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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Feb 15. 2023

엄마밥 먹는 서른

서른살 사화초년생입니다



스물여섯 살에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해서 서른인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생활을 부산에서 했기 때문에 4년간 엄마가 해주는 밥이 많이도 그리웠다. 한 달 전쯤 본가에 오고 나서는 엄마가 해주는 밥을 열심히 먹고 있다. 아침 8시가 되면 방 문틈으로 음식 냄새가 난다.


"밥 안 먹어?"


엄마의 외침에 "어~ 먹어~"라고 대답하고 이십 분 정도를 밍기적 거리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엄마는 언제부턴가 음식을 할 때 간을 안 본다. 그 말인즉슨 찌개든 뭐든 만들면 짜거나 싱겁다는 말이다. 본가에 올라와서 엄마의 짜거나 싱거운 음식에 깜짝 놀랐다. 밥 얻어먹는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엄마에게 사실을 말해야 했다.


"엄마, 콩나물국이 좀 짜네."


엄마는 소금을 많이 붓고 간을 안 봤다고 했다. 다른 날에 만든 갈치조림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소금국물을 먹는 수준이었다. 이번엔 내가 나섰다. 갈치조림의 국물을 반 이상 따라 버리고 새로 물을 붓고 양념들을 조금씩 더 넣었다. 그러고 나니 먹을만해졌다.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건 미안해서 이제는 내가 알아서 간을 본다.


그렇게 내가 간을 다시 보거나 양념을 더 넣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엄마도 이제 음식 간을 본다. 설거지는 내 담당이다.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분리수거하고.. 집안일이라도 거들어야 눈치가 덜 보인다.


나이 먹고 신입으로 취업 준비하는 이 상황이 쉽지만은 않지만 천만 다행히도 엄마는 빨리 취업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 나이 먹고 늦잠이나 잔다던지, 밥값을 하라라던지 등의 말은 일절 하지 않아서 더 죄송한 마음이 든다.


고생해서 끓여준 국 하나도 짜다고 엄마한테 불평하는 나는 어쩐지 좀 못된 구석이 있다.


엄마 미안, 조금만 못된 딸로 지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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