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기(3일차)

물고기 떼를 볼 수 있는 스노클링 포인트

by 김둥둥


울릉도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전 날에 과음을 한 탓에 머리가 약간 지끈거렸다. 그래도 많이 아프진 않아서 괜찮았다. 소주에 약한 내 몸뚱이.. 숙소는 2박만 예약했기 때문에 짐을 다 정리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첫날 저녁에 가려고 했지만 일찍 문을 닫아서 먹지 못한 정애 분식에 갔다. 꽁치물회와 홍따밥(홍합과 따개비밥)을 먹었다. 유명 여행 유튜버 영상에서 봤을 때는 따개비밥이 특별할 게 없고 맛이 그냥 그렇다는 말도 있었지만 식당을 잘 찾았는지 정말 만족스러웠다. 따개비가 적고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음식이 전체적으로 다 맛있었다. 울릉도는 명이나물도 유명한데 명이나물이 반찬으로 나와서 홍따밥을 싸 먹었다. 오징어내장탕도 그냥 나오는데 꽤 먹을만했다. 둘째 날 과음을 했기 때문인지 속이 삭 풀리는 기분이었다.


저동커피 먹물 아이스크림

밥을 맛있게 먹고 둘째 날 먹은 호박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카페에 갔다. 그런데 애인이 검색해봤다며 먹물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했다. 나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맛있다는 말에 먹물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그런데 웬 걸 정말 맛있었다. 내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 벤앤제리스 초콜릿 아이스크림이랑 상하목장 아이스크림 다음으로 맛있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가장 맛있을지도. 너무 맛있어서 걸어가는 동안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집 앞에 있으면 사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이다 정말!



아이스크림을 먹고 저동항의 방파제를 산책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원했다. 약간 무서울 정도로 바람이 셀 때도 있었다. 여행 온 이후로 계속 날씨가 좋다가 셋째 날은 바람이 좀 불고 구름이 낀 날씨가 이어졌다.



냥꼬네 게하 고양이


숙소에 맡긴 짐을 챙겨서 버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숙소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다. 좀 쉬면서 고양이들에게 아양을 좀 떨고 사진도 찍었다. 고양이는 신기한 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한 발자국 멀어지면 다가온다. 때로는 자기가 기분 좋을 때, 놀고 싶을 때만 다가온다. 귀찮을 때 만지면 꼬리를 탁탁 세게 흔들면서 싫은 티를 낸다. 그래서일까 매력이 넘친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렇게 보는 걸지도. 숙소에서는 컵라면을 언제든 먹을 수 있게 해 놔서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 스노클링을 하러 출발했다.


숙소에서 스노클링 포인트에 가는 길은 20분 거리였다. 애인은 열심히 크루저 보드를 타고 나는 경치를 보면서 열심히 걸었다. 보드를 너무 열심히 타는 애인이 야속했던 나는 서운함을 내비쳤다. 결국 나도 그의 보드를 타고 차 없는 도로 위를 즐겁게 달렸다. 아웅다웅 귀여운 실랑이었다.


해양기지 앞 포인트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꽤 있었다. 바로 앞에 샤워장도 있고 좋았다. 바다 위에는 노란색 부표 같은 게 있어서 깊지 않은 곳과 깊은 곳을 나누어 놓은 듯했다. 깊은 곳에서 처음에 놀다가 낮은 곳을 갔는데 물고기가 정말 많았다.



날이 흐리고 물살이 있어서 그런지 시야가 흐렸지만 물고기가 정말 많았다. 오후 3시쯤 갔는데 물고기들이 떼로 지어서 한 곳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스노클링으로 물고기 떼를 이렇게 많이 볼 수 있을 줄 몰랐다. 이것보다 훨씬 큰 물고기 떼가 작은 물고기 떼를 사냥하려고 이리저리 쫒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물고기를 실컷 구경하면서 잠수도 계속 연습했다. 발이 닿는 얕은 곳에서 여러 번 해보고 자신감이 붙으면 좀 더 깊은 곳에서 해보며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처음에는 1미터도 못 갔지만 점점 할수록 2미터, 2.3미터, 2.4미터 이렇게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 바닥에 있는 죽어있는 작은 소라껍데기도 주워보고 너무 재미있었다. 혼자 했으면 어려웠을 텐데 단계별로 미션을 주면서 가르쳐준 애인 덕분에 더 잘했던 것 같다. 이렇게 울릉도는 물놀이를 하면 재미가 배가 된다.


물놀이 후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숙소로 향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오삼불고기를 해주어서 안주로 먹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모여 앉아 이야기를 했다. 처음 뵙는 분들이라 어색함이 있었지만 즐거웠다. 울릉도 여행은 얼마나 하는지, 스노클링 포인트 좋은 곳은 어디가 더 있는지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신기한 건 다들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들 이어서 그런지 서로 나이도, 직업도 자세히 묻지 않았다. 나중에 따로 있을 때 얘기를 나눴지, 단체로 있을 때는 서로에게 실례될만한 말을 하지 않고 적당한 선을 지켰다. 여행하다가 숙소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정말 쉽게 서로에 대해 묻고 알아가기 때문에 쉽게 알려고 하지 않는 그런 경험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12시 소등시간에 맞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와 애인은 바로 앞에 있는 방파제로 여유롭게 산책을 나갔다. 밤이 깊었지만 울릉도의 밤은 늘 밝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면 오징어 잡이 배가 나오는데 거기서 달불빛으로 묘사된다. 그만큼 울릉도에도 달빛만큼 밝은 배의 불빛이 주변을 환하게 비춰준다. 꽤 먼 곳까지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바로 골아떨어졌다.


행복은 참 이렇게 가까운 사람과 맛있는 거 먹고 멋있는 곳 가서 즐기는 게 다인데, 정말 특별할 게 없는데 어째 우리는 마음껏 행복하기가 늘 어려운 것 같다. 우리 인생, 조금 더 행복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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