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한 달간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했다. 약을 먹어도 나을 기미가 없어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봤다.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술이나 매운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것, 먹고 3시간은 눕지 않는 것을 열심히 지켰다.
동료들과 밖에서 밥을 사 먹고 카페도 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밖에서 먹으면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하게 되고, 카페에 가면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실 확률이 높아져서 자제했다. 밀가루, 매운 음식, 튀긴 음식, 신 음식, 탄산, 카페인, 자극적인 인스턴트음식들은 최대한 안 먹으려고 노력했다.
좋은 음식 열 번을 먹는 것보다 안 좋은 음식 한 번을 안 먹는 게 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고 참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픈 것도 서러운데 먹지도 못하니까 더 힘들었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던데, 그걸 직접 경험하니까 몸과 마음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깊이 깨닫게 됐다.
회사 점심시간이 되어 간단히 사무실에서 밥을 먹을 때는 가끔 근처 산책로를 걷는다. 날이 따뜻해져서 햇빛을 가려줄 나무가 무성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몸도 가볍고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그렇게 걷다가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한다. 초록빛으로 빼곡한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장미가 한창이어서 새빨갛게 피어있는 장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이 일찍 끝난 날엔 저녁밥을 먹고 집 근처를 산책한다. 걷는 것만큼 스트레스 해소와 소화에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그걸 증명한다. 일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5월의 저녁 밤 불어오는 바람에 사르르 날아가는 기분이랄까. 최근에는 소화가 잘 되고, 식도가 꽉 조이는 느낌이나 이물감이 거의 없어서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역시 입사 초반 한 달간의 그 긴장과 압박감이 내 위를 괴롭혔던 게 맞았던 것이다.
바쁘게 산다고 삶에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살기는 싫다. 그럴수록 점점 나 자신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속도 편하고 소화도 잘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 운동이 활발히 되지 않아 소화가 안 되고 배가 답답하고 딱딱하게 뭉쳐있는 느낌마저 든다.
계절이 변하는 것도 느끼고, 구름이나 별이 어떤지 하늘도 올려다 보고, 위로가 필요한 어제의 나, 고생한 오늘의 나에게 소소한 행복의 시간을 선물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과 퇴근 후의 내 생활을 분리하는 일이다. 아직은 그날 해야 할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아서 더 일을 하고 간다. 그러다 보니 야근이 잦아 피곤해지고, 소화는 더 안되고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더라. 아직은 서툴지만 나도 점점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머리로는 알면서 실천이 어려운 두 달 차 신입의 귀중한 주말은 이렇게 또 저문다.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일을 하네~ (ㅎㅎ)