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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Sep 19. 2022

장거리 연애를 앞두고


"장거리 연애는 못 해."


29년 동안 장거리 연애는 나의 적이자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할 존재라고 굳게 믿어왔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 마음이 붕 떠버리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 만난 사람 중 캐나다로 떠난 사람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F(편의상 F로 말하고자 한다)의 이사 준비나 월세 계약 해지 등을 도와주었다. 한국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준비를 하는 사람을 도와주어야 하는 마음은 괴로웠다. 그의 사정상 향후 몇 년은 캐나다에서 해외로 갈 수 없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나는 질문했다. 앞으로 어떻게 서로 만나야 하느냐고. 나의 질문에 그는 캐나다에서 정착을 하면 한국에 한 번씩 올 수 있을 거다, 아니면 나보고 캐나다로 와서 살아보는 건 어떻냐는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기대를 하지도 않았고 캐나다로 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를 따라갈 만큼의 마음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가고 싶은 마음이 단 한순간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F에 대한 마음을 천천히 정리했다.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더 이상 마음을 둘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 F 말고도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고 금방 헤어짐을 고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만나는 애인에게 장거리 연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면 2주에 한 번 만나는 것도 힘들겠지? 나는 장거리는 정말 못 해. 나는 나를 못 믿겠어."


그에 덧붙여 전에 연애 경험상 장거리 연애를 내가 잘 못 한다고 말했다.  애인은 그 사람들과 자신은 다르지 않냐고 내게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전에 사귀던 사람과는 다르게 지금의 애인은 내게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내가 불안해할 때마다 그는 나를 안심시켜준다. 그를 만날 때는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즐겁다. 여러모로 그는 내게 무해한 안전 기지이다.


멀리 떨어지면 더 서로에게 신경 쓰고 노력하면 될 일을 나는 너무 앞서 걱정했던 것이다. 만약 내가 걱정할 때 그가 "장거리 연애가 뭐 대수야? 네가 떠나는 건데 어쩔 수 없잖아. 그럼 여기 머물던가."라는 식으로 나왔으면 아마 나는 그와 장거리 연애를 할 자신이 아예 없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장거리 연애에 대해 불안함을 내비칠 때마다 단 한 번도 화내거나 짜증 내지 않았다.


 일로  애인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미래를 불안해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알차고 행복한 만남을 이어갈  있을까 계획하는 편이  우리에게  만족감을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렸다. 장거리 연애는 싫고, 옆에 없으면 너무 힘들  같다고 생각하면 자꾸 생각이   방향으로 기울어져 버린다. 하지만 반대로 장거리 연애라 자주  보는 만큼  소중하게 서로를 대하고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  이상  '장거리 연애' 인생에 불안한 요소로 자리 잡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자주   있을   보고 예뻐해 주고 사랑을 듬뿍 주어야지. 앞날을 걱정하지 않고 즐거운 상상으로 미래를 가득 채워보는 것도 좋겠다. 그게 지금 장거리 연애를 앞둔 내가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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