. 이 글은 공정함과 객관성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3. 이걸 보고 선택에 도움을 받느니 한화를 응원하세요.  



1. 현대 액센트 1.6 GDi 프리미엄


풀옵션을 샀다면 순정 네비와 열선시트를 비롯한 편의 장비가 아반떼 부럽지 않습니다. 그쯤 되면 가격도 이미 아반떼 중급 옵션을 뛰어 넘는 게 문제네요. 첫차를 사는데 경차는 좀 그렇고 아반떼 노 옵션은 싫다 싶으면 액센트 풀옵을 권합니다. 물론 그렇게 차를 사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저만 빼고요.


강제로 출력을 제한하는 에코 모드로 주행하면 주유소 방문을 잊게 만드는 연비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운전면허학원 차량 수준의 가속력 때문에 도로에서 보통 씨발놈아-로 불리는 단점이 있군요. 충분히 괜찮은 앞좌석의 승차감은 옆에 여자친구를 태우든 어머니를 모시든 문제가 없습니다. 절실하게 증오하는 사람이 있다면 뒷좌석에 태우길 권합니다. 롯데리아만큼 쿠션 없는 시트가 그 망할 자식의 허리를 분쇄해줄 것입니다. 이 차의 실전적 쓸모는 2인승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2. 현대 아반떼 MD 1.6 GDi


경쟁 차종인 K3와 sm3의 끔찍하게 못생긴 얼굴과 비교하면 2020년까지는 먹힐 디자인과 검증된 성능이 있습니다. 현기차의 창렬함에 치를 떠는 이들도 아반떼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아반떼로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려는 바보가 당신은 아니길 바랍니다. 스포티한 외관과 젊은 이미지를 통수치는 이 성능은 마치 개성과 창의를 강조하는 한국 입시교육 같군요. 저는 이 차로 120km 이상의 속도를 낸 적이 없습니다. 불안한 고속 안정성과 방금 잡아 올린 참돔처럼 요동치는 테일은 당신을 진정한 정속 주행 드라이버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다만 동급 대비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옵션들이 있습니다. 소나타급의 차값을 지불해야 하는게 문제네요. 현대가 자동차 회사라 다행입니다. 중국집이었다면 단무지와 양파까지 별도 비용을 청구 받았을 테니까요. 준중형치고 해괴할 정도로 넓은 실내공간 역시 장점입니다. 현대 자동차에 도라에몽이라도 근무하는게 아닐까요? 당신이 커플이고 둘이 합쳐 평균 170cm 이하라면 쾌적한 카섹스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3. 쉐보레 말리부 디젤 LT


잘생긴 외모와 현기차가 아니라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가솔린 버전의 한숨 나는 초반 가속을 디젤의 토크빨로 극복했고, 2000rpm이 넘으면 오버 부스트가 터지며 시원하게 속도계 바늘을 올립니다. 다만 멍청하고 느린 업데이트의 순정 네비게이션, 우주왕복선에 필적할 많은 센터페시아의 버튼과 공대생 감성 폰트들이 미국놈들의 센스 없음에 치를 떨게 합니다. 고문기구를 연상케 하는 수동 변속 버튼도 이과생들의 만행이 확실합니다. 핍박 받던 디자이너가 마지막으로 사수해낸 푸른색 무드등이 유일하게 이 실내 인테리어를 살리네요.


쉐슬람들이 주장하는 인터넷 슈퍼카 목록에 회자되는 말리부 디젤이지만 실제 소유주로선 좀 의아합니다. 말리부의 진면목은 매우 정숙하고 놀랄만큼 편안한 패밀리카입니다. 이 차의 조수석에 앉는 사람은 1시간 이상 경과하면 여지없이 입을 벌리고 숙면을 취해 운전자를 빡치게 만듭니다.


치명적인 점이 새차는 그랜저만큼 비싼데 중고값은소나타 보다 싼 시세를 자랑합니다. 그런것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성능은 딱히 단점이 없습니다. 외제차는 오바고 현대 기아는 싫다고 하면 그냥 이 차 사세요.




4. LF 소나타 2.0


술 취한 우리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고마운 택시입니다. 렌터카로도 유명한데요, 주차해둔 내 차 박은 시발놈 덕분에 수리 맡긴 이틀 동안 탑승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도무지 자세히 기억하려 해도 생각이 안 나는 무난한 외관과 BMW를 닮은 실내 인테리어가 특징이군요. 뭐 그게 단점은 아닌데 소맥을 좋아하는 과장 김철수씨가 타는 차 같은 기분은 드네요.


고속도로에서 엔진소리만 듣고 이건 제로의 영역에 도달했구나 싶을 때 속도계는 100km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초반에 모든 힘을 쏟고 급격히 기운이 떨어지는 것이 마치 조루에 시달리는 중년남성의 정력을 오마쥬 한건가 싶은데. 정지 상태에서 가속만큼은 그야말로 드래그 머신입니다. 바꿔 말해 칼치기와 갑작스런 끼어들기에 최적화된 한국 시내 주행용 세팅. 우리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하나 얻었습니다. 택시들의 개좆같은 운전습관은 바로 소나타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도라에몽이 만든것 같은 광활한 실내와 편안한 승차감은 이 차의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것입니다. 대관절 현기차는 왜 이렇게 실내가 넓죠? 왜죠? 바야바 두명을 뒤에 태우고 트렁크엔 김치냉장고를 실을 수 있겠네요. 소나타의 포지션은 사실 봉고차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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