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기(4일차)

관음도 걷기 & 선녀탕과 학포항 스노클링하기

by 김둥둥


드디어 울릉도에서의 넷째 날이다.


부끄러운 투샷


일어나서 숙소 밖의 벤치에 앉아 컵라면을 하나 먹고 고양이와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학포항을 먼저 갈까 하다가 어플로 바람을 확인하니 학포 쪽은 오전에 바람이 세서 일정을 변경했다. 관음도를 둘러본 뒤 관음도 근처에 있는 선녀탕에서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관음도 근처에는 음식점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먹을 걸 미리 샀다. 버스를 타고 관음도에 도착했다.


관음도


입장료가 있는 대신 걷는 길이 굉장히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울릉도의 절경을 높이서 볼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다리를 건너면 걷는 코스가 있는데 다 걸어도 30~40분 정도로 길지 않아서 좋았다. 다 걷고 나니까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바로 근처에 노점상(?)이 있어서 옥수수와 요기 거리를 사서 먹었다. 그리고 한 5분 넘게 걸어서 선녀탕에 도착했다.



바람을 확인하고 가길 잘했다. 잔잔하고 해가 살짝 비춰 바닷속이 정말 평화로웠다. 그동안 내가 본 울릉도 바다 중 가장 시야가 좋았고 투명했다. 날씨 영향이 꽤 큰 것 같다. 자잘하게 떼로 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이 너무 귀여웠다.


선녀탕에서 잠수를..


바닷속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선녀탕에 있는 큰 바위를 한 바퀴 돌았다. 줄돔이나 돌돔이 많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에 대한 공포감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더 깊은 곳까지 잠수도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2.9미터까지 찍고 왔는데 뭔가 짜릿했다. 이래서 프리다이빙을 하는 건가 조금은 프리 다이빙의 매력을 맛본 것 같다.

학포항


선녀탕에서 놀고 몸을 닦고 학포항으로 향했다. 대중교통으로 가서도 20분을 걸어야 했는데 이곳은 파도가 꽤 높았다. 선녀탕에서는 무리 없이 정말 재밌게 스노클링과 잠수를 했는데 역시 잔잔하지 않은 바다에서는 무서움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도 애인만 다녀오라고 하기가 미안했고,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물놀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쉬워서 마음을 가다듬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들은 말로는 미역을 해치고 가면 동굴 같은 게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미역을 해치며 동굴로 향했다.


가는 동안은 꽤 괜찮았다. 특이한 지형 안에 쏙 들어가 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돌아 나올 때였다. 다시 미역을 해치고 돌아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몸이 점점 추워졌다. 애인과 조금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수면 위에 떠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파도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갑자기 무서움이 느껴져서 애인의 손을 잡고 발이 닿는 곳까지 향했다. 스노클링 중에도 물속에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면 패닉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마인드 컨트롤을 해도 두려움에 자꾸 코로 숨을 쉬고 싶어져 마스크가 불편해졌다. 만약 그때 무리해서 더 놀았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한번 바다에서는 특히 더 겸손해야겠다는 걸 깨달았다. 무조건 스노클링은 잔잔한 바다에서 하기로 혼자 다짐했다.


저녁에 밥을 먹고 들어가서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해주신 문어숙회(?)를 먹고 술 한잔을 조금 한 뒤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날엔 배를 타기 전에 점심을 먹고 행남 해안산책로를 산책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날씨가 괜찮을 때라서 가고 오는 배에서 멀미를 하지 않았다.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지가 될 것 같다. 나중에 울릉도에 공항이 지어지면 그때의 울릉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사뭇 달라질 텐데 일찍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항공편이 생기더라도 지금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발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밤에 게스트하우스 사람들과 술 한 잔 할 때 느낀 게 있다. 서른 한 중반쯤 되는 언니 두 명이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두 분은 번듯한 직장인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묻지 않았지만 안정적으로 자리가 잡힌 직장인이고 취미생활이나 여행을 즐기면서 자유롭게 사는 분들 같았다.


7년쯤 뒤 내가 그 언니들의 나이쯤 되면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직장생활 6년 차쯤 되어 있을까?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숙박업을 하고 있을까? 내 미래를 조금 더 세밀하게 계획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다 흘러가진 않겠지만 '인간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된다'는 어느 러시아 소설가의 명언처럼 꿈꾸고 계획하다 보면 원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울릉도야 만나서 반가웠다. 안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