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남자친구를 한 번도 집에 초대해 본 적이 없다. 초대를 하고 싶어도 집이 부끄러웠다. 오래전 만난 사람이 집 앞까지 데려다준 적은 있어도 집에 들여 같이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누추하기도 하고 없는 집 사람이라는 게 들통 나는 게 싫었다.
초등학생 때 여자애 한 명을 우리 집에 데려온 적이 있다. 반지하에 살 때인데 그 친구가 우리 집에 다녀오고 나더니 주변 친구들에게 소문을 냈다.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애 이름은 아직까지 기억난다.
그런 일이 있었어도 친한 친구들은 집에 들였다. 다만 남자친구만큼은 굳이 들이고 싶지 않았다. 나를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말이다.
다다음주에는 애인이 집에 오기로 했다. 장거리 연애를 하다 보니 올라올 때마다 숙소를 잡는 게 너무 부담이라는 생각에 애인에게 나중에는 우리 집에 와서 자라고 말을 했었다. 숙소비를 아껴 맛있는 걸 사주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이렇게 금방 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 조금 신경이 쓰였다.
집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집어넣을 수납선반도 사고, 고양이가 뜯어놓은 커튼도 새로 달고 부르고 싶었다. 집 자체가 국민임대아파트다 보니 구축이라 외관이 낡았고 위치도 구석져서 좀 신경 쓰이는데, 집 내부만큼은 깔끔하게 하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애인에게 “오빠가 오니까 집청소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애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그런건 인위적(?)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래도 정말 내 모든 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보니까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인데 굳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보고 나를 안 좋게 생각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집에 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애인이 브런치 글을 보기 때문에 이렇게 솔직하게 글을 쓰는 게 어느 정도 신경 쓰이기는 한다. 그렇다고 쓰고 싶은 글을 안 쓰기도 답답해서 어쩔 수가 없다.
현재에 만족하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어야 발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가진 것이 없거나 여의치 않은 상황에 주늑들 필요도, 상대에게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도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