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사화초년생입니다
스물여섯 살에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해서 서른인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생활을 부산에서 했기 때문에 4년간 엄마가 해주는 밥이 많이도 그리웠다. 한 달 전쯤 본가에 오고 나서는 엄마가 해주는 밥을 열심히 먹고 있다. 아침 8시가 되면 방 문틈으로 음식 냄새가 난다.
"밥 안 먹어?"
엄마의 외침에 "어~ 먹어~"라고 대답하고 이십 분 정도를 밍기적 거리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엄마는 언제부턴가 음식을 할 때 간을 안 본다. 그 말인즉슨 찌개든 뭐든 만들면 짜거나 싱겁다는 말이다. 본가에 올라와서 엄마의 짜거나 싱거운 음식에 깜짝 놀랐다. 밥 얻어먹는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엄마에게 사실을 말해야 했다.
"엄마, 콩나물국이 좀 짜네."
엄마는 소금을 많이 붓고 간을 안 봤다고 했다. 다른 날에 만든 갈치조림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소금국물을 먹는 수준이었다. 이번엔 내가 나섰다. 갈치조림의 국물을 반 이상 따라 버리고 새로 물을 붓고 양념들을 조금씩 더 넣었다. 그러고 나니 먹을만해졌다.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건 미안해서 이제는 내가 알아서 간을 본다.
그렇게 내가 간을 다시 보거나 양념을 더 넣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엄마도 이제 음식 간을 본다. 설거지는 내 담당이다.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분리수거하고.. 집안일이라도 거들어야 눈치가 덜 보인다.
나이 먹고 신입으로 취업 준비하는 이 상황이 쉽지만은 않지만 천만 다행히도 엄마는 빨리 취업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 나이 먹고 늦잠이나 잔다던지, 밥값을 하라라던지 등의 말은 일절 하지 않아서 더 죄송한 마음이 든다.
고생해서 끓여준 국 하나도 짜다고 엄마한테 불평하는 나는 어쩐지 좀 못된 구석이 있다.
엄마 미안, 조금만 못된 딸로 지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