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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Jan 23. 2023

고향이 없습니다만

고향이 낯설게 느껴질 때


스물한 살 전까지는 의정부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스물한 살부터는 이곳저곳에서 살았다. 필리핀에서 2개월, 호주에서 1년 6개월, 세계여행 9개월 그리고 2년간 의정부에서 지낸 뒤 4년을 부산에서 지냈다. 이렇게 여러 이유로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서 살거나 여행했다.


그리고 3일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부산 자취방을 정리하고 왔는데 어쩐지 내가 나고 자란 의정부가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다시 돌아갈 부산의 자취방이 없다는 게 슬프기까지 하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이렇게 다양한 뜻을 가진다.


나는 이제 내 고향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태어나서 자란 곳은 의정부니까 의정부가 고향이기도 하고, 4년간 살면서 정든 곳은 부산이니까 부산이 고향이기도 하다. 요즘엔 옛날과 다르게 고향을 벗어나 다양한 곳으로 이동하고 정착하며 산다. 나처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겠지.


길을 거닐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캐캐묵은 기억들이 떠오르고, 집안에는 오래된 슬픈 물건들이 하나씩 굴러다닌다. 길거리의 것들은 내가 바꿀 수 없지만 내 방만큼은 편안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묵은 짐들을 모아 버리고 정리하고 있다.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물건들,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물건들로만 나의 공간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낯선 곳에서 안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어느 곳이 고향이든 상관없다. 고향이 없다고 느껴져도 괜찮다. 내 마음 편한 곳이 바로 고향이자 안식처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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